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핑루운하 당국
출처 핑루운하 당국

 

중국 서남부 내륙과 동남아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핑루(平陆)운하가 연내 완공·개통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총 100억 달러(약 13조원)가 투입된 핑루운하는 공정률 89.7%를 기록하며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운하 개통이 중국 내륙 물류 구조와 아시아 역내 해상운송 흐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핑루운하는 광시좡족자치구 성도 난닝에서 베이부만(통킹만)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34km의 인공 수로로, 기존 친장강을 보완해 중국 3대 강 중 하나인 시장(西江) 수계를 남쪽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3개의 복선식 갑문을 갖춰 최대 5000톤급 선박이 통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석탄·광물·시멘트·곡물·건설자재는 물론 컨테이너 화물까지 처리할 수 있다.
 

해운 관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중국 서남부 내륙의 ‘광둥 우회’ 구조 해소다. 지금까지 윈난·광시 등 서남부 지역 화물은 대부분 광저우 등 광둥 항만으로 이동한 뒤 수출입이 이뤄졌다. 핑루운하 개통 이후에는 베이부만 항만을 통해 곧바로 해상으로 연결되면서 평균 운송 거리가 약 560km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거리 단축을 넘어 ▲내륙 물류비 절감 ▲운송 리드타임 단축 ▲트럭·철도 병목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5000톤급 내륙선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해운·내항 연계(Sea-River Transport) 모델이 본격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핑루운하는 중국의 ‘동남아 직결 수출 루트’를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베이부만을 통해 반입된 수입 화물은 난닝에서 철도·도로·항공으로 중국 전역에 분산될 수 있고, 반대로 중국 내륙의 수출 화물은 광저우를 거치지 않고 동남아 항로로 바로 투입된다.
 

이는 베이부만 항만의 위상을 단순한 지역 항만에서 아세안 연계 전략 거점항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해운업계에서는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으로 향하는 피더선·쇼트씨(근해해운) 물동량 증가, 중소형 컨테이너선 및 벌크선 수요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아세안 수출액은 1조5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4% 증가한 반면, 대미 수출은 5597억 달러로 18.7% 감소했다. 핑루운하는 이러한 무역 구조 변화(미국 → 아세안)를 물류 인프라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핑루운하는 단순한 내륙 운하가 아니라, 중국이 해상 물류의 중심축을 광둥 일변도에서 남부·동남아 연계 구조로 분산시키려는 전략적 시도”라며 “아세안 항로에서의 경쟁 심화와 함께, 베이부만을 기점으로 한 새로운 해운 네트워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핑루운하 개통은 한국 해운·항만업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내륙 화물이 베이부만을 통해 직접 동남아로 이동할 경우, 기존 한·중·동남아 환적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세안 항로 물동량 증가는 한국 선사들에게 피더·근해항로 신규 기회를 제공할 여지도 있다.
 

해운업계는 핑루운하를 “중국판 ‘내륙-해상 직결 프로젝트’의 완성판”으로 평가하며, 향후 베이부만 항만 개발 속도와 실제 선박 운항 패턴이 동북아·동남아 해상물류 판도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