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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가 되는 소리는 대개 크지 않다. 개가 낑낑거리거나 짧게 짖는 소리, 불규칙한 생활 소음처럼 애매한 경우가 많다.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몇 초의 소리일 뿐이고, 현장을 잠깐 확인하는 제3자에게는 “그 정도면 괜찮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하지만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이 소리는 단절된 경험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고,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으며, 스스로 차단할 수도 없다. 이 조건이 겹치는 순간, 소음은 단순한 청각 자극이 아니라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만들어내는 환경 요인으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데시벨이 아니라, 그 소음에 노출되는 구조다.
2.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경험의 비대칭성이다. 소음을 발생시키는 쪽은 그것을 일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외부 관찰자는 단면만 본다. 반면 거주자는 같은 자극을 시간 전체로 겪는다. 이 차이 때문에 피해는 늘 과소평가된다.
“지금은 조용하지 않느냐”라는 말은 이런 비대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이라는 한 순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순간, 이미 쌓인 시간은 판단에서 사라진다. 현행 제도 역시 이런 단면적 인식 위에 설계돼 있다. 순간 측정, 일회성 확인, 개별 민원 처리. 이 구조 안에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피해는 애초에 포착되지 않는다.
3.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주거 공간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집은 휴식과 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공간이지만, 반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소음이 존재하면 긴장을 풀 수 없는 장소가 된다. 사람은 쉬고 있어도 계속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그 결과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신경은 늘 예민해지며,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피로해진다. 이는 개인의 성격이나 인내심 문제가 아니다. 환경이 사람에게 가하는 압박의 결과다. 이 지점에서 소음은 더 이상 불편이 아니라 생활환경 침해로 다루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