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이에게.
글쎄...
뭔가 100%다...라고 단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나를 콕 집어서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빙빙 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 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더 우습고 오해의 소지만 더 쌓이니까,
어떻게든 직접적으로 나의 생각을 너에게 이야기 해볼께.
언제였을까?...아마 내가 스펙테이터를 시작하기 얼마 전 즈음에 이런 저런 인연으로 서로 알게 되었지.
우연찮은 기회였지만 우리 친구들과 함께 만나게 되었고, 즐겁게 옷이야기로 신나게 웃고 떠들고...
그러면서 금새 우리 친구하자! 라고 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해.
당시에 너는 고아웃이란 까페를 만들었다고 했었고, 기존에 니가 있던 어떤 커뮤니티에서 특정 스타일만 숭배하고 다른 것들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태에 너무 진절머리가 나서, 더 편안하고 넓은 의미의 캐주얼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했었어.
"어떤 격식없이 그냥 마구 입는 게 바로 캐주얼 아니야?"라고 했던 말에 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좋다고 느꼈지.
내 성격 상 어떤 커뮤니티 가입이나 활동 같은 것은 관심이 없지만, 나도 가입을 했고 종종 재미난 글들을 보면서 즐기는 공간이 되었지.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대단한 활동을 한 것도 없지만 말야...
아마 내가 직접 올린 글은 가입 직후에 썼던 간단한 인사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그냥 이런 저런 글에 덧글 정도만 달었던 것 같아.
왜냐하면 나는 내가 만드는 브랜드가 있으니까 굳이 억지스런 홍보나 애매한 광고로 쑥스런 행동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거든.
너도 마찬가지로 니가 만든 까페가 다양한 브랜드들의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을 별로 달아와 하지도 않을 것 같았구.
아무튼 그냥 나는 종종 올라오는 구경하고 얼굴을 아는 몇몇 친구들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보는 것이 즐거웠으니까 재미있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까페를 리딩하는 몇몇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금 거부감이 생기는 분위기로 전체를 이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이게 진리이고 정답이고 완전한 것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더라구...
내 생각엔 그 분위기들이 오히려 어떤 특정 몇몇 사람들의 상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지경으로 가는 것 같았어.
아마도 그렇겠지. 거기 운영진들이나 혹은 그들의 아주 가까운 측근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나 브랜드가 슬슬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때부터 나는 조금 여기가 조금 이상하다... 처음의 의도와 뭔가 다르게 돌아간다... 라고 느끼게 되었고 어느새 구경도 잘 안하게 되었지.
가끔... 나의 고객분들이 올려주신 글들을 우연하게 보게되는 경우를 빼고는 말이야.
그런데 혹시 너는 내가 까페를 이용해서 뭔가 억지스러운 광고를 했다거나 부당한 이득이라도 취했다고 생각하니?
만약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건 정말 오해라고 말하고 싶어.
왜냐하면 나는 어떤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가 홍보가 되어 제품이 판매된다면 그건 정말 쑥스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나 실제로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그 덕을 봤다고도 충분히 생각하기 때문에 뭐라고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네.
고맙다고 말을 하고 싶어. 물론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지름신고'라는 단어에도 꽤나 거부감이 있었어.
마치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사서 사진을 찍어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이나 칭찬을 사기 위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들은 생산자로써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고객이 스스로 내린 선택과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커뮤니티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방해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으니까.
옷을 고르고 선택하고 입는 것은 정말 정말 즐거운 취미라고 생각해. 나로써도 쇼핑은 정말로 정말로 행복하고 재미있으니까.
아마 스스로 완전하게 판단하여 제품을 선택 할 수 있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거야. 그게 현실인 것 나도 알아.
하지만 자신이 선택이 올바른지 아닌지는 그 제품을 사서 직접 입고 느끼고 행복하거나 혹은 창피하거나 불편해봐야 알 수 있겠지?
절대 다른 누군가가 그건 정답이에요 혹은 아니에요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더군다나 그것이 우리가 예전에 말했던 캐주얼(?)이라는 카테고리라면 더욱 말이야.
정답이란게 딱히 없는 거 잖아.
이게 바로 니가 좋아하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나는 생각해.
그래서 아무튼 나는 스펙테이터의 제품이 지름신고라는 메뉴에 올라오는 것이 한편으론 조금 씁쓸하고 그랬어...
남에게(더군다나 온라인 상의...)인정받기 위해 제품을 구입하면 정말 스스로 즐기는 취미가 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온라인 상의 관계나 교류가 활발하니까 꼭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기 블로그에서도 나의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어.
옷은 그냥 옷이고, 너무 옷에 갇히지 말아 달라고... 아마 너도 동의하는 생각 아니니?
옷은 그냥 즐기는 거 잖아... 누구에게 허락받고 칭찬받고 꾸중 들으면 울고 하는 그런 부분이 되면 안되니까.
'진짜배기'라는 말...있잖아...
정말 그 단어의 의미가 니가 품고 또 담고 있는 카테고리의 브랜드들과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지 니가 좋아하는, 역사가 오래 된 브랜드의 로고나 레이블이 달려 있다면 그 제품은 정말 진짜배기가 되는 거야?
혹은 디렉터의 생각과 철학이 고증에 입각하여 어찌 어찌 만들어 낸다면 그게 진짜배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그 오래 된 브랜드들도 철저하게 상업적인(당연하지만) 전략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열심히 판매를 하고 있던데?
혹시 그 브랜드는 마케팅 방식이 너무 좋아서 판매는 관심 없고, 단지 인류의 빈티지 수호를 위해서만 제품을 만든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차라리 너 역시 그들의 멋진 마케팅에 철저하게 세뇌가 된 것은 아닐까?.....
물론 나도 그렇게 억지스럽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아.
나도 너무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브랜드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니가 진짜배기라고 좋아하는 브랜드들도 나 역시 정말 열렬히 사랑하는 브랜드 맞아.
다만 '진짜배기'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들의 그런 작업들이 좋은 거야.
내가 만들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니까 존경스럽고 또한 경외심이 일기도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좋은 제품을 만들고, 또 그것을 통해서 올바르고 정직한 상업 행위를 하는 것은 아마 누구라도 환영하고 존중할 거야 아마.
가격이 비싸고 싸고는 둘째 문제가 맞겠지?
사람마다 가격에 대한 입장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현실이니까.
그런데 니가 만든 그 진짜배기에 대한 기준은 그냥 내가 글로만 읽어도 너무나도 모순 덩어리야.
몇가지 종류의 원단과 부자재를 수입해서 거의 카피와 같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증과 분석을 철저히 한 제품이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고객들까지 철저하게 속아준다면...
하지만 설마 너까지 속겠니?
아마 넌 안속겠지.
그냥 스펙테이터가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
이유는 완전히 내가 알 수 없겠지만 충분히 싫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이 오해이든 진실이든 내가 설득을 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닐테니까.
하지만 너는 나의 옷을 몰라.
심지어 만져본 적도 없어.
사진을 통해서만 봤겠지.
왜 내가 지금의 스펙테이터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아마 모를테구...
내가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보낸 시간과 연구, 노력과 정성은 단 1%도 가짜가 아니야.
니가 니 세계에 빠져있는 것 만큼이나 나 역시도 같은 곳에 미친듯이 빠져있었고, 꽤 오래 전에는 완전히 미쳐있었으니까.
너무 미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고 굳게 믿었었으니까.
그런 과정이라면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결국 앞으로의 옷들은 어떻게 변해가게 될런 지를 나 나름대로 예상하려고 최선을 다 했어.
결국 시간이 흘러 나에게 진정으로 남아있던 옷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남이 아닌, 바로 나 스스로의 아카이브를 만들기로 한 것.
그게 나의 스펙테이터야.
내가 빠져있던 밀리터리, 워크 웨어, 빈티지 유니폼들... 그리고 존경하는 디자이너들의 제품들... 심지어 나이키, 아디다스 까지도...
그 모든 것들이 영원히 똑같은 모습으로 동시대를 이야기하며 조화 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
어떤 시기에는 그것들이 정말 멋져보이지만, 금새 그런 제품들은 그 시대를 연극하는 무대 의상이 되어 버린 다는 것도...
레플리카도 마찬가지로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작업이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의 작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제품들이 내가 바라는 어떤 부분을 대단히 충족시켜준 것도 아니었구 말이야...
그래서 나는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클래식한 아이템이지만, 그 과거의 유산을 나의 아이디어들로 온전히 재해석해서
전에 없던 안태옥만의 클래식을 제안하고 창조해서 다가오는 미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유구한 역사도 없고, 엄청난 아카이브도 없는 나로써는 80년대에 태어난 안태옥이란 사람이 내가 가진 전부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 스스로를 진짜배기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카테고리를 너로부터 부여받을 이유는 없어.
분명히 디자이너 브랜드가 맞지만 니가 비하해서 말하는 그런 '디자이너 브랜드'로 불리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세상의 모든 옷들이 전부 다 디자이너로 부터 만들어 진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을 거라 믿어.
니가 진짜배기라고 존경하는 모든 브랜드들의 제품들은 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을 너도 알고 있겠지.
그들이 광고하는 것 처럼 정성을 들여 꼼꼼하게 제품을 직접 생산하시는 분들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잖아...
너의 생각에 따른다면 디자이너라는 분야는 단순히 상술에 영혼을 팔아버린 양아치 장사꾼이고,
디자인은 하지 않고 자기네 아카이브에 담겨 있는 빈티지만을 고증하고 복원하면 디렉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는 과정은 고증을 하던 복원을 하던 디자이너의 작업이 들어간다는 것은 명백하지.
디렉터라는 단어와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아마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엄연히 다른 단어가 맞지만, 니가 말하는 맥락에선 디렉터도 디자이너이고, 디자이너도 디렉터야.
다만 스스로에게 어떤 호칭을 붙이느냐가 관건이지만 나는 그런 직함이나 호칭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너도 너의 까페를 멋지게 운영하니까 고아웃의 디렉터, 혹은 디자이너가 아닐까?
나는 아메리칸 캐주얼을 추구하거나 만들지 않아. 그리고 만들지도 못해.
나는 코리안이니까...아마도 굳이 장르를 붙여야 한다면 코리안 캐주얼을 만드는 디자이너겠지?
혹시 그 아메리칸 케주얼이라는 단어를 너 스스로는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있겠니?
무엇이 아메리칸 캐주얼인지 아마 사전적인 정의나 해석은 아마도 어딘가에 존재하겠지.
하지만 정말로 너 스스로 그것에 대한 정의를 전정으로 내릴 수 있다면, 나는 그냥 예전의 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스펙테이터가 거기에 속하는지 아닌지도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세치혀로 어떻게 고객들을 꼬셔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나의 고객들이 가장 잘 알겠지.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뭐라고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
챕터마다 컨셉을 바꿔서 이런 저런 유행에 편승하는 디자이너라는 말에도 굳이 답하지 않을께.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될테니까.
누가 진짜 흐름에 편승하여 대단한 상술로 고객들을 우롱했는지는... 아마 곧 진실이 밝혀질거라고 믿기 때문에 전혀 걱정 안해.
사실 더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반대로 대응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어.
나는 지금 너를 삐꼬거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내 성격대로 오직 직설적으로만 말했어.
그리고 그 까페가 어떤 권력(?)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감히 너에게 대들 생각도 못하는 것 같다고 느꼈거든...
하나의 브랜드가 어떤 커뮤니티 하나로 흥하고 망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제대로 된 브랜드가 아니겠지.
나는 니가 운영하는 까페의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어. 지금으로써는 말이야.
하지만 니가 생각하는 내 브랜드, 혹은 나에 대한 생각은 정말 별 거 아닌 미세한 방향의 차이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냥 웃고 넘어가도 무관한... 그냥 그런 생각의 차이는 세상에 얼마든지 많이 있으니까.
언젠가 얼굴을 보게 된다면 굳이 얼굴을 돌리게 되는 아이같은 생각은 별로 하기 싫다.
내가 너를 기분 나쁘게 했다면 그것도 물론 오해일 수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된다면 나는 사과하고 싶어.
옷은 그냥 옷이니까...
나도 물론 섭섭하고 화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야.
우리가 정말 옷이 좋아서 그런 거라면, 진짜 중요한 사람끼리의 소통이 더 간절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마 같을 거라 믿어.
=========================================================================================================
까페가 산으로 간다
매니저 새끼 나이어리고 못배워먹어서 그런가 개 편협하고 완장질 개쩐다
등등 이형 어쩜 내생각이랑 이리도 똑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