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암살자(들)-김현지', 적반하장의 괴이한 '기술'




 
  • 오창균 선임기자
  • 뉴데일리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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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절단 참사가 자작극? 적반하장 김여정
2015년 목함지뢰 때도 모략극 우기다 "유감"
패륜 영화 '암살자(들)' 감싼 민주당의 픽션'
盧 죽음 배후' 다뤘어도 같은 잣대 적용할까
대법원장 국감 세우자며 김현지는 또 '방탄'
억지가 상식 밀어내는 나라, 위태로운 문턱








 
  • ▲ 좌측부터 북한 김여정, 암살자(들) 포스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 좌측부터 북한 김여정, 암살자(들) 포스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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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사람들은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 하여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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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허물을 덮으려 언성을 높이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후안무치를 꾸짖는 말이다.
  •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과 한 뿌리다.
  • 일상에서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네 글자가 요즘처럼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절묘하게도 세 가지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졌다.
  • 전선 철책 너머에서, 극장의 스크린 위에서, 그리고 여의도 국회에서. 무대도 등장인물도 제각각이지만 핵심 줄거리가
  • 놀랄 만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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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을 저지른 쪽은 사과를 모른다. 책임을 물어야 할 쪽이 오히려 공격을 받는다.
  • 저울의 눈금은 제 편 앞으로 슬그머니 기운다.
  • 적반하장과 내로남불이 한 시절의 풍경을 넘어 시대의 문법으로 굳어가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장면의 무대는 비무장지대(DMZ)다.
  • 지난 2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수색 작전을 수행하던 군 간부 3명이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었다.
  • 사고 7일 만에 군(軍) 당국은 북한군 지뢰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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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장 조사였지만 도발의 책임이 어딘지를 가리키기에 충분한 결론이었다.
  • 하지만 얼마 뒤 북한이 보인 반응은 상식의 궤도를 한참 벗어났다.
  • 김여정이 직접 나서 우리 군의 발표를 송두리째 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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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 10여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 노동당 총무부장도 가세해 우리가 근거 없는 결과를 조작하고 정치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변했다.

  • 역설(逆說)은 김여정이 스스로 끌어온 목함지뢰 사건에 있다.
  • 2015년 8월 파주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우리 부사관 두 명이 다리를 잃었을 때도 북한은 모략극이라며
  • 발뺌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문에 '유감'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 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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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손으로 저지른 과거의 도발을 들이밀며 이번에는 남측의 자작극이라 우기는 모습은,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겼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억지 주장에 그쳤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을. 김여정은 "한국군 깡패들이 실지 사격을 가해온다면 즉시적이고
  •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피를 흘린 쪽은 우리 장병인데, 주먹을 쥐고 겁박하는 쪽은 북한이다.
  • 매를 든 것은 끝내 도둑이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 ▲ 군인들에게 따뜻한 국수를 말아 대접하고 있는 육영수 여사. ⓒ뉴데일리 자료 사진
     

    ▲ 군인들에게 따뜻한 국수를 말아 대접하고 있는 육영수 여사. ⓒ뉴데일리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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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시기 극장가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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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중심에 섰다.
  • 북한 공작원과 조총련에 포섭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대신 옆에 앉아 있던
  •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역사적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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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을 실행하게 된 과정은 이미 수사와 재판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 그럼에도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후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설정을 택했다. "총성은 여섯 발이었습니다.
  • 나머지 두 발은 누구의 총입니까."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적 대사는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의구심을 던진다.
     

  • 물론 영화적 허구일 수 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의 죽음과 국가적 비극을 다루면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뒤집는
  • 음모론적 서사를 택했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 더욱이 그 서사가 무엇을 닮았는지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한층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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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유튜버 한송이씨는 "북한 선전 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처럼 묘사했던 내용과
  • '암살자(들)'의 스토리가 너무 똑같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 대한민국에서 만든 영화의 서사가 공산 체제 선전 프레임을 빼닮았다는 지적은 사회를 경악케 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 재단과 육영수 여사 기념 사업회는 공식적인 사과와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 국민의힘은 "영화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면 보호받을 창작의 자유에 포함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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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돌아온 것은 성찰이 아닌 역공(逆攻)이었다.
  •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픽션인 영화와 싸우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박지원 의원은 '암살자(들)' 관람을 독려하며 "홍보가 잘되겠다. (영화가) 대박 터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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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온데간데 없다.
  • 만약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픽션 영화의 대상이었다면 어땠을까.
  •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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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 그 대화는 사실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성립한다. 사실을 비틀어 놓고 나누는 대화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선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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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가 '춘추'를 엮으며 한 글자의 포폄(褒貶)에도 엄정함을 잃지 않았다는 데서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는 말이 나왔다.
  • 역사를 다루는 붓끝은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 ▲ 좌측부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 좌측부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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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번째 장면은 민의(民意)의 전당이라는 국회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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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 주도로 다음달 6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것을 따져 묻겠다는 의도다.
  • 물론 사법부 역시 국회 견제의 바깥에 놓인 성역(聖域)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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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이유가 재제청 거부 사유라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못 박고 있다. 재판에 대한 정치의 간섭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일을 서슴없이
  •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삼권분립(三權分立)의 균형추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 더 도드라지는 것은 반대편 풍경이다.
  • 국민의힘은 "인사 참사의 흑막에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며
  •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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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운영위원장 자리를 쥐고 있는 민주당 측은 "망신주기 발목잡기식 증인 채택은 정쟁 국감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 꼼짝 않는다.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대하는 자세 역시 다르지 않다.
  • 사법부 수장은 국민 앞에 세우겠다면서 내 편에게는 두꺼운 방패를 둘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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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에게는 서릿발 같고 제 식구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한 이중잣대다.
  • 가장 무거운 의혹을 받는 이들이 가장 두꺼운 장막 뒤에 머무는 구조라면, 국정감사는 견제의 장이 아니라
  • 편 가르기의 무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DMZ 지뢰 폭발, 스크린 속 역사 왜곡, 국정감사 증인 공방은 언뜻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인다.
  • 하지만 흩어진 구슬을 한 줄에 꿰듯 나란히 놓고 보면 이를 관통하는 맥락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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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 대신 언성을 높이고, 장막 뒤로 진실을 숨긴다. 우리 군인의 발목이 잘렸는데도 정작 겁박하는 쪽은 가해자인 북한이다.
  • 역사를 왜곡한 영화 제작진을 철통 방어하면서 오히려 야권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 인사 참사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국정감사장에는 정작 답해야 할 사람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16세기 영국의 재정가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의 이름을 딴 경제법칙이 있다.
  •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익숙한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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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과 은의 함량을 줄인 조악한 주화가 시중에 풀리면, 사람들은 값어치가 온전한 주화를 장롱 깊숙이 감춰두고
  • 질 낮은 돈만 내다 쓴다. 결국 시장에는 나쁜 돈만 돌고, 좋은 돈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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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법칙은 비단 화폐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 . 억지를 부려도 손해 보지 않고 목소리가 클수록 이기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 염치(廉恥)와 절제(節制)라는 양화는 설 곳을 잃고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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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하는 쪽이 약자로 몰리고 버티는 쪽이 승자가 되는 셈법 앞에서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이려 하겠는가.
  • 적반하장이 되풀이되고 내로남불이 방치되면, 억지가 상식을 밀어내고 뻔뻔함이 염치를 몰아내는 날이 오고야 만다.
  • 지금 대한민국이 그 위태로운 문턱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곱씹어 볼 일이다.





오창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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