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까운 곳에 작은 월세라도 들어 살고 싶다.'
무현이는 하루종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피곤해진 몸을 책상 의자에 뉘여 쉬고 있다.
그는 배가 고프다.
"....피자 먹고 싶다 피자 먹고 싶다 피자 먹고 싶다...."
분명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 앉아 있지만 어째선지 공허한 위장은 먹을것을 들이라, 요구한다.
문득 그는 지갑을 열어본다.
당연히 그 행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갑 안에는 배춧잎 한장은 커녕 푸른 이파리 한장 없던 것을 편의점에서 마지막 담배 한 갑을 사면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피자를 먹을 수 없는 현실을 다시금 곱씹으려 할 뿐이었다.
현실은 쓰다.
쓴건 몸에 좋다고 했던가.
'순 거짓말쟁이들 이야기로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쉬면서도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다시 눈길을 돌린다.
오늘은 이벤트의 마지막 날이다.
즉, 내일은 게임이 업데이트를 하는 날.
커뮤니티에는 패치노트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그는 속으로 그 말을 되뇌었다.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끝, 다시는 돌아 오지 않을.
'그래.... 마지막이다.... 마지막.... 마지막....!'
그의 눈에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맞아....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 끝이다. 이번만은 진짜야. 이걸로 끝이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의 화면을 이벤트 뽑기를 위한 페이지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아끼고 아꼈던 현금 재화를 써 뽑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을 것 같다. 한 번으로 모든게 이루어 질 수 있을거야.'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의 희망은 헛된 바램일 뿐이다.
세번.... 네번.... 다섯번....
순식간에 적지 않은 양의 현금 재화를 쏟아부은 그는 이윽고 스마트폰 액정을 노려보았다.
원하던 것이 뽑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왼쪽 구석의 글귀가 보였다.
'재시도 30% 할인'
움찔하던 그는 무언가에 순간 미쳐버린듯, 충전 페이지로 화면을 이동시켰다.
지폐 한장 없던 지갑에서 황급히 체크카드를 꺼내들어 그의 월급 통장을 이용해 결제를 한다.
'이번엔 진짜다.... 마지막이야....'
....
"무현아, 저녁 먹어."
방문 밖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한달치 용돈을 모조리 써버린 그의 귀에는 닿지 못한다.
"결국 한낱 데이터 조각일 뿐이다...."
그는 실소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내뱉은 칼같은 말이었지만,
도리어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가슴을 푹 찌르는 말이었다.
데이터 조각 따위에, 자신의 한달 용돈을.
그 돈이면 그가 평소와 다르게 먹고 싶었던 피자를 몇 일이고 질리도록 먹을 수 있었다.
그 돈이면 저녁을 권하는 방문 밖의 목소리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행복한 저녁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 돈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