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물 놔두고 섬진강물 퍼간다? 물길 따라 쪼개지는 전남광주"






이황희 주간조선 기자
조선일보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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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6월 30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찾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용수 공급을 위한 동복댐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photo 연합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6월 30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찾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용수 공급을 위한 동복댐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photo 연합




800조원이 투입될 전남광주 반도체 팹(공장) 용수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떠맡는 곳은 팹 예정부지인
광주군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영산강이 아니라 동부권에 있는 섬진강이다.


반도체 팹 가동에는 ‘초순수(超純水)’급의 막대한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량이 절대 부족하고 오염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영산강이 아니라 섬진강물을 끌어쓰기로 한 것이다.

광주공항에서 섬진강 수계 최대 댐인 순천 주암댐까지는 직선거리로 40㎞가 넘는다.

그간 섬진강 유역에 포진한 여수, 순천, 광양 등 전남광주 동부권에서는 과거에도 광주, 나주, 목포 등 서부권까지 섬진강물을 공급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 자연히 이제는 반도체 팹 가동 시 섬진강물이 추가로 고갈될 것이란 우려마저 동부권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순천 주암댐, 물 갈등 현장으로

실제로 지난 7월 14일 찾아간 순천시 상사면의 주암조절지댐(상사댐)은 풍부한 수량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기자가 찾아가기 이틀 전부터 장맛비와 소나기가 번갈아 왔다고는 했지만, 수량이 넘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수 표면과 맞닿아 있는 토지가 훤히 드러난 곳도 적지 않게 보였고, 일부분은 기존보다 수위가 낮아진 곳들도 있었다.
원래라면 수면 아래에 있어야 할 언덕들이 댐 중간에 튀어나와 있기도 했다.

 

섬진강의 제1지류인 보성강 수계에 있는 주암댐은 총저수량 약 4억5700만t의 전남광주 최대 규모 다목적댐이다.
영산강 수계에 있는 나주댐(1억780만t)이나 장성댐(1억380만t) 저수량의 각각 4배가 넘는다.

주암댐은 순천시 주암면에 있는 ‘본댐’과 상사면에 있는 ‘조절지댐(일명 상사댐)’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곳의 댐은 조계산 아래 매설된 관로를 통해 물을 주고받는다.
현재 본댐에서는 광주·목포·나주 등 전남광주 서부권, 조절지댐에서는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으로 물을 흘려 보내고 있다.

 

이에 섬진강 수계에 오롯이 의존해오던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광주 동부권 산업벨트에서는 광주 반도체 팹 조성 발표 이후
공업용수 고갈 우려가 크다.

실제로 여수 석유화학단지 내 최대 기업인 여천NCC는 지난해 약 220만t의 에틸렌을 생산했는데,
공장에서 사용되는 공업용수는 주암댐에서 당겨왔다.

여천NCC 관계자는 “제1공장부터 제3공장까지 공업용수를 쓰는데 1공장이 3만t, 2공장이 2만4000t, 3공장이 1만t의 용수를
하루에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수 소재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지역 내에서 민감한 문제인지라 자세한 의견을 밝히기가 어렵다”면서도
“물 운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우려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약 2083만㎡(약 630만평) 부지에 조성된 광양제철소는 단일 공장 규모로 세계 최대 일관제철소다.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쏟아붓는 공업용수 역시 막대한데, 지난해 연간 약 8730만t의 용수를 사용했고 이 중 약 8400만t의 용수를
섬진강 수계에 있는 댐과 하천 등 지표수로 조달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측은 “광양제철소 내 사업장 대부분이 수어댐으로부터 용수를 조달받고 있고
일부는 자체 해수담화시설 운영을 통해 조달한다”고 말했다.
광양시 진상면에 위치한 수어댐 역시 섬진강 지류인 이사천에 조성된 댐(총저수량 약 3100만t)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용수를 조달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 같은 수원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기업들이 많다”며
“수자원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사용처가 늘어나면 당연히 어디에선가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섬진강·영산강, 가뭄취약성 고위험

섬진강 수량이 영산강에 비해 풍부하다고는 하나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도 변수다.
섬진강 지류 댐들은 2022~2023년 극심한 가뭄을 겪은 바 있다.

2023년 기준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국 가뭄취약지도’ 자료에 따르면, 주암댐과 섬진강 하류 유역은 가뭄취약성 최고 단계인
5등급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준갈수량(가뭄 발생 시 하천에 흐르는 최저 유량)은 섬진강 128만t, 영산강이 59만t에 그쳤다.
화성, 평택, 용인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에 용수를 공급하는 한강(811만t)의 4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광주 반도체 팹 조성을 위해 섬진강 수계인 순천 주암댐에서 5만t, 화순 동복댐에서 30만t의 용수를
추가로 광주로 끌어다 쓴다는 입장이다.

섬진강 지류에 있는 화순 동복댐(총저수량 약 9900만t)은 비점오염이 심해 식수로 부적합한 영산강물을 대체하는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데,
댐의 높이를 기존 해발 182m에서 197m로 높여 추가로 물을 조달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댐 증고 시 동복댐 인근 마을 일부가 추가로 수몰될 우려가 있어 지역민들의 우려 역시 크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15일 “광주 반도체 산업 추진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은 광주 내에서 자체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작 기후부나 전남광주시는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주군공항 바로 옆에 있는 영산강이나 제1지류인 황룡강 활용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영산강과 황룡강이 합류하는 지점 아래 들어선 승촌보(洑) 역시 수문을 상시개방해 가뜩이나 부족한 물을 흘려보내는 중이다.

기후부가 밝힌 영산강물 활용 계획은 영산강 지류인 대초천에 있는 나주댐으로부터 10만t을 공업용수로 끌어온다는 것이 고작이다.
나주댐은 원래 인근 나주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댐인데,
나주댐 물을 반도체 팹에 공급하고, 대신 영산강물을 정화해 농업용수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최대희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때 불순물을 걸러내는 처리 과정을 거치면 괜찮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없으면 바로 공급이 잘 안 된다”며 “게다가 농업용수는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천 활용에 있어서 추가적인 농도와 수질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황희 주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