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북경의 뇌성(雷聲)
1. 붉은 휘장의 배신
북경의 겨울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창안가 중심부에 위치한 최고급 국빈 호텔인 조어대(釣魚臺) 제18호각. 화려한 금색 문양의 카펫 위로 질식할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의 계획은 정교했다. 시진핑 주석의 비공식 연회를 틈타 군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거사를 치르려던 그의 구상은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던 거사는 아주 작은 균열에서 무너져 내렸다.
"전부 멈춰라!"
중앙경위국 국장 왕사오쥔의 고함이 홀을 가득 메웠다. 장유샤의 손이 품 안의 인공위성 핸드폰으로 향하던 찰나였다. 액정에는 이미 '발신' 버튼 위에 그의 손가락이 머물러 있었다. 누르기만 하면 대기 중이던 최정예 부대에 진격 명령이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그 짧은 1초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호텔의 모든 출입구가 순식간에 봉쇄되었고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로 검은 복장의 특수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장 부주석, 당신의 반역 음모는 2시간 전 이미 보고되었다."
시진핑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평온함이 오히려 장유샤에게는 지독한 모욕으로 다가왔다. 장유샤는 자신을 에워싼 수십 개의 총구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판은 뒤집혔다. 믿었던 중부전구의 일부 지휘관들이 막판에 변절했음을 직감했다.
"장유샤, 반역죄로 체포한다."
왕사오쥔의 선포와 함께 장유샤의 손에서 인공위성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에도 장유샤의 눈빛은 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체포보다 더 중요한 마지막 명령을 이미 내려둔 상태였다. 바로 자신의 가족들을 북경 밖으로 탈출시키는 것이었다.
2. 친위대의 반격: 호텔 정문의 혈투
호텔 외곽, 장유샤의 개인 친위대인 제3경비여단 소속 '철갑(鐵甲)' 팀은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상황을 직감했다.
"플랜 B다. 가족들을 차에 태워라! 지금 당장!"
팀장 리강은 돌격소총의 조정간을 연사로 돌렸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북경 공안국 소속의 무장경찰들이었다.
"비켜라! 우리는 군의 명령을 수행 중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장유샤는 체포되었다!"
공안의 확성기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리강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타탕! 선두에 서 있던 공안 순찰차의 유리가 박살 났다. 이것은 단순한 교전이 아니라 생존을 건 전쟁이었다. 장유샤의 아내와 손자가 탄 검은색 방탄 세단이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호텔 후문을 박차고 나갔다.제2화: 유령의 그림자와 공해(公海)의 사투
1. 전멸의 재 위에서 피어난 유령
중부전구가 화염에 휩싸여 괴멸되는 그 시각, 베이징 외곽의 버려진 지하 병기창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공식 편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장유샤의 직속 비밀 결사, '유령 대대'가 깨어난 것이다. 그들은 중부전구의 정규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혼란을 틈타 베이징의 감시망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팀장님, 가족들의 차량이 톈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포위되었습니다."
부팀장 '독사'의 보고에 팀장 리강은 차갑게 명령했다.
"정규군은 죽었지만, 유령은 죽지 않는다. 우리가 장 부주석님의 마지막 칼날임을 증명한다. 전원, 소음기 장착."
그들은 군복이 아닌 검은색 전술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장유샤가 수십 년간 신분을 세탁하며 길러온 이들이었기에, 그 어떤 안면 인식 시스템으로도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들이 탄 검정 SUV 네 대가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2. 고속도로의 학살자들
톈진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 장유샤의 가족들이 탄 방탄 세단은 이미 수십 대의 공안 차량과 장갑차에 둘러싸여 있었다. 공안 특공대가 세단의 문을 강제로 개방하려던 찰나, 사방에서 소리 없는 죽음이 날아들었다.
퓩, 퓨퓩—!
공격은 정밀하고 잔혹했다. 소음기 끝에서 뿜어져 나온 탄환들은 정확히 공안들의 미간과 목줄기를 꿰뚫었다. 단 30초 만에 포위망을 형성하던 공안 수십 명이 바닥에 뒹굴었다.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유령 대대다. 지금부터 우리가 직접 호위한다."
리강이 세단의 창문을 두드리며 짧게 말했다. 공포에 질려 있던 장유샤의 아내는 그제야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하늘 위로는 이미 베이징에서 급파된 공격 헬기들이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3. 톈진 항의 묵시록
새벽 3시, 톈진 항 제4부두. 바닷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가족들을 태운 트럭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중앙경위국 직속 정예 요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타겟 확인! 즉시 사격하라!"
상공의 헬기에서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부두의 아스팔트가 조각나고 컨테이너들이 벌집이 되었다. 리강은 가족들을 등에 업다시피 하여 선착장 끝으로 달렸다. 그곳엔 장유샤가 생전에 은밀히 접촉해 두었던 서방 정보국의 블랙 사이트 선박, '네레이드 호'가 엔진 소리를 죽인 채 대기 중이었다.
"엄호해! 한 명도 남기지 마라!"
유령 대대원들은 스스로가 방패가 되었다. 부팀장 독사는 어깨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휴대용 대전차 로켓을 들어 올렸다.
콰앙—!
추격해오던 공안 장갑차가 불덩어리가 되어 허공을 날았다. 그 폭발의 불꽃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화물선 램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4. 거인의 마지막 도박
선박의 램프가 닫히기 직전, 리강은 가족들을 배에 태우고 다시 부두로 뛰어내렸다.
"팀장님! 뭐 하시는 겁니까!"
"우리가 타면 추적 신호가 배에 남는다. 우리는 여기서 끝낸다."
리강은 피 묻은 인공위성 핸드폰을 꺼내 마지막 메시지를 전송했다. 수신인은 지하 취조실에 갇힌 장유샤였다. [패키지 송출 완료. 북풍이 불 때 뵙겠습니다.]
부두에 남은 유령 대대원들은 몰려드는 수백 명의 적을 향해 마지막 탄창을 끼웠다. 그들의 뒤로 네레이드 호가 유령처럼 공해를 향해 미끄러져 나갔다.
같은 시각, 베이징의 지하 감옥. 장유샤는 자신의 인공위성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고문하려 다가오는 요원의 목덜미를 순식간에 낚아채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가족은 떠났다. 이제 너희가 죽을 차례다."
장유샤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제국의 심장 베이징은 이제 침묵이 아닌, 피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