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녹조. 22조. 삽질. 대운하. 보. 담합.
수백 번 반복된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아무도 크게 묻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다.
"그래서 홍수는 어떻게 됐는데?"

2000년대 초 대한민국은 매년 물에 잠겼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엔 홍수 피해가 무려 1조9천억. 큰비가 오면 잠기고, 수조 원을 들여 복구하고, 다음 해 또 잠겼다. 이걸 반복했다.

복구 할 돈으로 4대강 공사를 했더니 충격.

성적표는 비가 왔을 때 나왔다. 숫자 딱 세 개만 보라.

2006년 장마, 4대강 유역 피해액 1조5,356억.
그런데 공사 후 2011년 비슷한 강우, 피해액 1,041억. 93% 감소다. 열에 아홉이 사라졌다.

그리고 2012년. 그해 한반도에 태풍이 4개나 상륙했다. 한 해 4개는 1962년 이후 50년 만이었다. 산바가 낙동강을 덮쳤을 때, 정부가 같은 유량 기준으로 사업 전후 수위를 쟀다.

낙동강 상류 수위 4.9m 하락. 하류 3.3m 하락. 영산강 나주 2.8m 하락.
1m도 아니고 5m 가까이다. 강물이 넘치느냐 제방 안에 머무느냐를 가르는 높이다.

언론들의 사기 기술

언론이 대놓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더 무서운 이유다. 언론이 쓴 무기는 '거짓말'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팩트 하나를 거짓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팩트 여러 개 중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반복하는 게 훨씬 강력하다. 반박하기도 어렵다. 다 사실이니까.

방법은 이랬다.

첫째, 비교 연도를 바꿨다.
2008년 523억과 2012년 4,167억만 나란히 놓으면 "홍수 피해 8배 증가"가 된다. 그런데 2008년은 그 시기 피해가 가장 적었던 해다. 대신 2003~2008년 평균(7,106억)과 2009~2012년 평균(3,007억)을 비교하면 "58% 감소"가 된다. 같은 자료로 정반대 제목을 뽑을 수 있었다.

둘째, 비가 얼마나 왔는지를 뺐다.
피해액만 A→B로 보여주면 인과관계가 조작된다. 사업 후에 비가 적게 왔으면 당연히 피해가 준다. 진짜 비교는 같은 유역, 비슷한 강우, 비슷한 태풍을 함께 놓고 해야 하는데 그건 복잡하니 생략했다.

셋째, 본류와 지류를 섞었다.
4대강이 정비한 건 본류인데, 지류·지천에서 홍수가 나면 "4대강 했는데 왜 홍수 나냐"고 물었다. 엔진을 고쳤는데 타이어가 터졌다고 엔진 수리가 실패라는 식이다.

넷째, "홍수예방 편익 0원"을 "홍수예방 효과 0원"으로 바꿨다.
이건 분석 기간에 대형 홍수가 없어서 편익을 0으로 계산한 것인데, 조건을 빼버리면 "홍수를 하나도 못 막았다"가 된다.

다섯째, 피해가 난 곳만 보여줬다.
물이 넘치면 뉴스가 된다. 제방이 무너지면 그림이 나온다. 녹조는 초록색으로 화면을 꽉 채운다. 그런데 "강이 안 넘쳤습니다"는 사진이 없다. 현장이 없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걸 어떻게 보도하겠는가. 치수사업의 최고 성과가 바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인데, 그건 애초에 뉴스가 안 된다.

결론 : 전국민이 속았다.

물론 정직하게 말한다. 4대강이 완벽했다는 게 아니다. 녹조는 심해졌고, 경제성 논란은 컸고, 담합·부실도 있었다. 가뭄 때는 물을 담아놓고도 정작 마른 지역엔 못 보냈다.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할 때는 숫자를 요구하면서 성과 앞에서는 숫자를 묻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 머릿속엔 "얼마를 썼나"만 남고 "무엇을 얻었나"는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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