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들인 지뢰제거 로봇, 정작 DMZ 사고 현장선 못 썼다는데






권아현 기자 이성현 기자
조선일보  2026.10.11.
 




 

[주간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월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5사단 DMZ 작전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참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군사분계선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을 캡처한 모습. photo 뉴스1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월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5사단 DMZ 작전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참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군사분계선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을 캡처한 모습. photo 뉴스1


 


지난 9월 21일 경기도 파주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난 육군 25사단은
사고 반년 전부터 무인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KR1 2대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사고 당시 해당 장비 운용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폭발 사고 인근은 사람 키보다 높은 수풀이 많고 추가 매설된 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제거하며 안전하게 접근하는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사람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도입한 로봇이 정작 사고 현장에서는 쓰이지 않았던 셈이다.

KR-1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국산 지뢰탐지·처리 무인 지상 장비다.
주요 임무에는 위험 지역 정찰, 지하 시설물 탐색과 함께 DMZ 통로 개척이 포함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0년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체계 개발 계약을 발표하면서 수풀 등 야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동 능력을
소개한 바 있다. 지난 3월 전력화 발표에서도 방사청은 KR-1의 좁은 실내 이동과 계단 오르내리기, 원격 운용 능력을 강조했다.



군 “수풀 때문에 투입 어려워”
 

방사청은 지난해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700억원 규모 KR-1 양산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027년 말까지 각 군에 전력화할 계획이다.
올해 관련 예산은 1132억원이며, 군은 내년 예산으로 1600억여원을 국회에 요구했다.

방사청은 지난 4월 이 로봇이 목함지뢰 같은 비금속 지뢰도 90% 이상 정밀도로 탐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육군은 사고 사흘 전인 지난 9월 18일 공개한 영상에서도 해당 장비가 장병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에 따르면, 부대 관계자는 “기존에 인력이 수행하던 작전을 로봇으로 원격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은 이번 지뢰 탐지 작전 이전, 유엔군사령부 승인 아래 로봇 사용을 위한 사전테스트도 진행했지만 수풀 때문에 전진이
오히려 더뎌 조사요원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작업 진입으로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군은 무게 40㎏의 특수 장비 등을 착용하고 출동했고, 폭발물처리반 요원이 직접 휴대용 탐지기를 사용하는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다.

 

DMZ와 민간인통제선 일대에는 2016년 합참 추정치 기준으로 남측 약 127만개, 북측 약 80만개 등 200만발가량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전방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제거에 20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뢰제거사업 예산은 2021년 46억2100만원에서 올해 26억2400만원으로 43% 줄었다.
국방부는 후방 방공진지 제거 사업이 끝난 영향이며 DMZ 작전은 별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지뢰폭발 사고로 KR-1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임무로 DMZ 지뢰지대 통로 개척을 내세워 왔는데, 정작 경사가 심하고 수풀이 우거진 DMZ 환경에 대한 운용 한계가 노출되면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무인체계 운용에 적지 않은 보완 과제가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낙중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초빙교수(전 합동참모본부 사이버지휘통신부장)는 무인·AI 체계 도입 전반에 대해 “우리 획득 시스템은
업체가 낙찰되면 설치·납품으로 딱 끝나 버린다”며
“현지 지형과 기상이 중요한 만큼 도입 이후에도 학습과 평가가 이어지도록 사업 방식과 절차를 손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육군은 소형 무인·원격 지뢰제거 장비인 ‘MV4’ 등을 보유, 운용하고 있다.
특수기동여단이 도입한 ‘MV4’는 국내 최초의 무인·원격화 지뢰제거 장비로, 크로아티아 도킹(DOK-ING)사 제품이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특수기동지원여단이 2020년께 도입했다.
쇠사슬 달린 도리깨를 고속 회전시켜 땅속 30㎝까지 묻힌 지뢰를 터뜨리는 파쇄 방식이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은 차량으로부터
최대 5㎞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원격조종장치를 추가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MDL) 기준선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지뢰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MDL은 1953년 정전협정 부속지도를 바탕으로 하지만 남한과 북한, 유엔사가 각기 달리 해석해 기준선이 사실상 여러 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5만분의1 지도에서 1㎜ 굵기 선은 실제로는 폭이 50m에 달한다.
한국군과 유엔사의 위치값이 어긋나는 비율이 약 60%라는 보도도 있다.

 

군은 지난해 9월 유엔사와 월선 판단 시 양측 기준 중 더 남쪽 선을 택하기로 부분 합의했다.
같은 해 11월 17일에는 북한에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고, 추가 제안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합참은 현재 유엔사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준선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이번 사고 지점은 GPS 기준 MDL 이남 10여m로 확인됐고, 합참은 북한이 설치한 플라스틱(수지) 반보병지뢰가 원인이라고 최종 결론 냈다.


 

제거 작업에 무인로봇 투입되나

 

지형상 지뢰탐지 로봇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와 달리 해외에선 무인 지뢰탐지 장비 활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이후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6월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한
‘오타와협약(대인지뢰금지협약)’ 탈퇴 법안을 통과시켰다. 에스토니아의 무인 지상차량전문기업 밀렘로보틱스는
대인지뢰에 대한 대응을 위해 원격 조종 무인차량을 우크라이나 지뢰 제거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한편 우리 군은 지난 10월 5일 북한이 자발적으로 철거하지 않으면 MDL 이남 제거 작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력 혹은 로봇 등 투입 장비와 폭파 방식은 작전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

합참 측은 “로봇 등 무인 장비 투입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작전을 수행하며 여러 방법을 쓰되 지역 특성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지뢰를 심었는지 여부를 사람이 희생해가며 확인할 필요가 없다”며
“무인 기술을 도입한 목적도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무인 장비를 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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