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를 오래 차고 지내다 보면
좆대가리가 클리토리스만해진다고 한다
여성호르몬 복용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인간은 가능성 때문에 희망을 갖고, 그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을까봐 불안해하고, 절망한다
그렇다면 비가역적인 결단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실히 닫아버리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괴롭지 않게 된다
나는 평범하게 주변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뭐랄까,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평범하게 사는 재능이랄 게 전혀 없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사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특별'이라는 단어가 붙지는 않는다. '특이'라면 모를까.
나는 오랫동안 정조대와 여성호르몬으로 나의 남성성을 말살하는 거세의 꿈을 키워왔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와 압박감 때문에 상상하던 일탈이었는데
이제는 나의 유일한 삶의 이유가 되어있다
이제 더 이상 무언가 새로운 삶을 기대하고 싶지 않다
일말의 가능성과 희망을 탐닉하며 바보 같은 매일을 좇고 싶지 않다
그것은 '될지 안 될지'라는 실제 실현가능성이나 나의 마음가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냥 그 고된 과정을 거쳐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굳이 애써 이룩할 정도로
그 삶이 탐나지도 않는다
별로 사람들의 삶이 이제는 탐나지 않는다
여성호르몬 맞을 돈과 그 외 자위용품 살 돈, 러브젤과 콘돔 값, 그리고 변태속옷을 살 돈 정도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부모가 내가 그렇게 살지 못 하도록 짐승 인생을 살지 못 하도록
최선을 다해 막고 붙잡으려 따라오겠지만
글쎄 그게 유일한 걸림돌인 것 같다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는 '나'라는 정체성 및 타인들의 인식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조차 내가 무엇이었는지 모른 체로 타인이 되어 살아가는 일
그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태의 과정을 무한 번 반복하며 우주에 존속하고 싶다
수많은 타인이 되어 다양한 파괴와 망가짐, 타락을 경험하고 싶다
바닥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기에 안전하다
그래서 나는 바닥으로 가고 싶다
바닥으로 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쉽다
전부 포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