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노여움에 곡식의 부유함을 위해 다시 태어난 심청, 제물 신부의 계보 ㅡ

인당수는 늘 차가웠다.

그 물은 사람의 체온을 기억하지 않았다. 바다는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다만 삼킬 준비만 되어 있었다.

새로운 심청은  항상 다시 태어났다.

전생의 기억은 파도처럼 간헐적으로 떠올랐다—눈 먼 아버지, 쌀 삼백 석, 그리고 물에 잠기며 보았던 하늘의 마지막 빛. 이번 생에서 그녀는 제물 신부였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불렸다.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었다.

 

부모는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라 말했고,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라 속삭였다. 하지만 식탁에는 늘 구운채소와 신한 탕과 생선뿐이었다. 기름기 없는 흰 살, 뼈를 발라낸 것만. 고기는 드물었다. 살이 오르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물 위에 오래 떠 있을수록, 제물은 가벼워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잠자기전과 아침마다 대추야자와 침향단을 씹게 했다. 

그래서 집에서 도망나왔으나 부모가 내가사는 작은 방까지 결국은 찾아서 감시할 하인들을 매수해서 보냈다. 

 

어느날 구운 돼지고기랑 매운 라면이 먹고싶었으나 주변 민간인들인척하는 감시단들이 삼곂살을 먹으려 할때마다 잠도 못자게 제단같은 방에 소음테러를 했다. 이상하게도  연주도 하고 매운거를 안 먹을때 귀신같이 소음테러는 안했다.

 

쓴맛은 혀에 남았고, 숨결에는 나무의 그늘 같은 향이 배어 들었다. “몸을 맑게 한다.” “욕망을 가라앉힌다.”  배가 고파도, 손이 떨려도,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배움은 음악뿐이었다. 연주후에는 급속히 피곤에 젖어서 제단에 누운듯한 기이한 느낌이었다.

 

 거문고 줄은 손가락에 자국을 남겼다.

 음 하나가 틀리면 밤의 바람이 더 매서워졌다. 음악은 위로가 아니라 날씨의 조율이었다. 호흡을 고르고, 심장을 늦추고, 몸을 바다에 맞추는 법. 부모는 항상 악보를 들고 서서 말했다. “이 소리는 파도를 달래.” “이 음은 물의 길을 연다.” 심청은 알았다. 이 음악은 신을 위한 것이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풍요를 위한것이라는것 등등

 

열여섯의 겨울, 인당수의 안개가 마을을 덮었다.

흰 바위 제단이 바다 쪽으로 드러났고, 물결은 유난히 조용했다. 투명한 비단이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발목은 드러났고, 피부는 차가운 공기에 먼저 굳어갔다. 사제들은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며 말했다. “아름답다.” 그 말은 축복처럼 들렸으나, 사실은 봉인에 가까웠다.

 

의식 전날 밤, 심청은 마지막으로 연주했다.

곡은 짧았고, 음은 맑았다. 침향의 향이 숨결을 타고 퍼졌다.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은 도망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잠기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을. 살을 빼고, 욕망을 덜고, 음악으로 물과 하나가 되는 법—모든 교육은 그 한 순간을 향해 있었다.

 

새벽, 바다는 여전히 차가웠다. 위대한신들도 그녀가 인신공양 되는걸 반대하지를 않았다. 신의 질투를 부를정도로 그녀의 죄가 그정도로  컸던걸까? 아님 코르반 ᆢ이 되는 시험일뿐일까?

 

심청은 제단 위에 섰다. 부모는 뒤에 남았다. 그들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신에게 바쳐지는 것은 딸이 아니라 역할이었으므로.

그녀는 마지막으로 물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서민들 너희들의 짓을… 기억하겠다.”

몸이 물에 닿는 순간, 음악이 끊겼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음 하나가 다시 시작되었다. 바다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인당수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날 이후 사람들은 말했다. 물이 가끔, 아주 잠깐—숨을 고르는 소리를 낸다고.

그 소리가, 심청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