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환경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메모리 기업에 대한 약세 논리를 뒷받침하는 5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각 항목별로 살펴본다.

극단적 순환성의 역사

메모리 산업의 역사는 대규모 호황과 불황 사이클의 반복이다. 이 기사는 몇 가지 대표적인 순환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모든 사이클에는 반복적 패턴이 있었다. 대규모 수요 유입 → 가격 급등 →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 유인. 그러나 증설 시차로 인해, 실제 생산능력이 늘어날 즈음이면 수요가 급격히 꺾여 결국 업계 전체가 과잉설비에 빠지고, 이로 인해 다시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며 사이클 초입으로 돌아가 이 과정이 반복되는 구조다.

흥미롭게도, 위 기사 저자가 과거 반복 패턴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번 사이클 역시 여러 특이점 때문에 다소 장기화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기존과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이유는 산업과 제품의 원자재적 특성, AI 버블의 지속 불가능성, 고객 집중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논의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메모리 기업들이 수년 내 가동될 대규모 증설에 투자하고 있다. 강세론자들은 새 증설분이 향후 6개월 내 나오지 않으니 기업가치 산정에 무의미하다고 주장하지만, 투자 기본에 따르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미래 잉여현금흐름 전체의 현재가치 합으로 산출된다. 특히 향후 5~7년간의 현금흐름, 즉 미래 설비증설에 따라 영향을 받을 현금흐름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10년대 후반 가동될 증설 역시 이들 기업 현재 가격 산정에 핵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이 산업의 역사와 반복되는 사이클 패턴을 고려할 때, 이번 사이클도 과거와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한다. 그 반대 주장은 비범한 주장이며, 사간(Carl Sagan)이 강조했듯, 남다른 주장은 남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른 근거로 더 깊이 들어가보자.

진입장벽(모트)은 어디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현재 누리고 있는 가격 결정력은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메모리 산업은 대표적인 원자재 산업이다. 업계 기업들은 개별 제품 특성이나 브랜드 충성도보다는, 업계의 외부 수급 상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가격수용자(price-taker)일 뿐이다. 높은 설비 투자와 고정비 구조를 고려하면, 증설이 이뤄질 경우 생산량 극대화가 합리적 선택이 되며,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 공급 과잉 국면으로의 전환도 공급 측 변수만으로도 단기간에 일어날 수 있다.

또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은 업계 내 혁신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로, LLM 구동 시 필요한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혁신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은 이들 기업에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극도로 원자재화된 산업이고, 기술 혁신에 크게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뚜렷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만약 믿기 어렵다면, 대표적인 진입장벽 기업인 코카콜라와 비교해 보라). 결과적으로, 현재 누리고 있는 극단적인 가격 결정력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지금의 주가 급등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AI 버블의 지속 불가능성

향후 수년 내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공급 측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현 AI 산업의 경제 논리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 역시 수요 측 위험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4가지 포인트를 들어본다:

  •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투자에 투입하는 막대한 자본지출 대비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AI 수요 폭증’이 아니라 오픈AI, Anthropic 등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한 두 기업의 수요에 근거하고 있다.
  • AI 인프라 폭발적 확장에 대한 기대에는 전력 부족, 정치적 반발 등 중대한 역풍이 있다.
  • 특히 기업 등 AI 실제 이용자들은 투자 대비 효과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예컨대 우버 COO의 AI 지출 공개 비판, 미확인 기업이 한 달 만에 토큰 비용 5억달러를 소진한 사례 등이 있다. 이는 토큰 기반 과금과 에이전트 기반 토큰 사용량 급증이 주요 배경이다.

이 이슈는 다른 기사에서 더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요약하면, AI 산업의 현재 경제성은 지속 가능성이 낮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이러한 불안정한 수요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고객 집중과 가격 위험

AI 버블의 지속 불가능성과 맞물려, 고객 집중과 이로 인한 가격 변동성 역시 양면적 위험 요소다.

현재 주식시장을 이끄는 AI 인프라 확장 수요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하드웨어, 즉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수요의 배후에는 오픈AI, Anthropic 등 불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두 기업이 있다(참조). 만약 이들이 비즈니스상 문제에 부딪히거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투자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투자를 축소한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수요 자체가 급격히 꺾일 수 있다. 단 몇몇 플레이어의 '변심'만으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전망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고객 집중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은 판매량 증가보다는 수요 급증에 따른 가격 인상 효과가 더 컸다. 만약 이 수요 구조가 바뀐다면 가격 결정력 역시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즉, 두 기업은 가격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밸류에이션

이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문제로 넘어가 보자. 이 시점에서조차 메모리 기업이 ‘너무 싸다’는 감탄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늘 놀랍다. 이런 '분석'은 표면적으로 낮은 PER만을 근거로 한다...

가격은 투자자 기대를 가장 직관적으로 반영한다. 가격이 오르면 기대가 오르고, 내리면 기대가 낮아진다. 밸류에이션도 마찬가지다(가격과 밸류에이션은 연관돼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밸류에이션은 실적 자체에 직접 연결되지만, 가격은 간접적으로 연계된다). 즉, 밸류에이션이 오르면 투자자 기대가 커진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가격 자체만 봐도 밸류에이션과 투자자 기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 기대가 1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의미다. 기대치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충족시키는 것보다 훨씬 커진다.

또한, 이러한 극단적 기대치는 곧 버블 장세의 신호다. 많은 이들이 AI 버블이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과거가 훨씬 극단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면 현 상황에서도 버블의 징후를 찾을 수 있다. 현재 AI발 버블은 하드웨어(예: SMH), 하이퍼스케일러의 P/FCF, 오픈AI·Anthropic 등 사기업 고밸류에이션, 그리고 한국 시장처럼 투자자들이 적금·보험을 깨면서까지 최고점 주식을 매수하는 현상 등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것이야말로 버블의 전형적 신호이며, 결국 많은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