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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들아 너희들은 산 속에서 맹수를 만난 적이 있으냐?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맹수들은 사람이 다가오면 먼저 알아서 피한다. 임신 중이거나 혹은 어린 새끼들과 함께라서 재빨리 도망가기 어려운 경우에만 공격적으로 변하지 대부분의 경우는 아무리 맹수라 해도 사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늙은 맹수들이다.
힘세고 젊은 맹수보다 늙은 맹수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늙어서 산짐승을 사냥할 힘이 부족해진 맹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리스크를 무릅쓴다. 바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들은 산짐승들에 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사냥하기 쉬운 표적이다. 그러나 가축들을 사냥하게 되면 인간에 의해 자신이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맹수들은 인간 마을에 내려간다. 그것 외에는 자신에게 남겨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늙은 맹수들은 교활하고 치밀하며 필사적이다. 한번 사냥에 실패하면 그것이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절대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게다가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젊은 맹수들은 인간에게 들키면 후다닥 도망가지만 늙은 맹수는 사람도 공격한다. 비록 짐승이라고는 하나 그 각오와 결의는 무서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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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 비록 전성기 때의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 해도 남다른 각오와 결의를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절대로 얕보아선 안된다.
그 결의를 잘 보여주는 예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오노 유지라는 야구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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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활동했던 오노 유지는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한방이 있는 타자로 그럭저럭 활약했었다. 그러나 타율에 기복이 있는 데다가 부상으로 자주 출전하지도 못하게 되자 그가 소속해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는 오노를 가차없이 해고했다.

몸값이 똥값이 된 채로 선수 시장에 나오게 된 오노를 영입할 팀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오노를 영입했다. 당시 야쿠르트의 감독은 한물 갔다는 선수들을 모아 다시 활약시키는 일로 유명한 "노무라 재생공장" 노무라 카츠야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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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재생공장(https://www.ilbe.com/6584240053)


노무라 감독이 다른 구단들이 꺼리는 고장난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신인 선수를 훈련시켜서 한사람 몫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당히 어렵다. 반면 이미 그 자질을 검증받은 선수들을 조금 고장났다고 내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그들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 야쿠르트가 다른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자금력을 가지고도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비결은 이러한 노무라 재생공장의 수완 덕분이기도 했다.

노무라가 오노를 영입한 것도 이미 검증된 오노의 장타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홈런타자와 에이스 투수는 훈련시켜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성의 소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라의 지론이었다. 노무라는 늙은 맹수 같던 처지의 오노에게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바로 대타였다. 결정적인 득점찬스에서 노무라는 오노를 전문 대타로 내보냈다. 그는 1994년에서 1996년까지 3시즌을 노무라 감독과 함께 했다. 그리고 오노 유지는 젊었을 때가 아니라 그 커리어 마지막의 3년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다.


퇴물 취급을 받던 자신에게 기회를 준 노무라에게 보답하기 위해 오노는 필사적이었다. 야구는 본래 9이닝을 싸우는 장기전이지만 대타는 잘해야 한 타석 뿐이다. 게다가 시합 후반의 결정적인 득점찬스에서 잠깐 기용되는 대타의 특성상, 오노가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 또한 완봉승을 노리는 선발투수 아니면 전문 마무리 투수 등, 상대팀의 에이스급들이었다. 득점 찬스에서의 한번 실수는 대타의 상품가치에 치명적이었다.


오노는 대타로서 활약하기 위해 자신의 야구인생의 모든 것을 건 승부를 걸었다. 바로 '야리(spear)' 타법이다. 직선으로 길게 찌르는 창(槍)을 의미하는 야리는 직구를 의미한다. 당시는 직구가 아니면 치지 못하는(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하는) 타자를 두고 비꼬는 의미로 '야리'라 불렀는데 오노는 그것을 거꾸로 이용하여 상대 투수의 직구만을 기다린다는 극단적인 승부에 나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설의 야리", "노무라의 비밀카드" 오노 유지 전설의 시작이었다.

 
오노의 야리 타법은 '아무리 상대 투수가 뛰어난 볼배합을 구사한다고 해도 최소 한번은 직구를 던질 것이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신 '그 한번의 직구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가 그의 승부처였다. 오노는 헛스윙이나 내야 땅볼로 이어질 수 있는 변화구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확실하게 장타를 뽑아낼 수 있는 직구만을 기다렸다.

오노의 이러한 '도박'은 에이스급 투수라면 직구로 타자들을 찍어눌러야 한다는 일본야구의 전통적인 생각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할지라도 사람이 던지는 직구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오노의 악착같은 승부 기질은 투수들에게 피말리는 고민을 강요했다. 야리로 유명한 오노 상대로 투수들은 직구를 던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변화구를 던진다면 스트라이크 아니면 볼이다. 그리고 장타를 얻어맞을 일은 확실히 없다. 하지만 직구를 던지지 않으면 투수로서의 자존심은 뭉개진다.

신기한 일은 오노가 퇴물 취급을 받던 타자였고 그가 상대하던 투수들은 각팀의 에이스급들이었는데도 오노가 야쿠르트의 대타 전문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투수들은 오노에게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는 사실이었다. 오노의 기록을 보면 1994년의 OPS(출루율 + 장타율)은 0.725, 95년의 OPS는 0.782, 96년에는 무려 0.917을 기록했다.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이대호가 2015년 일본 최강의 용병으로 활약하여 기록한 OPS가 0.892였다. 풀타임 출전한 이대호와 달리 오노의 경우는 대타로 뛰면서 출전한 몇십개에 불과한 타석을 뛰면서 그만한 기록을 남겼으니 문자 그대로 단 한번의 타석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오노의 직구에 대한 집념이 그만큼 남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타로서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겠다고 벼르는 오노야말로 진정 무서운 늙은 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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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남은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직구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오노와 같이 야쿠르트에서 활동했던 포수 후루타 아츠야는 오노에 대하여 "직구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야구에 '절대로'라는 말은 없지만 오노는 직구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그가 삼진을 당한 것은 투수가 아예 직구를 안 던지고 변화구만으로 삼진을 잡은 경우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직구에 대해 무서운 승부욕을 보였다. '직구를 노려서 친다'고 하면 말이야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먼저 직구를 가려낼 수 있는 선구안은 기본이고 직구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배트를 전력으로 휘두를 수 있는 결단력도 필요한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따를 풀스윙할 수 있는 단호함, 그것이 바로 늙은 맹수의 마지막 무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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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환대를 받는 오노. 그의 좌우명은 "새로운 인생, 매 타석마다 풀스윙."
 

아무리 독종이라 해도 세월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오노는 부상이 심해져 결국 대타로도 활약할 수 없음을 깨닫고 1998년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자신에게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준 노무라 감독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제2의 인생도 대타로 뛸 때처럼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했다. 전설의 야리 오노는 은퇴 후 식당 경영에 뛰어들었다. 경영에 대한 기초 수업을 받고 준비를 착실하게 한 끝에 2003년 한국식 양념갈비집을 개업하였으며 2016년 현재까지도 꾸준히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현역 당시 단 한번의 타석도 소홀히 하지 않은 남자는 식당 경영에서도 소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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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유지 (앞줄 한가운데)


세줄요약
1.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한다면 남은 인생에서 전력을 다하라.
2.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대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하나에 집중하여 승부를 걸어라
3. 과거를 후회한다면 지금부터의 남은 인생을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