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등 협력 통해 신뢰 구축
최근 KF-21 전투기도 공동개발
자원·노동력·내수 풍부한 인니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기회의 땅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
경제영토 넓히는 계기 되어주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31일 서울을 찾는다. 2024년 10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첫 국빈 방한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경주를 방문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거창한 명칭과 별개로 두 나라는 오랜 친구다. 인연도 깊다. 1968년 한국 최초 해외투자 기업 한국남방개발(코데코)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이듬해 코린도가 현지에 뿌리를 내렸다. 1981년 한국의 첫 해외 유전 개발도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했다. 지난 25일 양산 1호기가 출고된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에는 인도네시아가 공동 참여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한국 방문 때 KF-21 16대 수출 계약이 체결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방산 기술 공유와 안보 협력을 아우르는 포괄적 신뢰의 결과물이다.
한국의 친구 인도네시아는 인구 3억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이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엔 기회의 땅이다.
이처럼 단단한 양국 우호적 관계에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때로는 기업이 먼저 길을 냈다. 특히 이번 프라보워 대통령 방한 이면에는 양국 관계를 닦아온 기업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은 지난해 4월 자카르타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프라보워 대통령과 만났다.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정부·경제계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공식 교류였다. 기업인들이 정부보다 먼저 인도네시아 정상을 만나 양국 협력의 물꼬를 텄다. 그때 한국은 대선을 앞둔 대통령 대행 체제 시기였다. 외교의 공백을 기업이 메웠고, 기업은 정부보다 먼저 움직여 신뢰의 기반을 다졌다. 인도네시아 한상(韓商)들의 역할도 컸다.
2023년 5월 자카르타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31회 매경 글로벌포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매경 경제사절단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환영해줬다. 이후 매경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DIN)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닌댜 바크리 KADIN 회장은 인도네시아 기업인들과 함께 프라보워 대통령 방한 기간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관계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신뢰 축적의 결과다. 좋은 친구는 위기 때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에너지 가격은 출렁이고, 공급망 재편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기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럴 때일수록 '믿을 수 있는 친구 국가'의 존재가 절실하다. 힘든 시기에 친구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친구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는 한국에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다. 일본·중국과 달리 과거사 부담이 없고, 상호 호감도도 높다.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과 아세안의 젊은 노동력·천연자원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완벽한 보완재다. 아세안에는 약 30만명의 한국인, 약 50만명의 아세안 국민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기업은 이 관계를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투자, 일자리, 기술.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동반자'는 '진짜 친구'가 된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우리 기업의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경제 동맹'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국가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진짜 친구'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