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일게이들아.
잡지는 많은데 뭘 사야 될지 고민은 되고
비닐 때문에 뜯어 보지도 못한체 산 다음에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
영화처럼 미리 누가 보고 평가 해주면 좋지 않을까?
내가 지금 공유하는 글은 그런 의도로 쓰여진 글이야.
아래 글은 2월 달 잡지들에 관한 내용.
그럼 재미나게 읽고 잡지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랄게.
스타일박스의 화이트 노이즈 : 남성잡지를 사는 남자들
시중에 나와있는 '남성잡지'는 생각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잡지'하면 먼저 떠올리기 쉬운
패션잡지 계열의 남성잡지만 해도 에스콰이어, GQ, 루엘, 아레나 옴므, 레옹, 로피시엘 옴므 등등이 있고
맥심, 스파크 같은 '육체파' 잡지는 물론이거니와 또 다른 의미의 '육체파'인 멘즈 헬스 같은 잡지도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현재 팽창 중이라, 요 근래에 창간된 GEEK이나 젠틀맨 등의 예와 같이 신간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음은 물론 '남성의 취미' 계열로 접어들면 '남성 잡지'의 폭은 상상 외로 넓어진다. 낚시, 바둑,
자동차, 아웃도어…
그러나 그런 부분은 일단 넘어가고 일반적으로 '남성잡지' 했을 때 떠오르는 '패션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잡기(雜技)와 정보를 담은 월간지'들과 그 소비층을 살펴보도록 하자.
남성잡지를 사는 남자들
조금 빠른 경우 10대부터, 평균적으로는 20대에서 30대 정도가 주된 고객층이다. 패션과 트렌디한 이슈,
맛집 정보부터 그 또래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이런저런 소재들(금융, 정치, 자동차, IT, 섹스 등)을
에디터들, 그리고 외부의 필진들이 세련된 필치로 작성하는 만큼 꽤 볼만한 내용들이 많다.
특히 분위기 좀 잡고 싶은 날을 위한 고급 레스토랑 정보나 '사실 몰라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지만 또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팁이나 상식, 잡학은 어디가서 썰을 풀고 폼 좀 잡아야 할 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류 잡지를 사는 남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았을 때 '자기 계발서'들을 사는
사람들보다도 더 자기계발 욕구가 더 강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자기를 꾸미고 남 앞에서 폼을 잡는 데에
필요한 가장 트렌디하고 가장 핫한 정보들을 매달 돈까지 주고 사본다는 점에서 말이다.
경품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는 있지만 사실 남성잡지들의 경품은 딱히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화장품,
패션 소품, 캘린더, 다이어리 정도가 대부분이며 솔직히 줘도 제대로 안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관심 가질 남자들은 부록에서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을 직접 구입해서 쓰고 있을테니.
에스콰이어
아무리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30대에 접어든 남성은 이제 더이상 순수히 패션에만 열광할 수 없다.
젊고 어릴 때야 취미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편식을 미화할 수 있지만, 세상에 뿌리를 내려야하는
나이의 남자는 시야도 관심도 더 넓게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스콰이어는 가장 30대 남성에게 잘 어울리는 잡지라고 할 수 있다. 주요한 핵심 기획들은
여전히 패션을 중심으로 놓고 가되, 내-외부의 필진들이 구성한 다양한 분야의 피쳐 기사들은 꽤 깊이가
있다. 발행 18년 차에 접어든 '짬밥'의 힘을 보여준다.
2012년 11월에 단행한 4,800원으로의 가격 할인도 파격적이며 매력적이다.
다만 잡지 자체의 세련된 느낌이 좀 약하다. 이런 류의 잡지는 기본적으로 구매 자체가 나 자신의 간지를
UP 시켜주는 듯한 착각을 독자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에스콰이어가 다소 부족한 느낌
이 없잖아 있다. 이를테면 2012년 12월의 동방신기 표지 선정 같은 경우가 그 한 예다.
(30대 남자가 살 잡지에 동방신기가 표지를 장식하다니…구입 난이도는 차라리 헐벗은 여자 표지보다 더
높다)
GQ
에스콰이어가 살짝 나이 먹은 느낌이라면 GQ는 그에 비해 조금 더 밝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어째 갈수록
잡지에서 볼만한 기사의 수가 줄어간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만큼 GQ CRITIQUES 영역의 기사들은
여전히 이 잡지의 가치를 보장한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조금 곤란하다. 조금은 더 볼만한
기사들의 수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외부 기고를 늘리더라도 말이다. (이번 2월호 정말 볼 기사 없더라)
에스콰이어와 함께 이 바닥의 양대 인기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 20대 한정이라면 에스콰이어 보다는 GQ
쪽이 더 끌리기 쉬우리라 본다. 편집이나 구성에서 좀 더 세련되고 보기 좋은 면이 있다.
매달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적 측면과 휴대성을 보완하기 위해사 'GQ MINI'라는 이름으로 다소 작은
판형의 저렴한 미니북 버전도 내고 있다는 점은 역시 플러스 요인. 2012년 9월호의 아메리칸 어페럴 팬티
부록 등도 그 감각의 신선함을 자랑한다.
LUEL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패션 관련 기사의 비중이 그 어느 패션 잡지에 견주어도 높은
편이다. 특히 이번 2월호는.
확실히 말해 기사의 톤이나 내용이 위 두 잡지에 비해서 점잖은 편이다. 섹스 칼럼 같이 자극적인 기사도
없고, 많지는 않지만 피쳐 기사들의 안정감도 높은 편이다. 소개하고 있는 패션 아이템들의 가격대가 상
당히 높아서 문제지(물론 이건 거의 모든 잡지들이 갖고 있는 숙명이지만) 선정 센스도 좋은 편이다.
다만 그 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내 돈 주고 사볼 잡지'라는 점에서 고려를 해본다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면이 있다.
트렌디한 스타일북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 정도로 좋은 잡지이지만 글쎄, 8천원에 이르는
잡지 가격대나 얇은 두께, 기사량의 부족 등은 '다른 잡지 한권 사고 추가로 한권 더'가 아닌 한은 선뜻
구입하기에는 좀 꺼려지는 점이 있다. 이 바닥도 결국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있겠지만.
LEON
일본계 패션잡지 레옹. 그러나 창간 이래 주욱 표지모델을 해오고 있는 이탈리아 모델 지롤라모 판체타
덕분인지 잡지의 일색은 그리 짙지 않다. (종종 '오! 이거 대박 싸네!'하고 눈알 튀어나와서 보면 단위가
원이 아니라 엔이라서 허탈한 웃음 지을 때가 있어서 그렇지)
이 잡지의 최대 단점은…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지롤라모 판체타' 라는 모델이다.
분명 섹시하고 옷 잘 입고 살짝 나쁜 남자 매력까지 품고 있는 이 모델은 멋있다. 멋있는데…아 좀 제발.
질린다. 이 잡지에 도대체 무슨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창간호 이래로 매 표지모델을
도맡아 해오고 있는 점은 물론 잡지 중간중간에도 계속 나온다. 무슨 내가 이 모델의 열혈 팬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원래 이런 원숭이상 중년 남자는 일본에서라면 몰라도 한국에선 별로 인기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을 매달 표지부터 기획 기사, 화보까지 계속 보고 있노라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질린다. 아마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잡지사 직원들도 저 모델에 솔직히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는데, 그 외의 잡지 기사들은 꽤 재미있다. 특히 맛집 등의 핫 플레이스 관련
기사들은 꽤 초이스가 좋다. 또 다, 다, 다로 끝나기 쉬운 다른 잡지 기사들을 보다가 요, 로 끝나는 기사
타이틀들을 보노라면 새삼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가격은 7,900원.
아레나 옴므
스타일과 취향의 문제겠지만 사실 아레나 옴므의 남성패션 화보들을 보고 멋지다고 느낀 적은 없다. 뭐
아직까지는. (원래 독설하고 나면 꼭 바로 그 다음 달에 그 독설을 후회하게 만드는 멋진 뭐가 나오는 법
아닌가)
그 이외의 다른 부분은 괜찮은 편이다. 이번 2월호는 그렇지 않지만 보통 서점의 잡지 매대에서 보노라면
가장 두툼한 남성잡지 중 하나이고 생각보다 볼만한 기사들도 많다.
다만 좀 너무 무난하다. 기사를 다 보고 나서 "캬!" 소리 하면서 '이거 누가 쓴 글이지?' 하고 확인하고 픈
욕구가 들게하는 시원하고 멋진 기사 같은게 없다. 그저 적절히, 썩 나쁘지 않은 기사들의 향연이며 나름
크게 흠 잡을 곳 없는 그런 고만고만하고 무난한 기사들이라…볼 때는 그럭저럭인데 한번 덮고나면 다시
보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는다. 본디 잡지라는 것이 그렇기도 하지만. 이번 달 아레나는 더 그런 느낌이
강하다.
6500원의 가격대 성능비는 괜찮은 편이고, 역시 이번 달은 아니지만 부록도 평소 꽤 자주 제공하는 잡지
이다.
맥심
어떤 의미에서 가장 '남성잡지'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잡지이고 아마 이 글을 읽는 이 중 적지 않은 이가
리스트 중에서 오로지 '맥심만' 읽어봤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군바리의 영원한 동반자, '진짜' 남성
잡지, 유일하게 '제대로 볼만한 화보'들이 있는 잡지…다들 한번쯤은 봤을테니 구차한 설명이 뭐 필요하
겠는가.
하지만 이쯤해서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 요즘 맥심, 재미있나?
난 이 부분에 대해서 고개가 저어진다. 바이라인에 즐비한 여자 에디터들의 이름을 보며 '남성잡지'를
여자들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는데(그 반대를 생각해보라. 공감이 가겠는가)
갈수록 맥심 특유의 아기자기함이나 쌈마이틱한 정보, 각종 가십과 '삶에 전혀 필요없지만 보노라면
재미있는 미친 정보들'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표지 모델 고르는 센스도 영 후져진 느낌이다. '이번 달 맥심 표지 모델'이 이슈가 된게
언제쯤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좀 더 분발했으면 한다. 고르기 어려우면 '가슴 큰 여자 아이돌'
아니면 '잘 안 벗을 거 같은데 왠지 벗은 모습 보고 싶은' 어린 여자 연예인을 골라라. 제발 좀.
그리고 자꾸 좆같이 아무도 호응 안 할 남자 모델로 뒷 페이지 모델 세우는데 도대체 그 지랄 왜 하나.
차라리 여자 모델을 하나 더 세우던가. 정신차려라. '맥심' 아닌가. 잡지 정체성을 잊지 마라.
로피시엘 옴므
사실 비슷비슷한 '남성 패션잡지'들을 몇 권이나 보고 있노라면 어느 틈엔가부터 그 잡지의 특색이나
개성을 찾기 어렵다. 패션의 스펙트럼이 아무래도 여성복에 비해 좁은 남성지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한 편이고.
이 잡지 역시 그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는 했지만 나름 단단하게 잘 만든 남성 패션잡지다. 한 눈
파는 내용이 태반이 넘는 다른 잡지들을 생각해보면 몇 안 되는 본격적인 패션잡지이고.
다만 이 역시 그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게 약점이 된다. 패션 그 자체에만 열광할 수 있는 남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고, 그런 남자들은 어차피 이미 '잡지에서 할 법한 뻔한 소리'들은 지겹도록
들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 몇 안 되는 '잘 정돈된 패션에 관한 텍스트'에 목말라하며 또 사보겠
지만)
수트, 패션, 화보 이 세 단어만으로 가슴이 뛰는 남자라면 이 잡지는 꽤 나쁘지 않은 초이스가 될 것
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남자들에겐 별 큰 매력 없는 6,500원의 가격을 지불하기는 조금 아까운 잡지
일 것이다.
젠틀맨
사상 유래 없는 남성잡지 호황의 시대다. 아니 호황이라고 하기에는 그저 레드오션에 뛰어든 경쟁자가
하나 늘었을 따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정말 요즘 남성잡지가 다양화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묻고 싶다. '무엇을 무기로 들고 남성잡지 시장에 뛰어들었는가'
'박찬호'라는, 한국 남자들에게 영원한 호감을 주는 사나이의 표지, '한국 신사 호텔 이용 팁 100'이라는
그럴싸한 부록을 끼고 있기는 하지만 경쟁자들에 비해 별로 친절하지 않은 7천원의 가격, 그리 썩 신선
하지 않은 기사의 내용들을 보노라면 냉정하게 다음 달에 이 잡지를 또 살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데가 있다. (부록이 좋으면 또 잘 팔리겠지만)
기사의 내용 자체는 썩 나쁘지 않지만 경쟁자들과 놓고 보았을 때 상대적인 강점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조금은 더 분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뜬금없지만 평소 보던 잡지를 비롯해서 무려 8개 잡지의 리뷰를 해보았다. 이 리스트에 넣었으면, 싶은
몇몇 잡지(GEEK, 맨즈 헬스 등)가 빠졌고 '남성 잡지'라는 카테고리에 한정하다보니 사실 남자들이 알
아놓으면 좋을텐데 아쉽게 빠진 잡지(바 앤 다이닝, 미술 잡지, 몇몇 여성 패션지)들이 조금 더 있지만
일단 이 정도에서 정리해보았다.
잡지…말 그대로 비록 '잡스러운 책' 일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는 트렌드가 있고, 화려한 필치로 무장한
에디터들이 밤을 세워가며 써낸 세련된 기사들이 있다
그럼에도 '감히' 이 글에서 혹평을 하고, 지적을 해대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왜? 글루와 회원들의 이번
달, 그리고 다음 달 잡지 구매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그리고 나 역시 한 사람의 잡지 독자라서.
'남성잡지를 사는 남자들'이라는 문장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많은 특성들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남자들'답게 잡지 한 권을 사도 똑똑하게 사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