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법대 명예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세 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더쇼위츠 교수를 만나 그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적으로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 초고를 선물 받았다. 더쇼위츠가 쓴 내년에 출간될 예정인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미국 헌법은 누구든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할 방법을 담은 것이다.
더쇼위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책을 읽어볼 계획이고, 자신에게 세 번째 임기 수행에 대한 결론을 물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더쇼위츠 교수는 “나는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그것이 허용되는지도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헌법학자인 더쇼위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의회로부터 탄핵 소추됐을 때 그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더쇼위츠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11월 치러지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 이때 선거인단이 밀약해 실제 투표를 할 때 아무도 뽑지 않고 기권을 해버리는 상황을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선거인단 다수가 기권하면, 아무 후보도 필요한 선거인단 득표수(270표)를 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헌법상 대통령 선출 권한이 미 하원 의회로 넘어간다(부통령은 상원). 하원은 각 주에서 1표씩 행사하며, 최소 26표를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만약 이때 하원 의회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정하면, 트럼프가 세 번째로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단 논리다. 더쇼위츠 교수는 “의회는 대통령을 ‘선출’(elect)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select)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 역사상 선거인단이 자신이 투표를 서약한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고 기권한 사례가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때도 의회가 대통령을 선정하는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앨런 더쇼위츠 교수(오른쪽)가 제프리 앱스틴(왼쪽)의 변호를 맡았을 당시의 모습. AP 연합뉴스
제임스 샘플 호프스트라 대학교 법대 교수는 더쇼위츠의 주장을 “황당하다”고 평가하면서, 자신은 다른 한 가지 시나리오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출마해서 당선된 뒤 즉시 사임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사임했을 경우 법률상 다음 승계 순서는 연방 하원의장인데, 하원의장은 반드시 하원의원 중에서 뽑을 필요가 없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되어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3번째 임기가 가능하단 것이다.
두 제안 모두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닌 방식으로 ‘3선’이 아닌 ‘3번째 임기’를 할 수 있단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업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단 극단적인 아이디어인데, 같은 공화당 소속 대선 주자들과 의원들의 반발 등 여러 난관이 있어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쇼위츠 교수는 “나는 이것을 지적인 문제로서 흥미롭게 여겼다”며 “트럼프가 세 번째 임기에 출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기자들에게 헌법이 자신이 출마할 수 없다는 점을 “꽤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배니티 페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