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배 원수를 갚다는 그따우로 시시한 생각이 애시 날 따라나설 염도 내지 마라. 한평생이 잠깐인데 무덤 속에 묻히서 다 썩어부린 세월까지 뒤비시가지고 살아줄라 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사나아라 카 원한도 크기 가지야 하고
인정도 크기 가지야, 그래야만 연장 달고 세상에 나온 보램이 안 있나. 이 세상에 억울한 놈니 하나뿐인 줄 아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사람 중에 천대받아감서 억울하게 사는 사램이 훨씬 많은께, 그러니께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 일이 더 바쁘다 그 말 아니가. 곰곰이 생각해봐라. 니는 펭생을 물지게 지고 니 어무니는 죽는 날꺼지 품팔이나 하고, 니 동생들이라고 다를 기이 있을 성싶으나? 좀 펜하게 살잘 것 같으 술집 말고 갈 곳이 따로 없인께. 너거들 겉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쌓이고 쌓일 만큼 많다. 밥 묵는 사람보다 죽 묵는 사람이 많고 뺏는 사람보다 뺏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그래 니가 조준구한 놈 직이서 아배 원수를 갚는다고 머가 해겔되나? 달라지는 것은 쥐뿔도 없일 기라 그 말이다. 세상이 달라지야 하는 기라, 세상이. 되지도 않을 꿈이라 생각하지. 모두가 그렇기 생각한다. 천한 백성들은 그렇기 자파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꿈이라고만 할 수는 없제. 세상이 한번 바뀔 뻔했거든. 왜놈만 아니었이믄. 지난 동학당 난리 얘기는 니도 많이 들었일 기다. 왜놈만 병정을 몰고 안 왔이믄..... 정사를 틀어쥐고 있던 양반놈들, 그놈으 자석들은 세상이 바뀌는 것보담 남으 나라 종놈 되는 편을 원했으니께. 그러니께 송두리째 넘어갔지. 땅도
넘어가고 백성도 넘어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