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치게 진지하기만 하면, 보는 사람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적당한 액션이나 유머, 혹은 살짝 스치는 에로틱한 장면 같은 조미료가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육상 100미터’라는, 단 10초 남짓한 승부를 소재로 삼아 웃음기 하나 없이, 갈등이나 과장된 액션 없이, 일상의 흐름 그대로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끌고 가면서도 끝까지 시청하게 만든다면… 이건 정말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넷플릭스에 올라온 스포츠 애니 중에서,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성과 영화적 연출을 동시에 갖춘 작품은 '100M' 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야구, 축구, 농구처럼 긴 호흡과 화려한 장면으로 승부하는 스포츠물이 아닌, 고작 10초짜리 단거리 경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 자체가 감독에게는 마치 마라톤과도 같은 인내의 작업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100미터의 숨 가쁨보다, 그 제작 과정의 고통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움직임’이다. 일본 애니 특유의 과장된 연출 대신, 실제 인간의 동작과 호흡,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이게 과연 애니메이션인지, 실사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다. 캐릭터들 역시 삽화체에 가까운 사실적인 그림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 '로토스코핑 기법'이 활용된 작품이었다. 실제 영상을 한 프레임씩 따서 그려낸 방식이다. 다만 이 사실적인 그림체는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만화적인 미형이나 과장된 캐릭터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고, 대중성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바로 캐릭터들의 ‘지나칠 정도로 진지한 태도’에 있다. 어둡고 낮은 목소리, 느린 말투, 깊은 내면을 가진 인물들. 우리가 흔히 떠올리던 육상 선수의 가볍고 활기찬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더 진중하게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100M』는 10초 만에 휘리릭 소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시청자를 의자에 앉혀 놓고, 억지로라도 경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갈등 위주의 드라마가 아니라, 오직 단거리 육상 승부 그 자체로 쇼부를 건다.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집요함과 집착, 그리고 땀 냄새나는 승부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100M』는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오래 남는다.

 

자극은 없지만, 진심은 있다.

빠르진 않지만, 끝까지 가게 만든다.

이게 바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