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김현태(24)

 

초중학생때는 나름 공부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한 그였지만, 고등학생때 왕따를 당하고 난 이후부터는 대인기피증이 생겨 밖에도 나가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똥만드는 기계일뿐이다.

어릴때는 주변의 칭찬을 들으며 의대를 노리던 그였지만, 고등학생때부터 점차 운지한 성적에 맞춰 지금은 지잡대에 다니고 있다.

사실 대학을 다니고 있는것도 아니다. 1학년 1학기를 다니다가 동기들과 친해지지 못해 2학기 휴학을 하고 지금은 등록만 해놓고 학교는 나가지 않고 있다.

다행이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평일 아침에는 그나마 눈치보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이 오시는 저녁 시간때에는 딱 맞춰서 피시방으로 향한다.

하루하루 씹창인생을 살아가는 현태에게 삶이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자살을 할 용기조차 없는 그는 그냥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으며 살고 있다.

 

그런 현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역시나 그날 아침도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일베나 하던 현태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집에 친척들이 오신다는 것이다. 부모님도 마침 휴일이라 일을 나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짜 감각이 없는 히키코모리 현태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어찌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기회는, 우연한 시간, 장소에서 만나 얻는다.

 

1.현태는 우선 피시방으로 향했다.

 

 

 

현태는 피시방에서 중학교 친구를 만난다. 대중, 예전엔 정말 많이 친했던 친구이다. 하지만 앳된 모습은 없어지고 골격이 잘생긴, T자가 잘 보이는 멋진 남자가 되어있었다. 히키코모리 경력 3년인 현태에게 갑자기 닥쳐온 시련이었다. 인사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치려는 찰나에 친구 대중이가 말을 걸었다.

"야! 현태야! 오랜만이다! 너 현태맞지?"

대중이는 외형은 변했을지라도 성격은 그대로였다.

다시금 현태는 대중이와 친해질 수 있었다. 게임을 같이 하고 헤어지면서 대중은 현태에게 내일은 같이 까페에서 서로 옛날 얘기를 좀 하자고 했다.

 

현태는 이제 히키코모리 탈출 가능성과, 동정 탈출 가능성, 사회생활 시작의 가능성을 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현태는 백수이다.

 

 

 

2.현태는 친척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큰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인사드렸다. 큰아버지는 현태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한다. 현태는 잔소리일 거라 생각해, 피시방에 가지 않은것을 그제서야 후회했지만, 예상과 달리 잔소리가 아니었다.

"현태야 혹시 너가 생각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 와서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지 않겠니?"

큰아버지의 장인어른이 B사의 회장님이란 것을 이제야 기억해낸 현태였다. 작은 일부터라니, 아직 확신하긴 어렵지만,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같이 듣고 계셨다.

"하지만 정말 실험적인 부서라 잘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큰아버지가 말하셨다. 하지만 현태는 왠지 오늘이 휴일이란것을 까먹은 것, 그리고 도망치지 않고 집 안에 있었던 것, 큰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 모든 사소한 일들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볼꼐요..."

 

현태는 백수생활을 끝마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 탈출선언은 아직 이르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수도 있다.

 

 

 

3.현태는 오랜만에 까페로 향했다.

 

 

 

피시방을 가는 것도 좋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라 좀더 적막한 곳에 있고 싶었던 현태는 상가 구석에 있는 까페로 향했다.

평생 까페에 와본적이 몇번 없던 현태는 카운터에서 윽엑거릴 뿐이었다.

"그럼 아메리카노 라떼 스무디 중에 고르시는게 좋아요"

한창을 윽엑거리고 있을 때즘, 알바생이 사근사근하게 선택지를 줄여 주었다.

"그럼.. 에스프레소 주세요" 하지만 자존심에 마치 까페를 많이 와본 사람처럼 주문할 것을 깜빡했다가 기억난 것처럼 급하게 주문했다.

...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알림벨이 있어 말하지 않아도 나갈 수 있었는데도 알바생은 굳이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에스프레소를 본 현태는 표정관리를 할 수 없었다. 에스프레소의 정체도 모르고 시킨 현태는 코딱지만한 양의 커피를 보고 당황했기 때문이다.

"손님, 마음에 안 드시나요? 바꿔드릴까요?"

어버버...하고 있는 현태에게서 알바생은 미안한듯 다시 커피를 가져가려 했다.

그러다 그만 현태의 바지에 커피를 쏟고 만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현태는 까페에 온것을 후회하며 역시 피시방이나 갈 걸 하고 있었다.

"제가 지금은 현금이 없어서.. 바지는 유니폼이라..이 번호로 전화 주시면 제가 세탁비 드릴께요, 정말 죄송합니다..."

현태는 뜻밖에 전화번호를 얻었다. 왠지 좋은 예감이다, 바람을 탄 종이비행기처럼 흐르는 대로 모든게 자연스러웠다.

"...."

 

현태는 동정 탈출의 가능성을 얻었다. 카페 알바생의 전화번호와 카톡, 이름, 페이스북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잘 될지는 미지수이다. 반응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여성 혐오증에 걸릴 수 있다.

 

 

 

4.현태는 구석진 놀이터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피시방에 갈 생각이긴 했지만, 왠지 좋은 운치에 놀이터로 잠시 발길을 돌렸다. 어린아이였던 자신은 커서 이렇게 되리라 예상했을까?

그곳에서 옛날 어릴때 생각을 하며 추억에 젖어있을때 즈음, 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다가왔다.

"현태야, 오랜만이야."

...?누구지?.... 아, 중학교 다닐때 잠깐 사귀었던 미현이였다.

"오랜만이야...너..결혼했구나..."

"응..친구들 다들 왔는데 너는 연락이 안되서 초대를 못했네 미안해.."

언제 결혼해야 지금 아이가 저 나이일까 현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땐 순수했던 그녀가 누군지 모르는 남편과 그...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잠시 메스꺼워질뻔 했다.

"너 아직도 여기 사는구나..음..잠시 차라도 한 잔 하고 갈래?"

...........................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현태는 아다를 떼게 된다, 하지만 피떡갈비, 범죄자가 될 수 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여전히 히키코모리, 백수라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혹시 미현이에게 용돈을 받게 될지도 모르지만, 관계가 계속되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5.현태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계속되라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그렇다. 지금껏 무서워서 자살하지 못했던 현태는 드디어 결심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태는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편안한 영원의 세계의 도달할 수 있었다.

 

 

 

 

 

현태의 오늘 어떤 일을 겪게 될까.

30분 뒤면 친척들이 오신다고 하신다.

현태는 행동했다.

 

 

 

기회는, 우연한 시간, 장소에서 만나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