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 앞 떡볶이집에서 순대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궁금해짐.
근데 순대는 왜 이름이 순대지?

떡볶이는 떡을 볶으니까 떡볶이고 김밥은 김에 밥 싸니까 김밥인데 순대는 대체 ‘순’이 뭐고 ‘대’는 뭐냐 싶어서 집에 와서 찾아보기 시작함 ㅋㅋ
근데 찾아보니까 의외로 순대 어원이 확실하게 정리된 게 별로 없더라.
몽골어에서 왔다, 만주어에서 왔다, 북방 유목민 음식이다 이런 얘기는 많은데 정작 왜 하필 ‘순대’라는 발음이 됐는지를 딱 설명해주는 건 잘 안 보였음. 그래서 자료 이것저것 보다가 내가 하나 가설 세워봄.
결론부터 말하면
熏袋(xūndài) 쉰따이[훈대]→ 슌대 → 순대
아닐까 싶음.
내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국내에서 순대 어원을 熏袋랑 직접 연결해서 주장한 건 못 찾았음. 진짜 선행주장이 없다면 국내 최초로
일베에서 ‘熏袋 기원설’ 한번 던져보는 거임 ㅋㅋ
1. 음식 자체는 북방에서 온 계통인 건 맞아 보임
일단 순대 같은 음식 자체는 한국에서 갑자기 독자적으로 튀어나온 음식이라기보다 중앙아시아, 몽골 같은 북방 유목문화권의 창자 음식하고 연결해서 보는 게 자연스러움.
유목민들은 오래전부터 가축 잡으면 버리는 거 없이 창자에 피, 고기, 내장 같은 거 집어넣어서 익혀 먹었음. 몽골,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중국 북방에도 이런 식의 창자 음식이 많음.
그러니까 큰 흐름으로는
중앙아시아·몽골 등 북방 유목문화 → 중국 북방 → 한반도
이런 식으로 음식문화가 전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음.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음식의 기원하고 이름의 기원은 꼭 같을 필요가 없다는 거임.
음식문화는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쪽에서 왔어도, 한국에 들어올 때 이름은 중국 북방에서 쓰던 말이 같이 들어왔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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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옛날에는 ‘순대’가 아니라 ‘슌대’였음
이게 핵심임. 19세기 조리서 《시의전서》 보면 지금 순대에 해당하는 음식이 도야지슌대라는 형태로 나옴.
즉 지금의 ‘순대’를 갖고 어원을 찾을 게 아니라 원래 형태에 가까운
슌대부터 봐야 된다는 거임.
그러면 질문이 바뀜.
‘순’이 뭐냐가 아니라 ‘슌’이 뭐냐?
그리고 뒤의 ‘대’는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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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국어 熏(xūn) 발음이 ‘슌’하고 묘하게 맞음
중국어 熏은xūn이라고 읽고 뜻은 연기 쐬다, 훈연하다임.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훈’이니까 처음 보면 별 관계 없어 보임.
근데 내가 말하는 건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었다는 게 아니라
중국인이 말하는 걸 조선인이 귀로 듣고 음차했다는 가설임.
중국어 xūn은 실제 소리가 ‘훈’하고는 전혀 다르고 한국어로 억지로 옮기면 슌~쉰 쪽에 가까움.
그러니까 熏 xūn → 슌
이게 생각보다 별로 안 이상함. 그리고 熏 뜻 자체가 하필 또 훈연하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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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 ‘대’는 袋(dài) 아닐까?
여기서 갑자기 생각난 게 중국어 袋임.
袋는dài라고 읽고 뜻은 주머니, 자루, 뭔가를 담는 것임.
중국어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袋가 꼭 가방에만 들어가는 말도 아님.
예를 들어
脑袋 = 머리 眼袋 = 눈 밑 주머니
이런 식으로 신체에도 들어감.
옛날 표현 중에는 사람 몸뚱이를 아예肉袋
즉 ‘고기주머니’라고 비유한 것도 있음.
그러니까 중국어에서 袋라는 개념 자체가 뭔가를 담는 주머니 모양 신체구조 하고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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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찾아보니까 돼지 창자에 진짜 ‘肠袋’라는 말도 있음
이게 좀 신기했음. 중국 수의학, 해부학 자료 보면 실제로
肠袋 라는 용어가 있음. 말 그대로
肠 = 창자 袋 = 주머니임.
특히 돼지 맹장이나 결장에 있는 주머니처럼 볼록한 구조를 肠袋라고 부름. 물론 이게
“옛날 중국인들이 창자 전체를 그냥 袋라고 불렀다”는 증거는 아님.
근데 최소한 창자와 ‘주머니(袋)’라는 개념을 연결하는 게 중국어적으로 말도 안 되는 발상은 아니라는 거임.
실제로 돼지 장 구조에 肠袋라는 말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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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중국 소시지 만드는 방법 보면 더 묘함
중국 전통 소시지 腊肠라창 같은 것도 돼지 창자를 씀.
창자 안에 고기를 채워넣고 묶은 다음 말리거나, 지역에 따라 훈연하기도 함.
생긴 것만 보면 사실 창자로 만든 긴 주머니에 고기 집어넣은 거임.
그리고 그걸 훈연한다면?
熏 = 훈연하다 ,袋 = 고기를 담은 창자주머니
결국熏袋 라는 조합이 의미상 아주 황당하지는 않음.
즉 중국 북방 어느 지역의 방언이나 민간어에서 이런 걸
熏袋 혹은 비슷한 소리로 불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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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래서 내가 생각한 흐름
북방 유목문화권에서 창자에 피나 고기를 넣어 먹음
↓
이 음식문화가 중국 북방에도 퍼짐
↓
돼지 창자를 주머니처럼 써서 고기를 채움
↓
말리거나 훈연함
↓
熏 + 袋
↓
熏袋 xūndài
↓
조선인이 중국 북방 발음을 듣고 음차
xūn → 슌
dài → 대
↓
슌대
↓
나중에 발음 변화
순대
이거 아니냐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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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존에 떠도는 어원설보다 내가 이게 더 끌리는 이유
인터넷 보면 순대 어원으로 몽골어니 만주어니 별 얘기 다 있음.
근데 자세히 보면 그냥
“어떤 외국어 단어 발음이 순대랑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도 많음.
반면 이건 최소한 서로 연결되는 게 꽤 많음.
熏(xūn) = 슌하고 발음이 비슷함
熏 = 실제로 훈연이라는 조리법임
袋(dài) = 대하고 대응 가능
袋 = 내용물을 담는 주머니라는 뜻
중국어에서 신체에도 袋를 씀
돼지 창자의 주머니 구조를 실제로 肠袋라고 부름
중국 북방에도 창자에 고기 넣고 말리거나 훈연하는 음식이 있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옛 한국어에
‘슌대’라는 형태가 실제로 남아 있음.
그래서 그냥 소리만 비슷한 단어 하나 찍은 건 아니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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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근데 여기서 생각해보니까 더 소름인 게 ‘ㅐ’ 발음임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또 궁금해짐.
근데 옛날 사람들도 ‘대’를 지금 우리가 발음하는 ‘대’처럼 읽었을까?
그래서 한국어 옛 모음 발음을 찾아봄.
근데 국립국어원 국어 어원사전 편찬 자료를 보면
근대국어 후반 이전의 ㅐ는 [aj] 계열의 이중모음이었고, 이후 [ɛ] 계열의 단모음으로 바뀐 것으로 설명함.
쉽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발음하는 '대'보다 옛날의 ‘대’는
모음 구조상 다이(dai) 쪽에 훨씬 가까웠다는 거임.
여기서 다시 중국어를 보자.
袋 = dài
중국어로 실제 발음하면 한국인 귀에는 대충 따이 비슷하게 들림.
그런데 옛 한국어 ‘대’의 'ㅐ'도 , ㅏ+ㅣ, 즉 /ai/ 계열이었다면
이게 그냥 dài → 대 가 아니라 당시 소리 기준으로는
dài → dai 계열 인 셈임.
즉 현대 한국어만 보고
“쉰따이가 어떻게 슌대가 됨?” 이라고 생각하면 차이가 커 보이는데,
옛날 한국어 발음으로 다시 돌려놓으면
xūn dài
↓
슌 + 다이 계열
↓
슌대
가 되면서 발음이 갑자기 훨씬 가까워짐.
그리고 이걸 생각하면 19세기 문헌에 남아 있는 ‘슌대’라는 표기 자체도 다르게 보임. 우리는 지금 ‘슌대’를 현대 한국어 발음대로 읽으니까 그냥 슌대라고 생각하지만,
이 단어가 더 이전부터 내려온 말이라면 당시 발음에서는
xūndài에 가까운 음가를 더 많이 보존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거임.
즉 19세기 문헌의 ‘슌대’가 현대 ‘순대’의 촌스러운 옛 발음이 아니라,
오히려 외래어가 처음 들어왔을 당시의 중국어 원음을 비교적 충실하게 남겨놓은 흔적일 수도 있다는 거임
특히
xūn → 슌
뿐만 아니라
dài → 대(/ai/ 계열)
까지 같이 맞아떨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큼.
물론 여기서 주의할 건 하나 있음.
19세기에는 이미 ㅐ의 단모음화가 상당히 진행된 시기라서 《시의전서》가 쓰일 당시 사람들이 무조건 ‘슌다이’라고 발음했다는 뜻은 아님. 내가 말하는 건 그보다 앞서 이 단어가 중국어에서 들어왔다고 가정했을 때 ‘슌대’라는 오래된 형태가 xūndài라는 원래 발음을 상당히 가깝게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임.
오히려 현대의순대 보다
옛 형태인 슌대쪽이 중국어 **熏袋(xūndài)**하고 발음상 훨씬 가까움. 이 부분 찾아보고 개인적으로 좀 놀랐음.
처음에는 “熏이 슌이랑 비슷하네?”
정도였는데, 뒤의 **袋 dài와 옛 ㅐ의 /ai/**까지 겹쳐버림.
그러면 발음 구조가 거의
熏 xūn → 슌 , 袋 dài → 대(dai 계열)
이렇게 두 음절 모두 설명되는 셈임.
여기까지 썼다고
“순대 어원 100% 熏袋 확정”
이런 소리 하려는 건 아님.
제일 필요한 증거가 아직 하나 없음.
옛날 중국 북방에서 실제로 이런 음식이나 창자를 熏袋라고 불렀다는 기록. 명나라, 청나라 때 문헌이나 산둥, 허베이, 랴오닝, 만주 쪽 옛 방언사전 같은 데서 熏袋 또는 발음이 거의 같은 음식명이 하나라도 나오면 이 가설이 확 세짐.
현재 단계에서는 그냥 내가 순대 먹다가 갑자기 궁금해서 파다가 만든 가설임.
근데 지금까지 찾은 것만 놓고 보면
«북방계 창자 음식이 중국 북방을 거치면서 ‘熏袋(xūndài)’ 또는 비슷한 명칭으로 불렸고, 이게 조선에서 ‘슌대’로 음차된 다음 ‘순대’로 변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듦.
내가 검색해본 범위에서는 국내에서 슌대 = 熏袋를 직접 연결한 어원설은 못 봤음.
진짜 아무도 안 했으면
퇴근하고 집 앞 떡볶이집에서 순대 처먹다가 국내 최초 순대 어원설 만든 거냐 ㅋㅋ
이제 명청대 중국 북방 방언자료에서 熏袋 하나만 튀어나오면 존나 재밌어질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