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안목이 무섭다면, 숫제 안목조차 없는 것은 허망하다.


다만 좋은 데가 있다면, 그곳에는, 거리낌 없이 보세를 살 수 있는 자유와, 패미게이들 사이에서 정신승리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오늘도 보세쟁이는 최저시급에 한참 못미치는 편의점에 나간다.


 술취한 일용직 노동자와 김치녀들의 뒤치다꺼리를 한다. 얼마 안되는 푼돈으로 옷과 술과 여자를 찾기 위하여보세쟁이는 브랜드를 포기한다


 소위 말하는 디자이너 의류들의 아름다움도 잘 모르겠거니와, 원단의 질이나 마감의 퀄리티 따위를 따져보기엔 당장 친구들과 먹을 소주 한잔과 찌질한 자신이 김치녀의 보짓내음이나마 맡아볼 수 있을 클럽자금이 급하다.


 결국 불쌍한 보세쟁이는, 그만 브랜드의류는 팽개쳐 버리고, 예대로의 아보키, 키작남으로 달려가서, 한 해의 풀착장을 사고 만다.


 물론 정상인의 구매력과 안목을 가지고서도 애미없는 가격의 국내 의류브랜드들에서 아이템의 옥석을 가리기 힘든 판에, 보세쟁이만을 나무라는 건 아무래도 너무하다.

 그래서 spa브랜드가 있다. 동대문 양아치들 틈바구니에서 옷을 사려고 내가 왔던가 똥을 사려고 왔던가를 가슴 쥐어 뜯으며 괴로워하는 찌질이들을 위하여, 다양한 종류의 옷들을 보세와 별반 차이없는 가격에 내놓는다.


 하지만 보세쟁이의 눈에 비치는 spa브랜드의 옷들은 명품st로 무장하고 짧은 기장과 코르셋스타일의 셔츠, 레깅스를 방불케 하는 바지핏을 보여주는 보세템들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다.

 

 “패미게에서 보세입는 인간들은 까인다 하오전해 듣게 된 그 흉한 소식. 보세쟁이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짐승이었다. 그때, 패미게에서는 유동닉으로도 분탕을 칠수 있다는 정보가 들렸다. 막다른 골목에서 얼이 빠져 주저앉을 참에 난데없이 밧줄이 내려온 것이었다. 그때의 기쁨을 그는 아직도 간직한다.

 

새벽의 패미게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한 패미게이들이 있고, 보세쟁이는 게시판으로 들어가 분탕글을 쓰기 시작한다. 앞에 앉은 패미게이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보세쟁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곳에서 옷을 사시겠소?"

 

"아보키"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게이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아보키도, 마찬가지로 보세쇼핑몰이요. 싼마이 원단과 안목종범좆병신들이 우글대는 쓰레기통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토모나리"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ㅍㅌㅊ의 기회를 왜 포기하는 거요?"

 

"키작남"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게이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각종 의류브랜드들에서는, 여러분을 위한 시즌오프령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가성비 좋은 의류를 가지게 될 것이며, 정상적인 안목의 게이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패미게이들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빈티지브라더스"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게이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보세 생활에서, 보세팔이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패미게는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앞으로 평타치는 안목으로 의류구매 활동을 할 것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멋남"

 

고닉 게이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게이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보세쟁이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아까부터 그는 설득하는 게이들에게 보세 안사면 명품된장남에 불효자란 말을 되풀이하면서, 지금 다른 분탕종자글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도 정신승리를 시전하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 아보키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백화점까지 입점했다지만 막연한 얘기요. 일정한 퀄리티가 보장되는 브랜드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보세 사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보세사다 집안 기둥뿌리 뽑아먹은 다음에야 브랜드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맘에드는 브랜드의류나 디자이너 의류 디자인들 돈 안내고 날로 먹다가 갑자기 제돈주고 사기 아깝다는걸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브랜드 의류는 ㅍㅌㅊ가 있습니다. 김치맨은 무엇보다도 ㅍㅌㅊ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보세의류들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 겁니다. 김치맨은……"

 

"허밍슈퍼"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애국보수 일베의 한 게이를, 한번 빨면 민주화 되버리는 원단에 되도 않는 허리라인 셔츠로 폰팔이가 되버리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제이브로스"

 

"당신은 편의점알바로 연명하는 일베인입니다. 패미게이들은 지금 당신을 계몽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같은 값으로 ㅍㅌㅊ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렵니까?"

 

"붐스타일"

 

"보세쟁이일수록 열등감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멀쩡하게 브랜드 사는 사람들을 까야겠습니까? 열폭한다고 말이지요.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게이들은 살 것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형으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패미게의 품으로 돌아와서, ㅍㅌㅊ 룩을 배우는 패미게이가 돼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동정심이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병신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보세를 버릴 경우에, 전적으로 옷에 대한 기본개념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보세쟁이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조군샵"

 

설득하던 게이는, 손에 들었던 ㅍㅌㅊ브랜드 목록으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게이들을 돌아볼 것이다. 그 게이들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책상 위에 놓인 명불허전 보()빨명록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울음은 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