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체제를 살아 본 탈북자가 말하는 박정희와 김일성
‘박정희가 아니라 국민이 잘해서 잘산 것’이라는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레퍼토리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동일한 민족적 자산을 공유한 북한의 참담한 실상 앞에서 치명적인 논리적 모순에 직면한다. 같은 민족, 같은 근면성, 같은 잠재력을 가진 북쪽 주민들이 왜 극빈의 나락에 빠져야 했는지를 이 논리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물음에 대해 가장 강력한 증언은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탈북민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의 목소리는 이념이나 학문적 추론이 아닌, 체제의 안과 밖을 몸으로 관통한 당사자의 실존적 고백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무게를 갖는다.
전(前) 체코 주재 조선무역회사 대표였다가 탈북한 김태산 씨는 2023년 「대한신보」 기고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른바 ‘국민 역량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인들 중에는 박정희가 아니라 국민이 잘해서 잘산다고 억지를 쓰는 자들이 있다. 그런 식이면 북한은 김일성은 잘했는데 북한 국민들이 게을러서 굶어 죽었다는 소린가? 이 탈북자가 한국 국민에게 말한다. ‘만약 북한 국민에게 박정희라는 지도자를 주었더라면 북한은 몇십 년 전에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G2 국가의 기적을 이루어 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재간 좋고 근면한 북쪽 국민들에게는 어찌하여 김일성 같은 인간을 내려서 굶어 죽게 만들었고,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정치 야심만 가득하고 은혜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는 왜 박정희라는 인물을 내려서 저리도 잘살게 만들었는가? 하늘이 참으로 무심하도다.”
김태산의 증언이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이다. 같은 민족, 같은 잠재력을 가진 두 집단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국민의 자질이 아니라 지도자의 철학과 국가 운영의 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결론은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역사적 증언이자 실존적 판결이다.
본문 출처: 이재훈, 『박정희는 역사이다』, 40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