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참으로 간 성범죄 사건, 무죄율 일반 재판의 7배…왜
중앙일보
입력 2026.07.21
최서인 기자
조수빈 기자
김예정 기자
육군 차량운전교육담당관 A씨는 군무원 동기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024년 10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에 항소심은 B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모의 국민참여재판의 모습
. 김성룡 기자
국민 상식과 선입견 함께 반영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상식을 직접 재판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국민의 선입견 역시 반영하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재판에서의 성 고정관념이 대표적이다. 국민참여재판 시행 시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25.5%)은 일반 절차의 무죄율(약 3.5%)보다 약 7배 높다. 성범죄를 포함한 전체 사건 무죄율도 13.8%로 전국 형사합의사건 1심 무죄율(5.47%)보다 2.5배 높다.
이런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이 일종의 ‘인상평가’로 흐른다는 비판이 있다. 비법률가들은 증거를 평가하기보다는 ‘어느 쪽 이야기가 더 개연성이 있는가’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특성이 성범죄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경민 기자
반면에 높은 무죄율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을 제한하는 현행법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애초에 피해자 보호 때문에 성범죄나 아주 흉악한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없는 데다, 자백 사건보다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신청 없어도 국민참여재판 가능해야”
대안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건 피고인 신청주의 폐지다. 법원 직권으로 참여재판을 할 수 있게 하거나, 검사·피해자 등에게도 신청 권한을 주자는 의견이다. 수도권의 다른 부장판사는 “형사사건에서 신청주의는 피고인이 재판장을 고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부적합하다. 피고인으로서는 무죄율이 높은 재판을 고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의 배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국민참여재판의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는 “실시건수 감소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법조인들의 소극적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모호한 배제 사유를 예규를 통해 ‘공정한 재판 저해’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2021)」 연구에 참여한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법관의 배제 이유를 구체화하고 이유 자체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신청주의 폐지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제도적 개선보다 인적·물적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안으로는 대표적으로 국민참여재판 전담부의 확대 설치가 거론된다. 국민참여재판 전담재판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법원은 2024년 기준 2개(대전지법ㆍ전주지법)뿐이다. 2008년 가장 먼저 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가 생겼던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전담재판부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마찬가지로 부담을 받는 검찰 조직에서도 참여재판 활성화를 위해선 업무 부담 경감 방안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농약 사이다’ 할머니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공판검사를 수행한 정명원 경주지청장은 “지금은 합의부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가 국민참여재판에 들어가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큰데, 전담 공판부가 있으면 검사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공판과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확립된 매뉴얼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검사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정과제’인 국민참여재판, 국회 논의 실종
2012년 7월 2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고 있다. 중앙포토
나아가 실질적인 국민참여재판의 확대를 위해 판사의 배제 권한을 축소하거나 민사소송까지 가능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특히 노동 사건이나 해고 무효 확인 소송 등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오히려 참여재판에 적합하다”며 “판사들이 기득권에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법조인의 의견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모두 국민참여재판법 개정 사항으로 입법의 영역이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확대는 지난해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황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의원 시절인 2017년 피고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법원 직권, 검사 신청으로 참여재판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김경진 기자
최서인·조수빈·김예정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66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