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수출 통제 동시 가동…"단순 방어에서 공급망 제어로 전환"
한국 동진쎄미켐·삼양엔씨켐도 국산화 본격화…미·중·일 반도체 주도권 재편

중국이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담는 특수 유리병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일본 주도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매체 후슈(虎嗅)는 14일(현지 시각) 리러청(李樂成) 공업정보화부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포토레지스트 유리병 국산화로 해외 100% 의존 역사를 끝냈다"면서 "생산라인 테스트를 통과했고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성과는 기술 돌파와 함께 중국이 지난 6일 일본에 발표한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치와 맞물리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주재 일본상공회의소는 중국 상무부에 긴급 의견서를 제출해 원자재 공급 안정을 요청했다.
'보이지 않는 병목' 뚫은 중국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을 담는 특수 유리병인 포토레지스트 용기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흔히 간과되지만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다. 7나노미터(nm) 이하 첨단 공정에서 유리병에서 나온 나트륨·칼륨 등 금속 이온이 포토레지스트에 혼입되면 전체 웨이퍼가 불량품이 된다.
업계에서는 포토레지스트 용기로 극저팽창률·극저이온 석출률을 가진 특수 붕규산 유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내부 표면은 화학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특수 처리를 거쳐야 하며, 6개월에서 12개월 보관 기간 동안 포토레지스트와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외선 차단을 위한 정밀한 광학 특성과 미세먼지 발생을 막는 미크론 단위 밀폐성도 요구된다.
일본은 그동안 JSR, 도쿄응화공업(TOK), 신에츠화학 등 포토레지스트 제조사와 함께 용기 공급망을 통합 운영하며 '포토레지스트와 용기 일괄 판매'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국 포토레지스트 제조사가 자체 개발한 제품을 담을 용기를 구하지 못해 생산라인 투입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리러청 장관의 이번 발표는 중국이 이 병목을 해소했다는 의미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중성 붕규산 유리로 만든 백신병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둥약유리(山東藥玻), 리눠특유리(力諾特玻) 등이 중성 붕규산 유리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반도체용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희토류 카드로 맞대응
중국의 포토레지스트 용기 국산화는 최근 발표한 대일 수출 통제 조치와 연결되면서 전략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이중 용도 물자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희토류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핵심 광물이 주요 대상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중국산 흑연 수입액은 103억8590만 엔(약 960억 원)으로 전체의 90.1%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이른다.
중국 주재 일본상공회의소가 제출한 의견서는 '군민 양용' 개념의 모호성과 심사 지연에 따른 공급망 차질을 우려했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핵심인 적시생산(JIT) 방식은 원자재 공급 중단에 극히 취약한 구조다.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연구소는 희토류 수출 통제가 3개월간 지속되면 일본 경제에 연간 6600억 엔(약 6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기업도 국산화 속도전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달 27일 동진쎄미켐의 V낸드용 불화크립톤(KrF) 포토레지스트를 2025년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했다. 이 제품은 최근 3년간(2022~2024년) 수출 실적 1억8590만 달러(약 2725억 원)를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포토레지스트 원료 생산 기업 삼양엔씨켐을 '2026년 초 가장 주목할 상장 기업'으로 꼽았다. 중·일 갈등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 성장이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중·일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된 구조에서 중·일 갈등이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윤창현 산업자원안보실장 직무대리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는 수년 전부터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한 사안"이라면서도 "중국 원자재→일본 가공 소재→한국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상 일본 생산 차질이 국내에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