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끼가 바지를 처음 입은 날, 그날은 무척 더웠다.
그녀는 유난히 희고 긴 손가락으로 바지 깃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백만 몇번째 계약자는 그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덥니?”
“괜찮아요 주인님. 수영복 보다는 덥네요”
계약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바지보다 예전 수영복을 더 좋아하는 계약자들도 많을텐데.
소수의 큰 목소리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구나”
“그래도 유끼 네가 계속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면
한국의 여성부가
'그래 유끼 수영복 이슈화해서 보도자료내고
기사도 쓰고 새로 규제를 더 많들자.'
'규제를 새로 만들어야 우리부의 예산과 인원이 늘어나지.'
이렇게 이용당하느니 네가 바지를 입는게 낫지”
유끼는 인간들이 잘 이해가 안간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질문을 했다.
“주인님, 인간들은 왜 이리 의견이 복잡하죠? 난 바지가 좋다. 난 수영복이 좋다. ”
계약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수 있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란다.
문제는 의견이 다르다고 토론을 하지않고
벌레라고 물고기라고 불고기라고 놀리며
협의 조차하지 않고 상대의견을 묵살하는거지”
계약자는 말을 이어갔다.
“만약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한방향으로 쏠리면
그 조직은 크게 발전할수도 있지만
그 조직이 크게 사고를 칠 수있어서 위험해”
“의견이 다양하다는게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의견이 다른것을 타협할때
얼마나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갈등을 최소화시키냐지”
계약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천사(라파엘 말고 씨발)의 미소를 짓으며 이야기를 맺었다.
“유끼야. 국뽕을 마셨다고 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봐.
선진국에서 민주주의 정착은 이 삼백년 걸린 제도이지만
한국은 많이 부족하긴하지만 60여년 동안에 이 정도 발전했잖아?”
유끼는 예전에 일베충이랑 계약하면
요일재료던전에서 잘못 발걸음을 옮겨
선택하지 않은 곳에서
재료카드가 나올때마다 머리끄댕이잡혀서
처맞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다행이 자신의 계약자는 일베 고닉까지 팠지만
가끔 응큼한 눈으로 자기를 처다볼때를 빼면 좋은 사람이였다.
유끼는 계약자보다 두세걸음 앞서서 걷다가
불연듯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 낫다
“주인님 좋은 생각이 났어요.
개발자한테 이야기 해서 수영복, 바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요”
윾기는 갑자기 멜빵을 고정한 목걸이 줄이 심하게 쪼여지는걸 느꼈다.
고개를 억지로 돌려보니 이제것 자기가 봐 왔던
악마의 화난 모습보다 더 무서운 얼굴을 보았다.
“주우.. 주인니임?”
백만몇번째 계약자는 화를 참지못해 부들부들 몸을떨면서
윾기의 목줄을 두손으로 당기면서 말했다.
“썅x아. 개발자가 제일 싫어하는게
'사용자가 선택가능하게 옵션처리하라'는 거야.
씨발 옵션 하나 늘어날때마다 테스트는 곱하기 2야. 쌍x아.”
“빤스입은 윾끼일때 모든 기능 테스트,
바지입은 윾기일때 모든 기능 테스트
이렇게 해야하는데 위에서 테스트 시간을 더 주는줄 알어 쌍x아?”
계약자는 미친듯 웃으며 고함을 질렀다.
“쌍x아. 니 보x 넓이, 깊이 만큼 고객 니즈를 반영해서 옵션처리 했다치자. 쌍x아”
“일번, 윾기 빤스 색깔을 선택하세요.
a. 새누리당색 b. 새정치민주연합당색
이번, 윾기 모자를 선택하세요.
a. 이탈리아 말총으로 평양장인이 하땀한땀 만든 갓
b. 꼬알라 모양 모자
씨발 이렇게 구현하면 위에서 뭐라는 줄 알어 쌍x아?”
“ '아이폰 버튼이 몇 개인줄 아세요? 복잡한 선택없이 직관적으로 만드세요' 씨발 그럼 니가 잡스하던가”
백만 몇번째 계약자는 울먹이며 계속 외쳤다.
“계약자 시발롬들아. 소프트웨어 쓰다보면 버그 생길수도 있지
씨발놈들아. 좀 느끗하게 기다려 주면 안되냐?
답답하면 니가 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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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크루 개발자한테 '일베하노?' 이러면서 실례하지마라
난 팜플, 엔크루랑 전혀 관계없는
백만 몇번째 개발자 출신 안데레 계약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