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금시로부터 아메리카 합중국과 대한민국임시정부와의 적 일본에 항거하는 비밀공작은 시작되었다."
도노반과 내가 정문으로 나올 때에 활동사진반들이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의식을 마쳤다.

<서안 광복군 제2지대에서 만난 김구 주석과 OSS 총책임자 도노반 장군>
다음날 미국 군관들의 요청으로 비밀훈련을 받은 학생들의 실전실험을 해볼 목적으로 두곡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40리쯤 떨어진 비밀훈련소로 자동차를 몰았다. 산입구까지 가서 차를 버리고 다시 보행으로 5리 가량 들어가 당도하니, 시간이 마침 정오라서 미국 군대식으로 오찬을 먹었다.
김구 주석은 미군 전투식량인 C-레이션을 보고 감탄하였다.
"맨 먼저 냉수 여러 통을 뜰에 가져다 놓고 군대용 국과 물그릇으로 병용하는 철기를 1인당 1개씩 나누어 준 후, 종이갑도 한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풀어헤쳐 보니 과자 비슷한 것이 5개씩 들어 있고, 여러 가지 통조림 깡통, 연초 4개 그리고 휴지까지 들어 있었다. 또한 종이로 싼 가루 한 봉지를 냉수에 섞어보니 훌륭한 고깃국이 되어 점심으로 충분하였다. 미국 군대의 평상시 전투식량이라 간단한 서양요리였으나 누구든 부족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군대식사 한 가지만 왜병과 비교해 보더라도 왜적이 질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 하겠다." (당시 일본군은 열악한 보급체계로 인해 전투식량으로 생쌀과 일본된장을 조금 휴대하는 것이 전부였다. 탄약과 무기를 제외한 다른 물자들은 모두 현지조달 및 약탈로 충당하였기에 군사 규율 및 기강이 엉망이었고, 군사기가 낮아서 전투에 불리하였다.)


C-레이션: 설명서 1개, 고기수프, 치즈바 2개(43g), 시리얼바 2개(43g), 초콜릿바 3개(28g), 젤리바 1개(56g), 과일 케이크바 2개(56g), 페파민트 추잉검 3개, 설탕 3봉지, 차 2봉지, 정제 소금 1봉지, 수용성 크림 제품 1봉지, 수통용 요오드 정수제 1개, 플라스틱 백 1개
만족한 오찬을 마친 후, 때는 아직 8월 상순이라, 참외와 수박 등을 먹었다. 이어서 우리 청년학생들을 훈련시키는 미국 장교들이 각자 맡은 과목을 실습하는 광경을 구경하였다.
김구 주석은 미군의 훈련방식이 체계적이고 시스템화 되어있다는 것을 목격하였다.
첫째로 본 것은 심리학 박사가 각 학생들을 심리학적으로 시험하여 모험성이 풍부한 자는 파괴술을, 지적 능력이 강한 자는 적정 정탐으로, 눈 밝고 손재주 있는 자는 무전기 사용법을 분과 과목으로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심리학자가 시험 성적의 개요를 보고하였는데, 특히 한국 청년은 앞으로 촉망된다고 말하였다.
청년 7명을 인솔하고 종남산 봉우리로 올라가 수백 길 절벽 아래로 내려가서 적정을 탐지하고 올라오는 것이 목표인데, 소지품은 단지 수백 길 되는 숙마 밧줄 하나뿐이었다. 청년 7명이 회의한 결과 그 수백 길 되는 밧줄을 여러 번 매듭지은 후, 한 끝은 상봉 바위 위에 매고, 다른 끝은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 후 그 줄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를 하나씩 입에 물고 올라오니 이로써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를 지켜본 미국 교관은, "내가 앞서 중국 학생 400명을 모아서 시험하였을 때도 발견하지 못한 해답을 귀국 청년 7명에게서 찾아냈고. 참으로 앞날이 촉망되는 국민이오." 나는 시찰을 무사히 마친 후 그날로 두곡으로 돌아왔다.
- 왜적의 조기항복
"중경에서 무슨 소식이 있는 듯하다"며 전화실로 급히 들어가더니, 뒤이어 나오며 "왜적이 항복한답니다."고 하였다.
이 소식은 내게 희소식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이었다. 수년 동안 애를 써서 참전을 준비한 것도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서안훈련소와 부양훈련소에서 훈련받은 우리 청년들은 조직적, 계획적으로 각종 비밀무기와 전기를 휴대시켜 산동반도에서 미국 잠수함에 태워 본국으로 침입하게 하여 국내 요소에서 각종 공작을 개시하여 인심을 선동하게 하고, 전신으로 통지하여 무기를 비행기로 운반하여 사용할 것을 미국 육군성과 긴밀히 합작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계획을 한번 실시해 보지도 못하고 왜적이 항복하였으니, 지금까지 들인 정성이 아깝고 다가올 일이 걱정되었다.