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달리 야구나 농구는 종목의 고유한 특성상 장기 합숙훈련만으로 세계 최정상급 팀과의 구조적인 격차를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약 200일간 합숙하며 전술 완성도와 체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축구는 공간을 장악하는 팀 전술, 조직력, 체력(압박 분담)이 개인의 기술적 열세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와 농구는 다음과 같은 종목별 특성 때문에 '장기 합숙을 통한 조직력 강화'의 효과가 세계 무대에서 한계를 가진다.

1. 야구: 개인 '업타임' 중심의 확률 싸움과 선수 풀의 한계
(1) 개인 기량의 절대성: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1대1 대결이 핵심인 정적인 스포츠이다. 아무리 조직력이 좋아도 시속 160km의 강속구나 정교한 무브먼트를 가진 메이저리그(MLB)급 투수의 공을 쳐내거나, 반대로 괴물 같은 타자들을 막아내는 것은 개인이 가진 전술적·신체적 기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2) 단기전 변수: 이미 한국 야구는 2006 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 세계 정상급 성과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 합숙의 결과라기보다는 당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선수들의 기량과 단기전 특유의 '투수 몰아 쓰기(벌떼 야구)' 전략, 그리고 당일의 확률(운)이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또한 가장 큰 원인은 당시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 WBC에서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상대가 되지 못했다. 현시점의 전력 격차는 리그 전반의 고속구 투수 육성 등 구조적 문제이다.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 산체스의 압도적인 기량


2. 농구: 압도적인 신체 조건(사이즈)과 '하드웨어'의 벽
(1) 신체적 한계(사이즈와 탄력): 농구는 신장, 윙스팬, 서전트 점프 등 '선천적 하드웨어'가 경기력을 지배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NBA급 선수들의 압도적인 높이와 탄력은 장기 합숙이나 전술 훈련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물리적인 벽을 만든다.

(2)개인 전술의 비중: 농구는 5명이 뛰기 때문에 축구(11명)에 비해 한 명이 차지하는 공수 비중이 매우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1대1 돌파 능력(아이솔레이션)을 가진 선수가 흔들어버리면, 아무리 정교한 도움 수비(로테이션) 전술을 합숙으로 맞췄더라도 수비 균열을 막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야구나 농구는 단단한 조직력보다 개인이 가진 '체급(하드웨어)'과 '기술적 순도'가 승패를 더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감독과 장기 합숙이라는 카드만으로는 세계 정상급 팀과의 본질적인 실력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

즉, 야구나 농구는 아무리 투자해도 내수용 스포츠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축구는 투자에 따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