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이었다. 감람산기도원(註, 종로구 평창동 山중턱)에서 밤새 철야기도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온돌방에 누웠는데 비몽사몽간에, 누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게 가자고 했다. 나도 가야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서는데 일어서면서 보니, 누워있던 내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으로 내 영이 쑥쑥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나는 생각하였다. '이제 나는 죽었구나', '우리식구가 죽어있는 나를 보면 얼마나 슬퍼할까'

 

잠시 후 그는 내게 '가자'고 하였다. 나도 가야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서는데 순간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위로 떠오르는 순간에 이 땅의 서운한 모든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내 마음은 하늘의 소망으로 가득찼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으로 간다는 기쁨에 나는 몸을 떨었다. 우리는 한없이 한없이 날아서 우주를 벗어나게 되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무의 세계로 들어갔다. 무의 세계에서 또 한없이 날아갔다. 그곳까지는 너무나 멀었지만, 마침내 우리는 천국에 도착했다.

 

천국문에 도착하는 순간, 나를 인도해왔던 천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대신 저 쪽에서 나를 보고 달려오는 어떤 분이 보였다.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와서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희고 빛난 드레스를 입은 그분은 머리에 정금면류관을 썼는데 면류관 오른쪽에는 별이 달려있었다. 별에서도 아름다운 빛이 나왔다. 그가 나를 인도해간 천국도 지상에서처럼 하늘과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공기는 지상과 달랐다. 부드럽게 살랑이는 공기는 그대로 사랑이고 평화이며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성결하고 청명했다. 그를 따라 정원에 들어서니 그분과 똑같은 모습을 한, 스무댓명쯤 되는 분들이 두세명씩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분들이 내게 인사를 할 때 말소리도 분명히 들렸고 성결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도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나는 초라한 나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밤새 기도원에서 기도를 하고 내려왔기 때문에 무릎이 나오는 검정바지와 분홍세타를 입은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추하게 느껴졌다. 다시 나는 그분들이 쓴 아름다운 면류관을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분들은 어떻게 해서 저 면류관을 받게 되었을까? 천국에 오면 흰옷은 입을 수 있을까?' 바로 그 때, 주님께서 친히 음성을 들려주셨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면 네게 생명의 면류관을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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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아름답고 깨끗하게 사는 독신의 삶을 원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늘 번뇌가 많았다. 이렇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내 영혼이 방황을 하는 동안 점차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성격도 나빠져갔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 시절에 이미 심장병, 위장병, 치질, 결막염 등이 중증에 있었으며 더우기 심한 불면증에다 정신질환까지 겹쳐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장래, 불안하고 암울한 내 인생을 비관하여 나는 20대에 여러 번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십대 후반에 내 인생을 전환하게 된 결정적인 한 여인을 만났다. 그는 내가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으로 홀로 삼 남매를 키우며 사는 과부였다. 그는 외모도 고결하고 아름다웠을 뿐아니라 사랑이 많은 여인이었다. 그가 내게 한 번도 예수를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늘 말보다 몸소 행위로 사랑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항상 조건없이 주는 그의 사랑은 그래서 그런지 주어도 주어도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로 충만해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방안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해서 저분은 저토록 고결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러다 마침내 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것은 저 분이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올랐고 당장 그 집사님에게로 갔다. "집사님, 저도 집사님이 믿는 하나님을 믿고 싶어요, 그래서 집사님처럼 살고 싶은데, 교회에 가면 안되겠어요?"

 

그렇게 해서, 그 다음 주에 나는 집사님을 따라 교회를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날, 교회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완전히 십자가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십자가가 강권적으로 나를 압도해 오는 것이었다. 순간 내 마음 속에서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뭔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음이 놓이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의자에 가 앉았고, 앉아서도 계속 울었다. 그렇게 한참 울고 있는 동안, 다시 마음이 놓이면서 그동안 나를 묶고 있던 무엇인가가 내 속에서 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주님이 담요 두 끝을 잡고 나를 포근히 씌워주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다. 실지로 그분의 중량이 느껴지는 그런 포근한 사랑과 평화였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젖어서 또 울었다. 그 때 그분이 말씀하셨다. "이제 염려하지 말아라, 이제 안심이다."

그 때의 감격, 그분이 나를 감싸주시던 그 사랑과 평화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나를 감싸고 있을 뿐아니라 그 후 믿음생활을 하면서 내 속에 있던 모든 육신의 질병도 깨끗이 치유해주셨다. 그 후 나는 신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내가 신학을 하게 된 어떤 결정적인 동기가 그 전에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註, 바로 이것이 서두에 말한 천국체험임)

 

https://youtu.be/rrOnuHIA1H8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