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의 성향을 설명하자면 중도보수에 가까운 성향이고
항상 새누리당에만 투표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그렇고 (가장 큰 이유는 안보문제)
새누리당 내에서도 원론적으로는 박근혜쪽보다는 이명박쪽에 훨씬 더 가까운 성향이다. 단순 보수보다는 실용주의를 선호한다.
시기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략 2005년 말쯤이었던거 같다.
당시 서울 시장이던 이명박이 내가 다니던 대학으로 강연을 온 적이 있었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이명박은 그때부터 이미 대선에 관해서 대세론이 확고했다.
이명박이 우리 학교에 강연 왔던 시기는 지방균형발전과 행정수도이전이라는 이슈가 여전히 들끓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명박은 언론을 통해서 행정수도이전 계획에 전면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서울시장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입장이었기도 했겠지만 꼭 그렇지 않았더라도 행정수도이전 반대가 본인의 소신에 일치했을 것이다.
당시 강연에서도 이명박은 자신의 생애와 서울 시정 얘기에 더해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 때 한 얘기가 서울이 지금 속도로 발전한다면 머지 않은 시일내에 경제규모로 세계 5위 이내로 드는 초우량 도시가 될거라는 얘기였다.
행정수도를 하게 되면 이러한 경쟁력이 상쇄될 것이라고 했다. 대체로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모든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몇몇 학생의 질문을 하던 와중에 나도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 때 아직 어리긴 했지만 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도 될지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예민한 질문으로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서울의 경제규모가 앞으로 5위 안에 들거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 시민으로서 정말 뿌듯합니다.
그런데 서울만 집중적으로 발전해 서울 한 도시만 5위 안에 드는 것보다는
서울 외에도 여러 도시들이 함께 발전해 가령 20위권 안에 여러 도시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국가 전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이로운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라고 질문을 했다. 나름 질문에 조리가 있었는지 강당 안의 학우들이 '오오~'라며 반응했었다.
참고로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그냥 이명박의 구체적 생각을 듣기 위해 질문한 것 뿐이다. 나는 당시도 행정수도이전은 결사 반대 입장이었다.
이어지는 이명박의 답변시간. 이 때 앞 질문들에 답을 마치고 내 질문에 답할 차례가 되자 이명박 당시 시장이 이런 말을 했다.
"다른 학생들의 순수한 질문과는 달리 학생스럽지 않은 정치적인 질문입니다." 라고 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 질문이 순수하지 않다고? 학생스럽지 않다고?
학생이라면 더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와 관련한 이슈에 꾸준히 의문을 가져하지 않는가?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이어진 MB의 대답은 참으로 걸작이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각 도시들은 자기만의 특색과 잠재력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것이지
모두가 서울처럼 경제적 규모를 키우는 방향 일변도로만 성장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볼때 좋지 않습니다.
관광도시라면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문화도시라면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공업도시도 중화학공업, 제조공업 등으로 더 구체적인 특색을 가지고 발전해갈수록 도시의 경쟁력도 더 커지고 국가발전에도 보탬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지방으 특색에 맞지도 않게 공기업을 인위적으로 옮기고 서울의 행정부를 모두 옮겨가는 것이 과연
해당 이전지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지 몰라도 국가 전체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지방 발전은 경제적 규모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지역성을 우선해야 합니다."
이 대답을 듣고 나니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이 나왔다.
조금의 가감도 필요하지 않은 완전무결한 답변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해 그렇게 소신있고 조리있게 핵심만을 추려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나니
간단한 질문에도 동문서답하는 다른 정치인이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한가지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태도는 분명 리더로서 걸림돌이 될 거라고 보였다.
당시 서울 시장으로서는 유례없는 정치적 반대(버스개편, 청계천들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의 조직적 반대 시위 등)를 겪어본 경험이
아마도 그런 선입견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반대를 무릎쓰고 일을 추진한 결과 그 주요 사업들이 매우 크게 성공한 업적이 되자 이런 선입견은 독선으로 굳어버린듯 했다.
이런 선입견으로는 생산적인 소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건설적 취지의 반대의견을 정치적, 소모적 반대의견과 동일시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봤다.
나는 여전히 MB가 전반적으로 훌륭한 지도자적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한계가 결국 이런 훌륭한 자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사례가 아주 많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PS. 차차기는 오세훈이 대통령됐으면 좋겠다. 오세훈찡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