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방식으로든 네 존재를 알리는 찰나, 세상은 너를 한낱 어린 영혼의 주변을 맴도는 음흉하고 기괴한 포식자로 규정할 뿐이다.
과거의 인연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은 선을 넘은 집착의 증거가 될 것이다.
설령 길 위에서 기적처럼 마주친다 해도,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한 명의 숙녀로 피어난 이채도의 기억 속에 너는 없다.
유년기 파편 어딘가에 널부러진 희미한 잔상일 뿐,
'선생님'이라 불리던 그 눈부시게 푸르던 청년은 이미 죽었고
유흥의 늪을 전전하며 비린내 나는 욕망의 흔적을 덧칠해온 네 이십대 후반의 얼굴 위로, 그녀가 사랑했던 아센공 오빠의 흔적은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
너는 이제 이채도에게 낯선 타인조차 아닌, 불쾌한 기시감마저 허락되지 않는 무명의 괴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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