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의 이름으로 통제를 세우다 : 쿠팡 논란이 비추는 권력과 도덕의 역설
최근 쿠팡을 둘러싼 전방위적 수사와 규제 압박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산업안전, 공정거래 위반 여부를 넘어 한국 정치와 경제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힌다. 통신 3사를 비롯해 금융권과 플랫폼 기업, 심지어 정부기관까지 반복적으로 겪어온 대규모 개인정보 사고와 보안 실패의 역사 속에서, 유독 쿠팡에만 수사와 입법, 행정부 규제와 언론 프레임이 동시에 집중되는 현상은 법 집행의 일반 원칙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여기서 핵심은 법 위반 여부와 권력의 선택적 집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쿠팡 역시 노동, 공정거래, 산업안전, 독과점 이슈에 있어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지만, 지금 나타나는 압박의 양상은 단순한 책임 추궁을 넘어 특정 기업 하나에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를 본보기로 삼는 방식에 가깝다. 비슷한 구조와 규모를 가진 기업들이 여럿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상징적인 기업에 수사와 입법, 여론 공세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모습은 법치의 균형이라기보다 정치적 시범 사례를 통해 사회 전체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장면에 가깝다.
특히 쿠팡은 민주당의 세계관에서 여러 상징이 한 몸에 겹쳐진 존재다. 미국 자본이라는 외부성, 플랫폼 독점이라는 구조적 우위, 물류 노동이 집약된 현장, 노조 갈등, 그리고 초고속 성장 자본주의의 서사까지 한 기업에 응축돼 있다. 이 조합은 곧 ‘신자유주의의 압축판’으로 인식되며, 단순한 시장 주체를 넘어 이념적 대립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쉽다. 이 지점에서 법 집행은 중립적 규칙의 적용을 넘어 도덕적 심판과 정치적 투쟁의 언어로 변한다. 더구나 검찰과 공정위, 노동부의 움직임이 수사의 시점과 여론의 흐름, 입법 압박과 장관 발언의 방향까지 정치 일정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흘러갈 때, 시장은 이를 규제 리스크가 아니라 정권 리스크로 받아들인다. 법의 예측 가능성보다 권력의 의도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기업과 투자자의 판단 기준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이 현상을 단순히 ‘기업 죽이기’라고 부르기보다는, 보다 정확하게는 ‘기업 통제의 정치화’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민주당식 경제 통치의 특징은 기업을 성장의 동반자라기보다 사회문제의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고, 필요하다면 상징성이 큰 기업을 본보기로 세워 경고 신호를 보내는 데 있다. 이때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기업들은 법 조문보다 정치 환경을 먼저 읽게 된다. 성과를 내고 규모를 키울수록 혁신의 보상보다 정치적 표적이 될 위험을 더 크게 계산하게 되고, 결국 “법을 어긴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잘 되는 것이 더 무섭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게 된다.
이 흐름은 역사적으로도 낯설지 않다. 억압에 맞서 자유와 해방을 외쳤던 세력이 권력을 잡은 뒤, 그 도덕적 정통성을 근거로 또 다른 통제를 정당화하는 장면은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프랑스 혁명은 왕권의 전제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외쳤지만, 혁명정부는 곧 공포정치를 통해 반대파를 처형하며 더 강력한 국가 폭력을 행사했다. 러시아 혁명 역시 차르의 억압을 무너뜨린 뒤 노동자 해방을 명분으로 일당 독재와 비밀경찰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공산혁명도 봉건과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을 외쳤지만, 이후 문화대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과 일상을 전면적으로 통제했다.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도 비슷한 역설은 반복된다. 독재에 맞서 인권과 자유를 외쳤던 세력이 집권한 뒤, 그 도덕적 우월성을 근거로 언론과 시장, 시민사회를 교정의 대상으로 삼으며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정의롭다”는 자기 확신이 강해질수록, 통제는 억압이 아니라 교정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사회민주주의는 본래 자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체제였다. 그러나 국가 개입이 도덕적 정당성을 독점하는 순간, 통제는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기업 활동은 관리의 대상이 되고, 비판과 경쟁은 조정과 교정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쿠팡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권 강화라는 정당한 문제 제기를 넘어, 법 집행이 정치적 상징과 결합할 때 어떤 긴장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외형을 유지한 채, 자유의 범위가 점차 조건부 허용으로 재정의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쿠팡 사태는 한 기업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 통제와 개인과 기업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 어디까지 이동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역사 속에서 자유를 외치던 세력이 권력을 잡은 뒤 또 다른 규율과 통제를 세워 왔듯, 오늘의 한국 역시 도덕과 정의의 이름으로 어떤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