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교의 수혈금지규범에 대한 비판
1. 성서에서는 피를 먹지 말라고 하지 피를 혈관으로 주입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는다. 물론 술을 마시지 말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조언을 받고 있는 사람이 혈관으로 알코올이나 니코틴을 주입한다면 그 조언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알코올이나 니코틴은 먹거나 흡입할 경우 소화기관이나 순환기관을 거쳐 그대로 혈관으로 들어가서 온 몸에 퍼지기 때문이다. 즉, 술을 먹는 것과 알콜을 혈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것,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니코틴을 혈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것은 그 결과가 같다. 그러나 피를 먹을 경우 피가 소화기관에 들어가 소화가 되어 더 기본적인 성분으로 분해가 된 후 혈관으로 들어가고 온 몸에 퍼지지만, 피를 혈관으로 주입할 경우 피가 피인 상태로 혈관을 순환하여 온 몸에 퍼지게 된다. 두 행위의 과정과 결과가 다른데 왜 같은 행위라고 보는가? 참고로, 장기이식은 사람의 신체를 먹는 식인행위라는 이유로 1980년까지 금지되었었다.
2. 설령 수혈이 피를 먹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하더라도,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은 피가 아닌데 이러한 물질의 혈관주입도 금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들이 피를 구성하고 있는 ‘일차성분’ 또는 ‘주된 성분’이기 때문인가? 성서에는 피의 ‘일차성분’ 또는 피의 ‘주된 성분’이라는 표현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일차성분’이거나 ‘주된 성분’이기만 하면 그것은 그것이 구성하는 전체와 같다는 명백한 논증이 있어야 한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을 일차성분 또는 주된 성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들이 혈액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서 이것들이 없으면 피가 피로서의 온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즉, 피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제거하면 그것은 피로서 온전히 기능할 수 없는 피가 아닌 다른 물질이 된다. 그렇다면 혈장은 피의 온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전혀 피가 아닌 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이러한 논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어떤 것이 피의 일차성분이라는 말은 그것이 결코 피와 같지 않은 물질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피를 주입하지 말라는 규범이 피의 일차성분을 주입하지 말라는 규범을 내포 또는 함축한다고 보아야 하는가?
그리고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은 피의 일차성분이고 다른 성분은 그렇지 않다는 구분의 근거는 무엇인가? 혈소판은 혈액의 응고나 지혈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피브리노겐도 혈액응고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 이렇듯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은 혈액 내에서 하는 역할이 같은데 왜 혈소판은 일차성분으로 분류되는데 반해 피브리노겐은 그렇지 않은가? 또한 혈장에서 피브리노겐을 제거한 것이 혈청인데, 혈청의 사용은 양심문제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혈장의 사용을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핵심성분은 피브리노겐이고 그것은 혈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취급된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브리노겐이 혈액의 일차성분 또는 주된 성분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된 성분과 그렇지 않은 성분의 구분은 이처럼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며 모호하고 일관성 없는 것이 아닌가?
3. 만일 피의 일차성분을 주입하는 것이 피를 주입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행위이라면, 피의 일차성분의 일차성분을 주입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A가 1, 2, 3으로 구성되어 있고 1이 가, 나, 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 1, 2, 3은 A를 구성하며 A가 A로서의 온전한 기능을 수행하게 해 주는 주된 성분이기 때문에 A와 사실상 같은 물질로 간주되므로 A에 대한 사용금지규범이 1, 2, 3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면, 가, 나, 다가 1을 구성하는 주된 성분이기 때문에 1에 대한 사용금지규범이 가, 나, 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지 않는가? 그러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이라는 소위 피의 일차성분에서 추출한 분획들의 사용은 양심문제로 되어 있다. 이는 전체와 부분은 서로 다른 것이라는 전제에 근거한 것인데, 이는 전혈과 그것의 일차성분이 사실상 같은 것이라는, 즉 전체와 부분은 같은 것이라는 전제와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혈색소, 혹은 산소운반색소인 헤모글로빈이 지질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세포막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적혈구이며 헤모글로빈은 적혈구 부피의 97%를 차지한다. 비유하자면 적혈구의 세포막은 우유팩이고 헤모글로빈은 우유팩 안에 들어 있는 우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적혈구의 사용은 불법이고 적혈구에서 추출한 분획인 헤모글로빈의 사용은 양심문제라는 말은 우유와 우유팩을 동시에 먹는 것은 불법이지만 우유만 먹는 것은 양심문제라는 말과 같다. 적혈구의 세포막과 우유팩은 단지 헤모글로빈과 우유를 감싸는 포장지의 역할만 수행할 뿐인데도 말이다. 혈액의 본질적·핵심적 기능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 적혈구의 세포막이 불법과 양심문제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서 건강과 생명을 걸고 따를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설득력과 신뢰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4. 알부민은 산모에서 태아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근거로 알부민의 사용은 양심문제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일란성이며 융모막이 하나로 된 쌍둥이의 80% 이상은 두 태아의 혈관이 태반에서 연결되어 서로 피를 교환한다. 이러한 피의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임신 중 쌍태아 간 수혈증후군(TTTS)이 발생한다. 두 인간 사이의 전혈공유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알부민의 사용을 양심문제로 결론 내린 논리에 따라 전혈의 혈관주입도 양심문제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5. 형법 제22조에 의하면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 즉,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령 전혈이나 피의 일차성분을 혈관으로 주입하는 것이 피를 먹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서 성경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수혈은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난, 특히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되는 것으로서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정당한 행위가 된다. 게다가 수혈을 받는다고 해서 타인의 법익이 침해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혈을 부당한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6. 형법 제12조에 의하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강요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수혈금지규범을 준수할 것을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수혈거부로 인하여 사망하더라도 부활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해가 아니므로 수혈거부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워치타워협회는 죽은 사람이 부활된 사실이 있음을 물증을 통하여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한 적이 없으므로 수혈거부로 사망한 사람이 부활될 것임을 증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활희망을 근거로 수혈거부를 기대가능한 행위로 볼 수도, 수혈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당사자에게 물을 수도 없다.
7. 피를 먹지 않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표현하기 위한, 그리고 생명의 주인이 창조주라는 생각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적인 행위이다. 즉, 피를 먹음으로써 사람이나 동물을 죽일 수도, 죽을 사람이나 동물을 피를 먹지 않음으로써 살릴 수도 없지만, 단지 피를 먹지 않는 행위를 통하여 행위자의 생각이나 태도를 표시할 수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 피를 먹지 말라는 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혈을 거부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실제 생명 그 자체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심지어 잃게 만드는 행위이므로 이것은 상징물을 그 상징대상보다 더 중시하는, 수단을 위해 목적을 희생하는 모순이 아닌가? 생명을 잃어가면서까지 수혈을 거부하는 것보다 죽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혈을 받는 것이 피를 먹지 말라는 성서규범이 지닌 생명존중사상을 진정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2025.10.12.(일)
현 동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