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카터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을 때,
주한미군 참모장 존 싱글러브 소장은
공개적으로 그에 반대하고 나섰다.
싱글러브 소장은 해럴드 브라운 국방장관은 물론
카터와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그는 주한미군 참모장 자리에서
해임되고 좌천되었다가 결국 예편됐다.

후일 싱글러브 장군은
“그 바람에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별 둘로 예편된 데 대해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 별 몇 개와
수백만명의 목숨을 바꾼 것은
보람 있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존 베시 대장은
뒤에서 박정희 정부에게
카터의 철군 주장에 대한 대응전략을 열심히 조언했다.
1979년 카터가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그를 면접했을 때, 베시 대장은
주한미군 철수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직언했다.

그 바람에 육군참모총장으로 가장 유력시되었던
그는 참모차장으로 밀려났다.
후배인 마이어 장군 밑에서 묵묵히 일하던 그는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후인
1982년 합참의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3군참모총장이나 해병대사령관이 아닌 자리에서
합참의장으로 직행한 것은 그가 최초였다.

2차대전 때 사병으로 출발해
군(軍)의 정상에 오른 그를 두고
레이건은 '군인 중의 군인'이라고 극찬했다.
피에르 드빌리에 프랑스 합참의장은
2017년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맞섰다.
그는 갑작스런 예산삭감은
세계 도처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프랑스군인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가 난 대통령이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억누르려 하자 드빌리에 장군은
"복종은 억압이 아닌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리고 결국은 군복을 벗었다.

군인은 당연히 합헌정부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양심에 비추어
아니라고 생각할 때에는
감연히 ‘노(No)'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건 '항명(抗命)'이 아니라 '충성(忠誠)'이다.
그래야 유사시 전우, 부하, 국민들의 목숨과
국가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어야 ’진짜 군인‘이다.

군에 대한 지식이나 애정은 없는 자들이
군을 욕 보이고, 장교단의 요람인
사관학교를 난도질하고 있는데도
"이건 아니다!"라고 나서는 현역 장군, 장교가
하나도 없는 한국군 장교단은 군인도 아니다.
그들은 ‘군복 입은 샐러리맨’일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군을 죽이고 있는 건
외부의 정치꾼들이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애국심도 없는
군 수뇌부를 비롯한 장교단 자신이다.
누구의 말처럼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사진 왼쪽부터 존 싱글러브, 존 베시, 피에르 드빌리에)
( 배진영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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