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야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 건물 로비는 늘 그렇듯 조용했고, 야간 경비 아저씨는 졸린 눈으로 고개만 끄덕였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이상하게 내 층(13층) 버튼이 한 번에 안 눌리더라. 두 번, 세 번… 네 번째쯤에야 “띵” 하고 불이 들어왔어.
문이 닫히고 올라가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좀 낯설었어.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지. 숫자가 7, 8, 9… 올라가다가 12에서 잠깐 멈칫하더니, 갑자기 “14”가 켜졌어. 내가 누른 적도 없는 층인데.
“뭐야…” 하고 중얼거리며 취소 버튼을 눌렀는데, 눌리는 느낌이 없어. 엘리베이터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어. 늘 들리던 미세한 모터 소리도, 바람 소리도 싹 사라지고… 딱 내 숨소리만 들리는 거야.
띵.
문이 열렸어. 그런데 복도가 아니었어. 복도처럼 보이는데, 복도가 아니야. 불빛은 켜져 있는데 너무 어둡고, 바닥 카펫은 물에 젖은 것처럼 색이 변해 있고, 벽지는 군데군데 들떠 있었어. 무엇보다 이상한 건… 냄새였어. 오래된 종이, 곰팡이, 그리고… 누군가 방금까지 여기 있었던 것 같은 따뜻한 비누 냄새.
엘리베이터가 나한테 “나가”라고 하는 것처럼 문이 멈춰서 열린 상태였는데, 반대로 내 몸은 한 발짝도 안 나가졌어. 그냥… 서 있었지. 그때 복도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어.
탁. 탁. 탁.
구두 소리였어. 천천히 다가오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멀게 들렸어. 거리감이 깨진 느낌. 내 머리가 그걸 이해를 못하니까, 온몸이 차가워지더라.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 그대로 있으면서 “닫힘” 버튼을 연타했어. 그 순간, 복도에서 뭔가가 쓱 움직이는 게 보였어.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 같은 거. 벽에 붙어 있던 어두운 자국이 사람 형태로 일어서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게 말했어.
정확히는, 소리가 아니라 표시였어. 엘리베이터 안층 안내창에 글자가 뜨는 거야.
“눌렀잖아.”
내 심장이 내려앉았어. 내가 뭘 눌렀다는 거지? 14층을? 아니면… 아까부터 안 눌리던 13층을?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스스로 닫히더니 다시 열렸어. 근데 이번엔 로비도, 13층도 아니었어. 14층 복도가 그대로 다시 펼쳐졌어. 마치 “도망 못 가”라는 듯이.
그때 엘리베이터 거울에 내가 보였어. 아니, 내가 아니라… 내 뒤에 누가 서 있었어. 얼굴은 안 보이는데, 어깨선이 선명해. 너무 가까워서 숨이 닿을 것 같은 거리.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봤어.
아무도 없어.
다시 거울을 봤어.
이번엔… 내 얼굴이 아니었어. 내 입이 내 마음과 상관없이, 아주 천천히 웃고 있더라. 그리고 내 목소리로, 내 입이 말했어.
“이제… 내려가자.”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떨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어. 숫자가 14, 13, 12… 미친 듯이 내려가는데, 13에서 또 멈칫하더니, 이번엔 숫자가 꺼졌어. 아무 표시도 없어. 그냥 검은 화면.
그리고 스피커에서, 로비 안내음처럼 또렷하게 들렸어.
“도착하셨습니다.”
문이 열렸는데… 여긴 내가 아는 로비가 아니야. 로비는 맞는데, 안내데스크 위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고, 벽에 붙은 입주 안내판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
“14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 누르는 사람이 생기면 생깁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안 타.
계단으로 13층까지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12층과 13층 사이 계단참에서만, 가끔 뒤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
탁. 탁. 탁.
그리고 늘 똑같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더 멀게 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