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정부가 운동선수들의 해외활동을 인정하면서 제일 먼저 눈독을 들였던 팀이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였다.


쿠바의 우수한 아마추어 선수들을 영입하면 팀이 확실히 강해지리라고 내다보았던 것. 이는 요미우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나가시마 시게오 및 당시 요미우리 감독 하라 타츠노리가 다들 평소 쿠바야구 애호가였기 때문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그래서 요미우리는 엄청난 거금을 주고 쿠바의 유망주들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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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할 필요없이 일류 선수들 사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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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선수,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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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믿어요! 믿음의 야구하면 하라 타츠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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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믿어요... 믿음의 야구... 하라 타츠... ('하라타츠'는 열받는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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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쿠바선수들이 일본야구에서 뛰니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의 긴 스케쥴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피로 누적으로 성적이 운지하는 선수가 나왔다. 공산권 국가에서 자란 탓에 개인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식도 벌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야구보다 메이저리그가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사실 때문에 일본에서 대충 플레이하고 미국을 기웃거리려는 책임감 없는 선수들까지 생겨났다. 결국 쿠바 떡밥은 하라 감독의 퇴임과 더불어식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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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소프트뱅크에서는 검증안된 쿠바 선수들 대신 KBO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데려온다는 전략을 짰었고 그게 성공했다.

왕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와 악수하는 이대호. (오 사다하루가 저렇게 초췌한 이유는 항암치료 때문에)



그렇다고 쿠바인 용병들 중에서 프로다운 책임감도 있고, 좋은 성적도 내주며, 일본에 잘 적응한 선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선수가 바로 치바 롯데의 거포 알프레도 데스파이네(Alfredo Despaigne)이다. 2014년 데스파이네가 멕시코리그를 떠나 일본에 입국했을 당시의 치바 롯데는 장타력 있는 거포 자원이 적은 소총부대 타선이라서 늘 한방이 있는 외국인 강타자를 필요로 했었다. 사실 치바 롯데의 감독 이토 츠토무가 당시 유행하던 쿠바 떡밥을 문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데스파이네는 성실했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강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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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탠한 이대호처럼 생겼다.



175cm에 95kg로 키는 작고 똥똥한 체형이지만 부드러운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격은 강력하다. 2014년에는 풀시즌 출전은 아니었으나 OPS 1.0을 넘겼고 2015년에는 OPS 0.814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모든 면에서 성적이 작년보다 향상되었다. 타율은 0.282, 24개 홈런과 92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다른 쿠바인 선수들이 말썽을 부리고 방출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데스파이네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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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즌이 끝나고 난 직후, 데스파이네는 갑자기 치바 롯데 관계자에게 말을 꺼냈다. (물론 스페인어로)


"그날의 수훈선수에게만 주는 갈매기 인형을 하나 줄 수 있는가?"


데스파이네는 평소 과묵하여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하고 관계자들에게는 사소한 부탁도 하는 법이 없는데 갑자기 뜻밖의 말을 꺼낸 것이다.


"오늘 그 인형을 꼭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원칙에 어긋나는 건 알지만 꼭 부탁한다. 오늘 빌려간 인형은 다음 시합에서 수훈선수가 되어 갚겠다. (치바롯데는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진출하였으며 소프트뱅크와 대결 예정)"


원칙적으로는 갈매기 인형은 경기장 현장에서 수훈 선수에게만 주는 게 원칙이고 따로 거래하지 않는 비매품이지만 팀을 대표하는 거포의 부탁도 있고 해서 결국 인형을 하나 데스파이네에게 내주었다.


그러자 데스파이네는 매직팬을 꺼내 인형에 커다랗게 ARIGATO(아리가토: 고마워요)라고 쓰고 자신의 싸인을 한 다음, 그것을 가지고 달려나갔다. 궁금증이 인 치바 롯데 관계자들은 데스파이네의 뒤를 따랐다.


데스파이네가 찾아간 사람은 금년을 마지막으로 퇴직하는 경비원(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이름은 공개 안함)이었다. 올해 75세인 그에게 쿠바 용병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인형을 건네주었다. 


그 경비원은 치바 출신으로 오랫동안 치바 롯데의 팬이었다.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에는 집에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치바 롯데의 경비원 구인광고를 보고 '프로야구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응시하여 경비원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데스파이네와는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데스파이네는 자기 할아버지뻘 되는 노인이 밤늦게까지 경비원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여 그 사람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데스파이네가 태어나기 전부터(그는 86년생) 치바 롯데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호감을 가졌다고 했다. 그 이후로 데스파이네는 경비원을 볼 때마다 인사를 건넸고 (데스파이네가 배운 토막 일본어로) 서로 대화를 했다고.


결국 그 경비원은 고령의 나이도 있고 해서 2016년 정규 시즌의 종료를 끝으로 퇴직하게 되었다. 데스파이네를 만난 자리에서 그 사실을 말하자 놀란 데스파이네는 퇴직하는 노인에게 줄 선물을 급히 찾다가 관계자에게 달려가 인형을 하나 줄 수 없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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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에 감격한 경비원은 근무 마지막날 구단을 대표하는 거포와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퇴직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쿄토에 가보는 일입니다. 오늘 이런 귀한 선물을 주신 데스파이네 선수는 늘 제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경비원은 데스파이네의 싸인과 ARIGATO라는 메세지가 적힌 인형을 소중히 싸들고 치바 롯데 구단을 뒤로 했다. 그 인형은 쿠바인 거포의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그 경비원의 집에서 오래토록 간직될 것이다.




나이 먹어서 한번 스타가 되어볼 요량으로 이딴 덜 덜어진 짓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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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경비원처럼 작은 일이라도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저렇게 뜻밖의 선물도 받고 그러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