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2세 스틸 대사 부임…한미동맹 ‘말 아닌 실행’ 시험대 올랐다
- 기성규 기자
- 자유일보 2026.07.31
1년 6개월 대사 공백 끝내고 한국 도착…“트럼프의 동맹 비전 실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관세 합의 이행이 최우선 통상 현안으로 부상
전작권 전환·핵추진잠수함·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안보 의제도 산적
북한 인권에 목소리 낸 한국계 대사…자유와 안보 가치 강화할지 주목

주한미국대사에 부임한 미셸 스틸 대사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
2터미널 행사장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1년 6개월 동안 비어 있던 주한 미국대사 자리가 채워지면서 한미동맹이 다시 중대한 실행의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계이자 실향민 가정 출신인 미셸 박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그 앞에는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문제부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원자력 협력, 핵추진잠수함 도입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현안이 쌓여 있다.
스틸 대사는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한국어로 “한국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인사드린다”며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을 “전쟁에서 다져지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운 이들의 피로 얻어낸
관계”라고 규정하며, 양국의 철통같은 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으로 남도록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틸 대사는 또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이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더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동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일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전제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한국 국회도 올해 3월 ‘한미 전략적 투자 특별법’을 통과시켜 관련 양해각서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투자 이행 속도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 1월과 2월 미국 정부가 투자 지연 문제를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한국이 관련 법을 통과시켜 실제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여 석좌는 한미 간 첫 투자 사업을 둘러싼 이견도 좁혀지고 있다며 스틸 대사가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과 반도체 공급망, 인공지능 등 전략산업 협력도 신임 대사가 챙겨야 할 핵심 분야다.
스틸 대사는 부임 전인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 행사에서 조선업 협력을 양국 관계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 협력은 보다 광범위한 동맹의 일부라며 재임 기간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에서는 전작권 전환 문제가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올해 말 열릴 협의회를 계기로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확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일정에 맞춘 성급한 전환은 연합방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기한이 아니라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군이 더 큰 지휘 책임을 맡을 역량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연합사가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통합지휘·정보·미사일방어·군수·통신·핵협의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획득을 둘러싼 협의도 복잡하다.
맥스웰 부대표는 "민간 원자력 협력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문제가 동맹전략과 비확산 정책, 첨단기술, 작전 소요, 지역 안정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양국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조율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틸 대사의 개인적 배경도 주목된다. 그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했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부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을 탈출한 실향민으로 알려졌다. 스틸 대사는 과거 사회주의 체제로 모든 것을 잃은 부모가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일굴 기회를 얻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는 하원의원 재임 중이던 2024년 3월 탈북민들이 겪는 강제노동과 구금, 인신매매, 강제송환 문제에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문제에 비교적 분명한 목소리를 내온 만큼,
대사 재임 중에도 북한 인권을 한미동맹의 가치 의제로 다룰지 관심이 쏠린다.
스틸 대사의 부임은 단순한 외교 공백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약속한 투자를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할지, 전작권과 원자력 협력을 안보 원칙에 따라 조율할지,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 문제에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낼지가 동맹의 실질적 신뢰를 가를 전망이다.
혈맹을 강조하는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이제 한미 양국은 동맹의 가치를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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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