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미래혁신 리더] '서번트 리더'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KB금융지주 회장 겸임)을 설명할 때는 항상 ‘상고출신 천재’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그는 광주상고를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었다. 뒤늦게 주경야독으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사·행정고시에 연달아 합격했지만 학내 시위 주도 전력을 이유로 공무원 임용에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국내 한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02년 국민은행에 합류, 지난해 국민은행의 수장 자리에 까지 올랐으니 천재라는 별명이 붙을 만도 하다. 틈틈히 외국어 공부에도 매진해 영어와 일어 실력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하지만 윤 행장이 KB 임직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유가 그의 탁월한 두뇌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금융계에서 ‘덕장형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행장님이 부행장이셨을 때 제가 업무보고를 마치고 집무실을 나왔더니 글쎄 부행장님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오시더라구요. 문이 닫힐 땐 먼저 인사까지 해 주셨구요. 그 분으로서는 몸에 밴 겸손함과 배려였어요.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선배님이시죠.”(국민은행 팀장급 직원)

윤 행장은 업무능력이 좋은 데다 겸손한 자세 때문에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그는 직급을 막론하고 전 사원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의견을 구한다. 진심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요구를 경청하고 구성원을 돕는 사람이 결국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윤 행장의 리더십은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과 닮았다.
올해 초 여의도본점 강당에서 진행된 ‘KB금융그룹 CEO와 직원과의 만남’ 행사는 윤 행장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다.
윤 행장은 당시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직원 100여명과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2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업무나 금융시장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얼굴 붉힐 만한 날카로운 질문까지 나왔다.하지만 그는 진솔하게 답변했고, 급기야 자신의 개인사까지 풀어놨다고 한다. 초반에는 직원들도 긴장했지만 윤 행장의 진지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고나서는 마음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논의하는 등 점차 의미있는 자리로 바뀌어갔다는 후문이다.
윤 행장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진행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고 은행장 후보'로 꼽힌 바 있다. 업계에서도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으로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사퇴한 만큼 국민은행의 내부 결속과 직원 사기 회복을 위해서는 윤 행장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했다고 평가한다.
연초 시무식에서 윤 행장은 "올해를 신바람 나는 일터 만들기, 행복한 바이러스가 넘치는 조직 문화 만들기의 원년으로 삼자"며 사기진작과 일터에 대한 자부심 회복을 급선무로 꼽았다. 직원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5개월째 된 시점에서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시끄러웠던 조직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리더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며 “직원들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KB 주인이란 의식도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취임식 때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얘기한 바 있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은 지킨다는 이 사자성어에서 윤 행장의 겸손한 리더십을 KB를 넘어 금융시장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