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탈리아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자신들이 결승까지 올라가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결승전 일정에 맞춰 일본의 고급 호텔까지 미리 예약해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16강에서 탈락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화가 난 이탈리아 선수단은 호텔 문을 부수고, “잘 가라”는 인사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떠났다고 한다. 비매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탈리아 사람들의 축구 열정이 대단했고,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이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4년 뒤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2002년 당시 한국 축구는 심판 매수나 조작이 아니라, 실력으로 4강까지 올라간 것이다. 심판 매수나 조작만으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굳이 “반칙”이라면, 자국 리그를 희생하면서까지 대표팀 중심의 장기 합숙 훈련을 진행한 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은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길고 체계적인 200일간의 장기 합숙 훈련을 실시했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당시 마이너 리그로 평가받던 K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실력을 끌어올리고 완벽한 조직력을 갖추려면 초장기 합숙 훈련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합숙 기간 동안 선수들의 기초 체력과 몸싸움 능력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파워 프로그램’(셔틀런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기술 훈련보다 체력 훈련에 초반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약하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체력이 부족하거나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공격수는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지치지 않고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며 공간을 선점하는 움직임으로 압박 축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생각하는 축구’와 공간 이해도를 강조했다. 과거 한국 축구는 감독의 지시에 맞춰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그는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볼을 가진 선수뿐 아니라, 주변 선수 2~3명이 동시에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무빙(Moving)’ 전술도 철저히 주입했다. 아울러 한 선수가 특정 포지션만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멀티 플레이어 육성에도 힘썼다.
소통 방식과 심리적 압박감 개선을 통해 유럽 팀에 대한 콤플렉스도 극복하게 만들었다. 강팀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우리는 세계 어느 팀과도 대등하다”는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심어주었다. 또한 선후배 서열 문화도 완화했다. 경기장 안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자유롭게 소통하게 했고, 선배 눈치를 보느라 패스나 지시를 주저하던 나쁜 습관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게 “언제,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현대 축구의 핵심적인 움직임과 전술적 사고를 심어준 셈이었다.
이런 200일간의 초장기 합숙 훈련이 없었다면, 아무리 히딩크 감독이라도 한국대표팀으로 4강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초장기 합숙 훈련을 통해 실제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당시 J리그 일본 감독들은 한국 선수들이 대표팀에 다녀오기만 하면 축구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있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떤 훈련을 받는지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인들보다 똑똑하여 더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