[세상을 바꾼 심리학자들]
1편 - 어떤 바보도 천재로 만든 스키너 http://www.ilbe.com/1900826868
2편 - "마약은 중독성이 전혀 없다." 브루스 알렉산더 http://www.ilbe.com/1904140870
3편 - "사람들이 나치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탠리 밀그램 http://www.ilbe.com/1910437007
4편 -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알베르트 반두라 http://www.ilbe.com/1940216834
5편 - "인간의 지능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장 피아제 http://www.ilbe.com/1947692358
원래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스탠포드 감옥 실험은 클라이막스로 남겨둬야 할것 같아서.
일단 현재까지는 8편 까지 계획하고 있고,
프로이트나 융같은 사람들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거야.
일단 이 글을 쓰기 위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의 내용을 일정부분 참고했다는걸 밝힐게.
오늘 다룰 심리학자는,
데이비드 로젠한. (David Rosenhan.)
이사람은 꽤 유명한 심리학자야.
이 내용에 대해 지식채널 E에서 방송한 적도 있고,
로젠한이 했던 실험을 바탕으로 한 연극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실험을 했지.
이렇게 그의 실험이 인기있는 이유는 그 실험이 굉장히 흥미있기 때문일거야.
로젠한은 미국 출신의 심리학자인데,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교수였지.
1970년대, 당시에는 미국내에 정신 의학(Psychiatry medicine)이 유행하던 시기였어.
정신 의학과 심리학은 다르다는 걸 알지?
정신 의학은 말 그대로 치료가 목적이라 약물치료, 상담치료등이 병행되는 임상 의학의 한 분야이고,
심리학은 정신 분석과 상담 활동등이 이뤄지긴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목적이 아닌 학문이지.
하지만 완벽히 다르다는 건 아니고 서로 상호의존하는 관계라고 보면 되.
심리학이 미국내에 크게 자리 잡고 발달하면서 정신 의학도 함께 발달해.
기존에는 의학으로 규명할 수 없었던 인간의 병들이 있었어.
우울증이라던가 해리성 장애같은..
정신 의학은 심리학과 의학을 결합시킴으로써 의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정신 의학은 의학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짧고, 규명하기 어려운 , 그러니까 미지의 세상이야.
아직까지도 정신 의학은 발달할 여지가 크게있어. 그만큼 불완전하기도 해.
지금도 이런데 1970년대, 당시엔 어땠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불완전했겠지.
(중세에는, 광인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의 뇌에 악마의 물질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통해 그 부분을 도려내는
상당히 야만적이고 근거없는 수술들을 자행했어. 씁쓸하지만 정신 의학의 시초야.)
하지만 당시 미국 사회는 이런 우려도 없이 정신 의학과 정신과 의사들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었어.
인간의 심리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지.
놀라운 점들 투성이야. 그런데 100년도 안되는 짧은 역사로 인간의 정신을 하나의 병명으로 이름짓고
이상이 있다고 치부하는 건 솔직히 말하면 모순일 뿐이고.
(정신의학의 실제 역사는 300년 이상이야. 하지만 그 역사는 중세의 터무니 없는 수술. 예를 들면 정신병이 있으면
뇌에 악마의 물질이 있다고 외과수술을 통해 뇌를 도려내는 수술들을 했던 그런 부분은 빼고 실질적인 역사만 따진거야.)
지금이야 당시에 비해 많이 발달했으니 내 말이 모두 맞는 말은 아니야.
오해하지 말길. 난 1970년대를 말하고 있는거야.
로젠한은 아마 나와 같은 의문점을 가졌던 것 같아.
스탠포드의 교수로 일하면서 정신 의학이 사회에서 지나친 신뢰를 받는 것을 보고,
실제 정신과 의사들의 능력에 대해 궁금해졌어.
신문에는 정신과 의사들의 업적이 하루를 막론하고 보도되고 있었고.
그들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어.
" 정신과 의사들은 정말로 정확하며, 타당한가? "
라는 생각을 해.
1972년,
그리고 평소 호기심이 많던 그는 이를 직접 실험해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어.
사실 이 실험은 그가 충동적으로 했다고 해.
(원래는 다른 연구를 하다가 갑자기 빡돌아서 그랬다고 함.)
그 이름하여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
실험은 말 그대로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는거야.
일단 로젠한은 이 실험은 공식적인게 아니었어.
자신의 호기심으로 계획했던 실험이었기에 모든 준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직접 했지.
가장 먼저 실험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았는데,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실험이었기에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 아닌, 자신이 잘 아는 지인들을 참가자로 섭외했어.
작가, 심리학자, 의사, 주부등 자신의 지인들 7명을 섭외했고,
객관적인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로젠한 자신도 실험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지.
그렇게 8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생활이나 사고에 전혀 문제가 없는
그냥 정상인이었지.
로젠한은 참가자들에게 실험 주의사항들을 당부 한뒤에,
미국 전역에서 랜덤으로 선정한 8개의 정신병원에 실험자들을 각각 보냈어.
참가자들은 정신병원의 응급실로 찾아가 이렇게 말했지.
"알수없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쿵' 하는 소리가요."
계속해서 이말을 반복했어. 다른 증상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지.
방금 말했듯이 모든 참가자는 정상인이었어.
그리고 단순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만 의사들에게 이야기했고,
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정신과 의사들과의 상담에서, 참가자들은 딱 두가지를 로젠한에게 당부받았어.
1. 정신병에 대한 증상은 무조건 '쿵'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만 해라.
2. 이름과 직업, 그리고 자신이 가짜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 모든것을 사실대로 말해라.
참가자들은 로젠한의 말대로 병의 증상에 대해 질문 받으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만 했고,
실제로 이름과 직업, 가짜 병을 제외한 모든 질문에는 본연 그대로 답했지.
정신과 의사들은 어떻게 진단을 내렸을까?
놀랍게도, 의사들은 참가자들 중 한명을 제외한 7명에게 정신분열증 진단을 내렸고,
나머지 한명도 심각한 조울증이라는 진단을 했어.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을 격리 치료 조치했어.
격리 치료 기간은 길게는 52일, 짧게는 7일이었고 평균 19일이었지.
로젠한은 당시의 격리치료 방식을 상세히 기록했는데,
정신 병원에 격리 조치된 환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
이 부분은 병원 마다 다르니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을께.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들의 증세와 전혀 관련없는 약물들을 강요했다고도 하는데,
단지 쿵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다량의 진정제와 마취제를 처방했다고 해.
로젠한은 준비기간동안 이를 예상하고 진정제와 마취제를 몰래 몰래 버렸지.
그리고 더 흥미있는 사실은, 로젠한을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은
정신 병원에 격리된 이후에 계속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19일을 격리 치료 시킨거지. 정신과 의사들은.
로젠한이 알고자 했던 사실은
첫째, 의사들이 정상적인 사람을 알아 볼 것인가?
일단 진단 자체부터 정상인을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진단내렸지.
첫번째 부터 로젠한의 예상대로 실패한 거야.
둘째, 의사들은 애초에 자신이 내린 진단에 의해 주관적 판단을 할 것인가?
아까 말했지? 참가자들은 격리 후에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심지어 로젠한은 같은 병원에 격리조치된 다른 환자들에게 법적 조언을 해주고,
탁구 시합을 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기록까지 상세하게 남겼음에도,
의사들은 알아채지 못했어.
결국 로젠한이 생각했던 대로 정신과 의사들은 엉터리였던 거야.
얼마나 당시가 어이없었는지는 로젠한이 기록한 또 하나의 일화를 보면 알 수 있어.
당시 로젠한이 기록을 상세히 남기고 있는 것을 본 다른 환자가
로젠한에게 이렇게 말했어.
"당신은 정신병자가 아니군요. 지금 병원을 조사하고 있는거죠?"
의사가 아닌 정신병환자가 로젠한이 정상임을 알아차린거야.
로젠한은 그렇게 정상적으로 행동하다가
의사가 "일시적인 증세의 완화"라는 진단으로 퇴원조치를 내렸어.
2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알아차리지 못했고, 행동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을 보고
단순히 일시적 완화라고 보고 퇴원조치를 한거지. 즉, 마지막까지 로젠한이 애초에 정상이었단 사실을 몰랐던거야.
그렇게 실험에 참가했던 모든 참가자들이 한달 후에 모였어.
그리고 로젠한은 기록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과 이론이라는 퍼즐들을 맞춰나가기 시작하지.
모든 정리를 끝낸 로젠한은 당시 저명한 과학잡지
이 발표는 당시 미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심리학계와 정신 의학계는 물론 미국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
그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어.
" 만약 정신과 의사들이 내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아무리 비정상적인 행동을 자행해도
정상이라는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정신의학은 주관적 견해가 들어가는 엉터리 의학이다."
이 말 한마디로 미국의 모든 정신과 의사들을 자극하고,
많은 반박이 나오게 되.
아래는 정신의학계의 주요 반박.
[정신의학계의 주요 반박]
1. 의사들은 환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절대 가정하지 않는다. 만약 몸에 심각한 이상이 없는 사람이 피토를 하고 아파 죽겠다고 의사에게 말한다면,
의사들은 누구나 치료와 검사를 할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사례는 정밀검사를 통해서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
정신병과 정신 의학에서 이런 것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2. 가짜 환자들은 병원에서 전혀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만약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면, 간호사에게 걸어가.
"저는 사실 정상입니다. 이것은 당신들이 엉터리라는걸 증명하기 위한 실험일 뿐이구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진단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의사들의 반론들이 있었지만, 충격적인 실험결과가 주는 여파는 유효했어.
정신 의학에 대한 여론이 돌아서지 않자, 미국의 한 병원은 로젠한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어.
"앞으로 석달동안, 우리 병원으로 가짜 환자들을 보내시오. 우리가 그들을 찾아낼것이오."
일종의 결투였던 셈이지.
로젠한은 이를 받아들였어.
그리고 석달이 지났지. 병원은 발표했어.
"우리는 로젠한이 보낸 가짜 환자들을 41명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결투는 로젠한의 완승으로 끝났어.
왜냐고? 로젠한은 단 한명의 환자도 보내지 않았거든.
정신의학은 이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입어.
엉터리 의학이라는 불명예는 물론 환자들의 신뢰도 잃게 되어 입지도 점점 줄어나갔지.
하지만 로젠한이 정신 의학에 부정적 결과를 낳은 것 만은 아니야.
오히려 이득이 되었다고 봐야지.
정신 의학의 기본 지침서이자 정신과 의사들의 가장 기본적인 참고서라고 일컬어지는
DSM(정신이상에 관한 진단과 통계, Diagnostic and statistial manual in mental disorders의 약어)
이라는 것이 있는데, 로젠한이 실험을 했을 당시는 DSM2가 이용되던 시절이었어.
DSM2에 기록된 내용으로는, 반동신경증이나 애착장애를 토대로 진단 지침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주관적 진단을 내릴 여지가 많았어.
스피쳐 박사는 로젠한의 실험을 계기로 로젠한의 논문과 실험 참가자들의 병원을 일일히 조사하고
통계를 내서, 엄격하고 타당성을 가지는 지침서를 새로 만들어내.
그게 바로 DSM3야. 정신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DSM3는 사실상 로젠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봐야되.
이실험을 통해서 로젠한은 당시 정신 의학의 취약점과 모순을 밝혀냈고,
결과적으로는 정신 의학의 발달을 초래하기도 해.
게다가 인간에게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각인시켜 주었지.
현재의 정신 의학은 당시보다 훨씬 발달했으니 믿어도 좋아.
물론 그 발달 뒤에는 로젠한과 스피쳐 박사가 있었고 말이야.
오늘 글의 마지막은 로젠한이 했던 말을 남기면서 끝낼게.
어쩌면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분명히
그을 수 있다고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에게는 그러한 확신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
- 데이비드 로젠한(David Rosenhan),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세줄 요약]
1. 정신 의학은 1970년대 당시 모순이 많았음.
2. 로젠한은 이에 의문을 가지고 정상인을 정신 병원에 보냈음. 의사들은 정상인을 정신병자로 진단내렸음.
3.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정신 의학이 발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