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변전실 특유의 웅웅거리는 변압기 소음이 귓가를 울렸다. 습하고 묵직한 공기 사이로 오래된 기름 냄새와 먼지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안전모 아래로 땀방울이 맺혔다. 문한은 손에 든 검전기를 꽉 쥐었다. 입사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숙제였다.
"문한 씨, 그 레버 그렇게 잡으면 손목 나가."
낮고 굵은 목소리가 헬멧을 뚫고 들어왔다. 최과장이었다. 그는 반대편 배전반을 점검하다 말고 문한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 죄송합니다. 매뉴얼대로 한다고 했는데..."
"매뉴얼이랑 실전은 감각이 좀 달라. 비켜봐."
최과장은 문한을 밀쳐내는 대신, 그의 등 뒤로 바짝 붙어 섰다. 좁은 배전반 앞이라 어쩔 수 없는 거리였다. 문한의 등 뒤로 최과장의 단단한 가슴팍이 닿을 듯 말 듯 느껴졌다. 훅 끼쳐오는 건 땀 냄새가 섞인 옅은 스킨 향이었다.
"자, 여기를 봐."
최과장의 투박하고 큰 손이 문한의 손등 위를 덮었다.
순간, 문한의 어깨가 움찔했다.
48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남자의 손은 거칠고 뜨거웠다. 문한의 손을 완전히 감싸 쥔 최과장의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굳은살의 감촉이 전해졌다. 단순히 작업을 알려주려는 의도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은 이상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손목 스냅으로... 이렇게."
최과장이 문한의 손을 쥔 채 천천히 레버를 조작했다.
철컥.
기계적인 마찰음이 났지만, 문한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최과장의 숨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렸다. 귓불 바로 옆에서 울리는 낮은 목소리, 손등을 덮은 뜨거운 체온, 그리고 몸을 숙이느라 허벅지 옆으로 스치는 최과장의 다리.
모든 감각이 접촉된 부위로 쏠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문한은 숨을 참았다.
'왜 이러지?'
이건 그냥 업무다. 저 사람은 내 상사고, 아버지뻘에 가까운 아저씨다. 그런데 왜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배 안쪽이 간질거리는 걸까.
"......"
그때였다. 레버 조작이 끝났는데도 최과장은 바로 손을 떼지 않았다.
아주 짧은 정적.
문한의 손을 감싼 최과장의 손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다 풀렸다.
"어... 그러니까... 감이... 오나?"
평소라면 딱 떨어지게 설명했을 최과장의 말끝이 묘하게 흐려졌다. 문한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려 하자, 최과장이 황급히 손을 놓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큼. 아무튼 그렇게 하는 거야. 다음 구역으로 가자고."
최과장은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문한의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앞서 걸어갔다. 그의 뒷목이 평소보다 조금 붉어 보인 건 조명 탓일까.
문한은 멍하니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화끈거리는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방금 그 찰나의 순간, 분명히 공기가 달랐다. 끈적하고, 밀도 높은 무언가가 두 사람 사이를 스파크처럼 튀고 지나갔다.
문한은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미치겠네.'
과장한테 설랬던 건가.
갑자기 떨리면서 눈을 못 마주치겠던데.
심장이 너무 쿵쿵거려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는 애써 이 상황을 부정할 핑계를 찾았다.
내가 오줌이 마려웠던 건가.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하지만 인정하기엔 너무 위험한 감정이었다.
문한은 앞서가는 최과장의 등짝을 힐끗 쳐다봤다. 왠지 그 역시 평소처럼 성큼성큼 걷지 못하고 어깨가 굳어 있는 것 같았다.
과장도 뭔가 뚝딱거렸던 거 같기도 하고.
지하 변전실, 웅웅거리는 소음 속에 두 남자의 엇박자 발소리만 어색하게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