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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과 학부모 여러분!
오늘 육군사관학교 제32기 졸업식을 맞이하여, 나는 지난 4년간 남달리 어려운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고 임관의 영예를 차지한 졸업생 여러분에게 온 국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를 보내는 바입니다.
또한, 오늘의 이 영예와 보람이 있기까지 그동안 졸업생들을 정성껏 지도하고 보살펴 준 교장 정승화 장군 이하 본교 전 교수단과 학부모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서도 아울러 깊은 치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각부터 상승과 무적을 자랑하는 막강한 우리 국군 장교단의 일원으로서, 제군의 선배들이 쌓아올린 반공 구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국토방위의 대임을 완수해야 할 막중한 사명과 책무를 조국과 겨레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의 국제정세를 살펴볼 때, 비록 긴장완화를 위한 강대국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이렇다할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오히려 어떤 점에 있어서는 상호 국가이익의 예리한 대립과 상충 때문에 긴장완화의 노력도 이제는 한계점에 이른 감마저 없지도 않습니다.
공산진영의 지원으로 국지분쟁이 일어나도 자유진영은 이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국제분쟁의 조정자요 세계평화의 전당인 유엔마저도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한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국제정세의 추세는 우리 한반도에 있어서도 새로운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우리는 이를 각별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국제정세는 여전히 격동과 혼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모든 나라들이 적자생존,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원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제각기 국가이익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생존 투쟁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일반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년 바로 이 자리에서도 자기 나라를 제 힘으로 지키겠다는 결의와 힘이 없을 때에는 우방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집단안전보장 체제라는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월남과 크메르 사태가 결코 ‘대안의 화재’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바 그대로 인도지나 사태에 고무된 북한 공산집단은 호기를 놓칠세라 노골적으로 침략적 본성을 드러내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켰고, 무장간첩의 남파, 서해 5도 영공에 불법 침입 등 지난 1년간에도 무력 도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이와 같은 침략 위협에 감연히 맞서 전후방이 총궐기하여 총력안보 태세로써 그들의 전쟁 도발 책동을 봉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자 그들은 또 전술을 바꾸어서 거짓 평화선전에 광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상투적인 기만 술책이요 연막 전술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허가 있으면 치고, 강하면 일단 물러선다는 공산당의 전술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그들의 이 같은 기만 술책, 연막 전술에 여러 번 속은 경험이 있습니다.
6.25 동란 직전에도 그러했고 7.4남북공동성명 직후에도 그러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거짓 평화선전을 직접적인 전쟁 도발 못지않게 엄중히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지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우리 한국과 미국이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나팔을 불고 다닙니다.
여기에도 음흉한 저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전쟁 도발의 구실을 찾으려는 간악한 수작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금 북한 공산집단이 주한미군의 철수 못지않게 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유신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유신체제를 약화시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혼란을 조성하여 우리에게 조그마한 헛점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 틈을 이용해서 엉뚱한 장난을 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오늘의 상황을 지금 당장 전쟁이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휴전이나 평화적인 상태로만 안이하게 그릇 판단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는 지금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에서 전시와 조금도 다름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이 엄연한 현실을 우리는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공산 침략으로부터 국토를 수호하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은, 오직 군과 민, 전후방의 구별없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안보 태세를 더욱 굳게 다져 나가는 길밖에는 아무 도리가 없습니다.
각기 맡은 바 직분에서 국력배양에 이바지하고 배양된 국력을 조직화하는 데 적극 참여하고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에게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신임 장교 여러분!
자고로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휘관이 용감하고 유능해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 지휘관은 바로 군의 근간이요 전력의 원천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용감하고 유능한 지휘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무엇보다도 투철한 국가관과 조국애, 그리고 명예와 책임을 생명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정신무장이 되어 있는 군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왜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워야 하고 또 기필코 승리해야만 하느냐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정신무장이 확고하게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가 지금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는 것은 그들의 침략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요, 나아가서는 이질적 광신 집단으로부터 민족의 정통성을 수호하고 평화의 바탕 위에서 번영된 나라를 건설하여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물려주자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의 대결에서 단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으며 기어코 최후의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이것이 조국과 겨레가 여러분에게 부여한 소명이며 또 여러분이 수행해야 할 숭고한 사명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날로 발전하는 군사 지식과 새로운 전기 전술을 꾸준히 연구 개발하여 유능한 지휘관으로서 자질을 연마하고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일단 유사시 적과 싸워서 반드시 이기는 군대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조상의 빛나는 호국정신을 이어받은 조국의 자랑스러운 간성으로서, 또한 유신이념의 구현을 위한 전국민적 정신혁명의 전위로서 긍지와 사명감을 더욱 북돋아 국가보위와 평화수호를 위해 헌신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는 바입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전도에 조국의 영광과 더불어 무운이 장구하기를 충심으로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