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지'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물건이나 문서 등을 밀봉한 뒤, 훼손이나 개봉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붙이는 특수 보안 스티커를 의미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곳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함, 우편물, 중요 기업의 보안 물품 등이며 기본 목적은 단 하나다.

 

“누군가 중간에 열었는가, 건드렸는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다.


봉인지는 한 번 부착했다가 떼어내면 스티커 표면에 ‘OPEN VOID’ 같은 숨은 문구나 훼손 흔적이 영구적으로 남는다. 즉, 권한 없는 사람이 임의로 개봉하거나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물리적·시각적 보안장치인 셈이다.

 

다시 말해, 한 번 봉인한 뒤 최종 확인 전까지 절대로 뜯기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봉인지다. 만약 훼손되거나 떼어진 순간, 그 봉인은 더 이상 봉인이 아니라 그냥 스티커 쪼가리에 불과해진다.


선관위가 과거부터 투표함 구조를 계속 바꾸고, 이음새를 평면화하고, 받침대를 투명하게 만드는 등 온갖 “투명성 강화” 쇼를 해온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부정선거 의혹과 투표함 바꿔치기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즉,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며 보안과 절차의 신뢰성을 그렇게 강조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봉인지 훼손 논란이 터졌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관계자들이 봉인지를 뜯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투표용지로 보이는 종이 뭉치를 투표함에 넣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더 황당한 건 그 행위가 몰래 숨어서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CCTV 아래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특수 봉인지를 무단으로 제거하거나, 투표함 보관 장소를 임의로 개봉하는 행위는 선거 신뢰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선관위 스스로 “봉인”과 “절차적 신뢰”를 그토록 강조해 왔는데, 정작 자신들이 그런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거는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정 또한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국민의 힘은 물론이고 모든 정당과 시민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별일 아니다”라며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의혹이 있다면 해명하면 되고, 문제가 없다면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선거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무너지는 건 민주주의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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