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조강 생산 8200만t… 보호무역·AI 수요가 만든 ‘빅3’ 복귀
압도적 1위는 중국, 2위는 인도... 한국은 러시아에 이어 6위 차지

2025년 세계 철강 산업의 지형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이 26년 만에 전통의 철강 강국 일본을 제치고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자리를 탈환하며 다시 한 번 ‘빅3’에 복귀한 것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8200만t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4% 감소한 8070만t에 그치며 4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이 일본을 생산량에서 앞선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니케이아시아 등 주요 외신들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이번 순위 역전의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미국 내 철강 수요의 구조적 확대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발전소·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철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국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누코(Nucor)는 이러한 흐름이 최소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누코는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확충,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프로젝트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웨스트버지니아에 연간 300만t 규모의 신규 제강 공장을 2026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3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에는 관세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이 같은 고강도 관세 정책은 즉각적인 시장 변화를 불러왔다.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2025년 초 미국 철강 소비량의 약 25%를 차지하던 수입산 비중은 11월 들어 14%까지 급감했다. 수입 물량이 줄어든 자리를 미국산 철강이 대체하면서, 국내 생산 확대라는 직접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 철강 산업은 구조적 침체에 직면해 있다. 1970년대 연간 1억t 이상을 생산하며 세계 철강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은 인구 감소, 제조업 공동화, 건설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넘지 못하고 있다. SMBC닛코증권은 일본 내 제조업 쇠퇴와 중장기 건설 투자 감소가 철강 생산 하락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철강 생산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중국이다. 중국은 2025년 9억6080만t을 생산하며 전년 대비 4.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총 생산량(18억4940만t)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1억6490만t을 기록한 인도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주목할 점은 3위권 이하 국가들의 명암이다. 5위 러시아는 6780만t을 생산하며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서방의 제재로 성장세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내수 중심의 생산 구조로 버티고는 있으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위 한국은 6190만t으로 전년 대비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조선·자동차 등 전통 수요 산업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건설 경기 둔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탄소중립 규제 부담이 생산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고급 강재와 친환경 철강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한국 철강 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7위 튀르키예는 3810만t을 생산하며 중동·유럽을 잇는 전략적 철강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전기로 기반 생산 구조와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환율 리스크는 지속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3위 탈환이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보호무역과 산업 정책이 실제 제조업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일본·한국 등 전통 철강 강국들에는 산업 구조 전환과 고부가가치 전략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