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1969년 생) 폴 토마스 앤더슨(1970년 생)
이름도 비슷하고, 동년배에다가, 둘 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감독이고,
심지어 데뷔작도 똑같이 1996년에 만들었다.
그런데 이 두 감독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웨스 앤더슨 폴 토마스 앤더슨
[바틀 로켓] (1996) [리노의 도박사] (1996)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1998) [부기나이트] (1997)
[로얄 테넌바움] (2001) [매그놀리아] (1999)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2004) [펀치 드렁크 러브] (2002)
[다즐링 주식회사] (2007) [데어 윌 비 블러드] (2007)
[문라이즈 킹덤] (2012) [마스터] (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인히어런트 바이스] (2014 예정)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Mr. 폭스]는 일단 뺐는데, 둘이 영화를 뽑는 속도도 비슷하다.
어쨌든 이 두 명은 어떤 장르영화에도 포섭되지 않고, 독특하면서도 확고한 자신들만의 색깔을 갖고 있으며, 각각의 배우 사단이 있다.
웨스 앤더슨의 경우에는 오웬&루크 윌슨 형제, 빌 머레이, 애드리안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틸다 스윈튼 등이 있고
폴 토마스 앤더슨의 경우에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죽음), 필립 베이커 홀, 존 C 라일리, 줄리안 무어, 그리고 아마도 호아킨 피닉스 까지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때로는 조연이나 까메오로 써버리면서, 신인을 주연으로 기용하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이 둘의 색깔이 엄청나게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거다.
내가 봤을 때에는 각각 세 번째 영화까지는 무난한 행보를 보인다.
특히 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과 PTA의 [매그놀리아]는 공통적으로 비정상적인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부터 이미 자신들의 색깔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 두 영화는 비교해서 봐도 좋을 듯하다.
이후 각각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과 [펀치 드렁크 러브]를 만들면서, 뭐랄까 쉬어간다고 해야되나, 암튼 나름의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드디어 웨스 앤더슨 특유의 아기자기 하면서도 대칭 강박적인 미쟝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연출 기법이야 나는 잘 모르니 더 할 말 없으나, [다즐링 주식회사]의 인도, [문라이즈 킹덤]의 외딴 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유럽 등
공간적으로 자신의 영화적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간다.
반면 PTA는 [데어 윌 비 블러드]라는 엄청난 걸작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19세기 후반~20세기 후반을, [마스터]에서는 세계대전 직후를 다룸으로서 시간적으로 확장되었다.
차기작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는 1970년대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즉, 웨스 앤더슨은 '비정상적 가족관계'라는 주제로 '어떠한 장소 속의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폴 토마스 앤더슨은 '탐욕적이지만 고독하고 나약한 인간'이라는 주제로 '역사적 시간 속의 인간 개인'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어 각각 영화음악, 촬영방식 및 화면 비율, 색감, 세트 구성 등등이 달라지면서 감독 고유의 개성이 갖춰지게 된다.
아 씨발 내일 모레 개강이라 개빡쳐서 두서없이 썼다. 좆같네.
아무튼 추석연휴에 날을 잡아서이 두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보길 바란다.
둘 다 촉망받는 젊은 감독들이고, 이미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들이기 때문에 결코 시간낭비한다는 생각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초기작부터 차근차근 보는 걸 추천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떠한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 갖춰져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