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한 방’에 무너진 한국…WBC 최다 피홈런 불명예

입력 2026-03-09 17:39
데인 더닝이 8회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대만전에서 8회초 역전 투런포를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한일전 11연패와 대만 상대 WBC 첫 패배를 막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2라운드(8강) 진출 분수령으로 꼽혔던 일본전과 대만전에서 승부처마다 홈런을 허용한 것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일 경기 전까지 2026 WBC 1라운드 3경기에서 피홈런 8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 총 17점을 실점했는데, 이 가운데 12점이 홈런으로 나왔다.
역대 대회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4강에 올랐던 1회 대회에선 피홈런이 6개였지만 7경기를 치렀다. 결승에 올랐던 2회 대회 때는 9경기에서 3개에 불과했다. 1라운드 탈락으로 3~4경기만 소화했던 3~5회 대회에서도 가장 많았던 건 2023년 5회 대회 때 4개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한 경기에서만 최대 4개의 홈런을 내주고 있다. 타선이 먼저 점수를 올리거나 경기 중반 균형을 맞춰도 이내 홈런이 터지며 흐름이 다시 넘어가는 장면이 반복됐다.
일본전에선 1회초 3점을 뽑아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1회말 곧바로 투런포를 내주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3회말에는 한 이닝에만 솔로 홈런 세 방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역전까지 허용했다. 대만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2회초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빼앗긴 뒤 1-1로 맞선 6회초 다시 솔로포를 맞아 리드를 내줬다. 3-2로 앞선 8회초에는 재역전 2점 홈런이 터지며 결국 경기를 내줬다.
대표팀은 1라운드 첫 경기였던 체코전에서도 홈런을 맞으며 4실점을 기록했다. 8강 경쟁국인 대만과 호주가 체코 타선을 각각 무실점과 1실점으로 막아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WBC 1라운드에 출전한 20개국 가운데 9일 오전까지 피홈런이 가장 많은 팀이 바로 한국이다.
류 감독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선수나 코치로서 도쿄돔 경험이 많은데, 이번 대회 유독 타구가 멀리 뻗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만전이 장타로 흔들린 경기였다면, 일본전에선 고질적인 사사구 문제도 겹쳤다. 1회말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게 볼넷을 내주며 홈런에 불씨를 제공했다. 7회말엔 박영현(KT 위즈)이 볼넷 두 개로 주자를 쌓은 상황에서 김영규(NC 다이노스)가 마운드를 넘겨받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8강 진출의 열쇠로 마운드를 꼽았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리기 위해 그동안 한 차례였던 전지훈련도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준비에도 대표팀은 최다 피홈런의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도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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