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이 얘기만 하면 혈압 오름.
말할 데 없어서 그냥 여기다 씀.
그냥 푸념임.
얼마 전 우리 팀 주임 한 명 퇴사했음.
편의상 민아 씨라고 하겠음.
25살, 입사 3년 차.
진짜 괜찮은 사람이었음.
살가운 스타일은 아님.
근데 조용한 에이스였음.
자기 할 일 2인분씩 해내는 사람.
문제는 박 차장이란 인간임.
다른 팀 사람.
서른아홉. 이혼남.
전형적인 '개저씨' 스타일임. 뭔지 알 거임.
젊은 여직원들한테 꼭 그럼.
"아빠가 챙겨주는 거야~"
이러면서 은근슬쩍 선 넘음.
커피 사주면서 끈적하게 훑음.
조언한답시고 사적인 거 캐물음.
진짜 최악임.
반년 전부터 이 인간이 민아 씨를 찍었음.
첨엔 칭찬으로 시작함.
"김 주임, 보고서 잘 썼네~" 이런 식으로.
민아 씨는 늘 선 그었음.
"감사합니다, 차장님." 딱 이 정도.
근데 이게 그 인간을 더 자극한 듯.
한 달 전쯤 사건 터짐.
박 차장이 밀어붙이던 프로젝트에 문제 생겼음.
당연히 지가 책임져야 할 일.
근데 이걸 민아 씨한테 덤터기 씌우려 함.
다들 숨만 죽이고 있었음.
그때 민아 씨가 조용히 말함.
"차장님, 그 부분은 제가 세 차례나 보고드렸습니다."
"관련 메일 다시 보내드리겠음."
와... 목소리 하나 안 떨림.
그러고 바로 메일 쏴버림.
박 차장 폰에서 '띵' 소리 울림.
얼굴 시뻘개져서 부들부들 떠는데 쌤통이었음ㅋㅋ
그날 이후로 눈빛이 변함.
완전히 찍힌 거.
괴롭힘이 진짜 치졸해졌음.
다들 퇴근하는 6시에.
슬쩍 민아 씨 자리에 옴.
서류 뭉치를 툭 던지고 감.
"김 주임, 이거 내일 아침까지. 급해."
누가 봐도 개수작임.
민아 씨는 아무 말 없이 야근함. 혼자서.
그리고 문제의 회식 날이 옴.
부장이 소통이니 화합이니 소집함.
민아 씨 표정은 아침부터 안 좋았음.
장소는 삼겹살집.
박 차장은 작정하고 민아 씨 옆에 앉음.
고기 구워주면서 "아~ 해봐" 이 XX을 함.
진짜 토 나올 뻔.
민아 씨는 정색하고 피함.
근데 술 취한 놈이 말을 들을 리가 없음.
계속 술 따르고 어깨 툭툭 침.
보다 못해 내가 잔을 뺏었음.
"차장님, 민아 주임 술 못 함."
그랬더니 날 죽일 듯이 쳐다봄.
술 좀 돌고 분위기 개판 될 무렵.
갑자기 이 인간이 벌떡 일어남.
그러더니 숟가락으로 소주잔을 땡! 하고 침.
순간 가게가 조용해짐.
"자, 다들 주목!"
"내가 오늘 꼭 해야 할 말이 있음."
심장이 쿵 내려앉았음.
제발 아니길 빌었음.
근데 그 인간은 민아 씨만 보고 있었음.
민아 씨 얼굴은 새하얘짐.
"우리 부서의 보배, 김민아 주임."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왔음."
와... 진짜 악몽이 현실이 됨.
이게 고백임? 그냥 폭력임.
모두 앞에서 거절 못 하게 만들려는 거.
진짜 비겁하고 잔인한 폭력이었음.
"나랑… 진지하게 만나보자."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줌!"
이지X을 하는데...
정적이 흘렀음.
부장은 헛기침만. 다들 눈치만 봄.
그때 민아 씨가 고개를 듦.
눈가는 빨갰지만, 눈빛은 단호했음.
와, 여기서 진짜 레전드였음.
"죄송함. 차장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럴 수 없음."
"차장님은 나에게 좋은 상사일 뿐임."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음."
여지를 1도 안 줌.
박 차장 얼굴은 흙빛이 됨.
회식 분위기는 그대로 끝남.
민아 씨는 바로 택시 타고 가버림.
다음 날이 토요일이었음.
격주 오전 근무하는 날.
설마 했는데 민아 씨 출근함.
눈은 퉁퉁 부어서.
오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함.
조용히. 박스에 하나씩.
3년 동안 썼던 물건들을 담았음.
다육이 화분. 부모님 사진.
다 싸고 일어나서 인사함.
"그동안… 감사했음."
다들 그냥 "고생했어요" 말곤 할 말이 없었음.
진짜 코미디는 그 다음임.
민아 씨가 문 나서는 순간.
박 차장이 벌떡 일어남.
"아, 씨! 짜증 나서 일 못 하겠네!"
"나 반차 좀 쓰겠음!"
이러고는 그냥 나가버림.
오전 근무 날에 반차ㅋㅋㅋ
끝까지 피해자인 척.
그리고 지금?
민아 씨 업무는 남은 우리가 땜빵 중임.
박 차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님.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심지어 이런 말도 함.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음."
이 말 듣는데 속으로 쌍욕 함.
사무실에선 이상한 소문이나 돎.
"김 주임이 여지를 준 거 아니냐" 이런 거.
텅 빈 책상을 볼 때마다 현타 옴.
죄책감도 들고.
그 책상에 포스트잇이 하나 있었음.
'부모님 결혼기념일 해외여행 D-127'.
여기서 버티면서 소박한 꿈 키우던 사람이었음.
근데 이렇게 됨.
이게 맞는 거임?
내가 너무 비겁했나.
아, 진짜 답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