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사기념일 행사에서 헌화식을 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사기념일 행사에서 헌화식을 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막는 미국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강공책을 꺼내 든 가운데, 기존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온 카드가 있다. 바로 미국 상품 불매의 일환으로 선택한 대두(콩)다. ‘미국이 우리 상품을 안 사겠다면, 우리도 미국 것을 사지 않겠다’는 상징으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대두를 선택한 모양새다.

13일 미국 농무부 집계를 보면, 미국 대두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6월부터 완전히 끊겼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수출량은 593만3천톤으로 지난해 수출량 2680만8천톤의 22.1%에 머물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중국도 대두를 포함한 미국 상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매긴 영향이다.


중국은 지난해 대두를 1억503만톤 수입한 세계 최대 소비국이다. 세계 대두 수출량의 60%가 중국으로 향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전, 중국 대두 수입량의 40~50%는 미국산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2018년 수입량을 급격히 줄인 바 있다. 중국은 2019년부터 다시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렸으나, 이번에 더욱 강력하게 ‘불매’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처지에서 보면, 지난해 전체 대두 수출액 224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인 126억달러(약 18조원)어치를 판 중국 시장이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로 수입처를 돌리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불매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농업지대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뉴욕 대도시권을 권역으로 한 공영방송 더블유넷(WNET)은 12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의 대두 농가를 찾아 대두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정을 전하면서, “농가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5월 1000부셸(27.2㎏)당 1700달러를 넘던 대두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1000달러 안팎에서 옆걸음질을 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무역전쟁 때문에 대두 가격이 약세”라면서도 “더 좋은 협상 결과를 바라기 때문에, 대통령이 애쓰는 것을 비난하지는 않는다”는 한 메릴랜드 농민의 말을 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와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두고 “중국이 미국과 장기 대립을 염두에 두고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오판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