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완벽한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될 정도로
확실한 주관을 가진 것도, 확실하고 일관된 행동을 보였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호하고 줏대없는 관념들과 늘 불안정한 모습만을 보여왔고,
결국 내가 사람에게 어떤 역할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는 것이 평생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나에 대해 아주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생겨서 내게 근거있는 미움과 혐오를 쏟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게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단호히 내뱉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 한다는 이유로 나에 의해 부정되고 있으며
그것은 나의 고질적인 방어기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반박의 여지없이 완전히 확신 후 체념하기 위해서
나를 나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내 심장을 깔끔히 도려내어주길 바란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나에 대해 전부 알지도 못 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변명마저도 꺼낼 수 없게 된다.
그때에 나는 죽음과 동시에 비로소 외롭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내게 사랑받고 이해받는 느낌의 포근하고 행복한 죽음을 가져다줄 존재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세상에 내 존재를 드러내려고 발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것이 민폐가 될까봐 불안해하며 일부러 상대가 실망할 법한 이상한 짓을 하게 되고
사람이 다가와주길 바라면서도 혼자 들떠서 실수를 할까봐, 나 스스로 그러한 만남의 기대에 상처받게 될까봐,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다들 알고 있어서 그런 기대를 품고 있는 나를 모두가 우스워하고 있을까봐
보는 사람도 불쾌한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을 주저없이 드러낸 뒤 도망치는 짓을 소년 때부터 끝없이 반복하고
옛날에는 내가 동경하던 한 사람이 20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 하였다는 말에
대학교에 가면 첫 친구를 사귀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그 사람의 암시에
이렇게 착하고 생각을 깊게 하는 사람이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었는데
사실 머리로 착한 생각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며
결국 밖에서 성격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바보 같은 관계적 실수를 멍청한 뇌로 계속해서 저지르는 순간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이 정말로 어쩔도리가 없는, 모두를 위해서 합리적인 일이라면
딱히 그 사람들이 나빠서도 내가 나빠서도 아니라면
아니, 행동을 개선하지 못 하는 내가 나쁜 게 맞다면
행동의 결과가 두려워 머리로만 생각하고 상상해보는 내가 사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으면서 떼를 쓰고 있을 뿐이라면
그리고 스스로 착한 생각 깊은 생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들도 실은 나만의 독단이고
내 생각들이 아주 멍청하고 이기적인 확신들에 지나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