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의 조배숙은 익산 출신, 오른쪽의 양향자는 전남 화순 출신이다.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다. 필자는 대선 국면 내내 김문수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는 뻔했다. 양보 말만 믿고 후보로 밀어 올려놓고는 단일화 국면에서 내부를 흔들며 결국 판을 깨는 데 일조했고, 그로써 역할을 다한 뒤 조용히 빠져나갔다. 정치에서 책임 없는 발언과 노욕 가득 찬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보다 분명한 사례도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선 당시 기호 2번 김문수 유니폼조차 입지 않고, 선거 유세에서 장끼자랑질을 하던 인물과 나란히 서 있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설명은 끝난다. 박지원이 그러했고, 김종인이 그랬듯, 이 정치인 역시 시대보다 자기 욕망이 앞서는 인물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을 뿐이다.

필자는 늘 비유 하나로 이 문제를 설명해 왔다. 김장김치를 비닐에 넣어 오래 두면, 그 비닐에 밴 붉은 물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사상과 정치적 성향도 마찬가지다. 김문수라는 인물은 그 붉은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이름과 옷을 바꿔 입는다고 본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치인이 '청렴결백'해야 한다는 말은 사실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다른 정치인들이 워낙 썩어버린 탓에, 그 당연함이 마치 특별한 미덕처럼 포장되는 현실이 더 피곤하다. 기준이 무너진 정치판에서, 최소한의 상식이 훈장처럼 소비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짜증이 먼저 앞선다.
결국 문제는 내부다. 밖에서 공격받아 무너지는 정당보다, 안에서부터 갈라지고 찌르는 정당이 더 빨리 망한다. 지금 국민의 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비판’이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 책임 없는 내부 총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배신의 정치. 이번만큼은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쏙아내지 않으면, 다음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