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할 유연성 있는 전력망 확장과 현대화 시급
송전선로 추가건설만으론 한계...생산지 전력소비 유인책 병행돼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같은 장기적인 시장개편 본격 논의 필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재원마련, 지역수용성 등 과제 남아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인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 송전선로 준공식이 지난 4월 2일 당진시 송악읍 인근 해상철탑에서 열렸다. 사진은 준공된 송전선로.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인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 송전선로 준공식이 지난 4월 2일 당진시 송악읍 인근 해상철탑에서 열렸다. 사진은 준공된 송전선로.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 10%로 낮은 편이지만,  제주도와 전라남도처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지역은 이미 잦은 출력제어와 전력계통 포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존 전력망 개선과 전력 인프라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서전동송 정책과 대규모 송전망 구축
 

이웃나라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려왔다. 그들은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을 구축하고 관리해왔을까?
 

중국 서북 지역(신장, 내몽골, 간쑤 등)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지가 넓어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와 풍력단지가 집중돼 있다. 2024년 말 기준, 서부 12개 성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중국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산업과 인구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부(광둥, 푸젠 등)와 동부에 집중돼 있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불균형이 한국처럼 심각하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서전동송(西电东送)’ 정책을 추진해왔다. ‘서전동송’ 즉 서쪽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동쪽 지역으로 보내는 것을 뜻한다.  이 정책은 초기에는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서부 지역의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송전이 주류가 되면서, 서부 내륙의 태양광·풍력으로 생산된 청정전기를 동부의 산업 중심지로 보내기 위한 정책으로 확대됐다.
 

중국 도시의 녹색전환 정책과 시사점.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도시의 녹색전환 정책과 시사점.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특히, 초고압 송전선(UHV)을 활용한 대규모 송전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확충됐으며, 2023년 기준 중국의 초고압 직류 송전선(UHVDC)을 통해 송전된 전력 중 55%가 수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였다. BBC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10년간 건설한 송전망의 총 길이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2020년 말 기준, 초고압 송전선만으로도 지구 적도를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제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총 8개의 청정기지와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이에 속도를 붙였다. 중국에는 2024년 말 기준 총 42개의 UHV가 건설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대 500kV급 초고압직류송전 (HVDC) 선로가 동해안~신가평 구간에 건설 중이며, 교류(AC)는 765kV가 최대 전압으로 건설되어 있다. 중국의 UHV는 800kV 이상의 직류(DC)와 1000kV 이상의 교류(AC)를 뜻하며, 이는 국내보다 높은 전압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웹사이트
분산에너지활성화.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웹사이트


송전선만으론 부족하다...생산지 전력소비 우선돼야
 

주목할 점은 중국이 생산지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각 성(省)별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을 의무 할당해 지방정부에서 해당 목표를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분산형 계통 연계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구축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이러한 서전동송 프로젝트가 서부 지역에도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중국은 동부 지역의 상업전기요금이 서부보다 높아 서부 에너지 기업들은 전력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에 남은 과제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잠재성이 높은 서남해 지역(호남지역)과 다소비 업종이 집중된 수도권 간의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HVDC)’ 건설 계획을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73조 원 규모의 전력망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2월에는 에너지 3법에 해당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원 마련, 지역 수용성과 갈등은 여전히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전력망은 도로, 댐, 교량만큼 현 세기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 신규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석탄발전소 폐지와 전기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는 정해진 수순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전력망 확장과 현대화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인프라로는 빠른 초고압 송전선로 구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요 관리, 스마트그리드, 오프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기술 해결책 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 전환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강력한 정책 하에 신규 전력망 구축계획과 지역별 의무할당제를 병행하며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늘려왔다.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를 추가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지 전력소비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같은 장기적인 시장 개편 또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재원, 사회적 갈등 해결 등을 위한 고민과 논의가 전반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녹색전환연구소 강민영 연구원]

강민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강민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